고교유학생 형제가 체험한 고양시 해외입국자 관리

공항 리무진으로 킨텍스 도착
캠핑장 선별진료소서 검체채취
음성판정 받고 14일간 자가격리
시, 가족위한 안심숙소 서비스도

 

 

[고양신문]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미국 유학생이 입국 후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가족과 제주여행을 다녀오고 코로나19 감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의료진의 사투와 국민적 노력을 짓밟는 행위에 강력한 경종을 울리겠다”며 1억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냈다.

모든 해외입국자 14일간 자가격리
최근 코로나 19의 국내 확산 속도는 주춤하는 반면 이렇게 해외입국자의 감염 비중이 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외에서 확진자 발생이 증가하고, 국내로 해외유입 환자도 증가함에 따라 해외입국자에 대한 방역 관리를 강화했다. 유럽 및 미국 발 입국자만 자가격리 하던 방침을 바꿔 이달 1일 0시부터는 모든 국가에서 입국하는 국민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입국 후 14일간 자가격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고양시 역시 34명의 확진환자 중 국내감염은 12명인 반면 해외방문으로 인한 감염자는 22명(2020년 4월 9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두 배 가량 높게 나오고 있다. 이달 1일부터 고양시 거주 모든 해외입국자의 코로나 검사 시행에 나서게 된 이유다. 

미국을 출발해 지난 7일 한국으로 들어온 덕양구 삼송동 거주 유학생 형제의 사례와 고양시보건소 담당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해외입국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고양시의 현장 대응현황을 살펴봤다.

미국현지 초기엔 상황인식 부족해
덕양구 삼송동에 거주하는 A씨와 B씨 형제는 지난해 8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올해 초부터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미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3월 중순에 학교는 휴교를 했고, 3월말로 예정된 개교가 4월 28일로 연기되더니 최종적으로 이번 학기 중에는 다시 개교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 확정됐다.  

“미국에서는 휴교 이전에는 심각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어요. 휴교한 이후에도 제가 사는 지역의 사람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죠. 문화가 달라서 그런지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일상생활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서 사실 속으로는 굉장히 불안했습니다.” 

텅 빈 미국·한국 공항, 심각성 체감

지난해 미국으로 떠날 때와는 달리 텅 빈 인천공항 청사.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A씨와 B씨가 더 심각한 위험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미국의 확진자 숫자가 중국을 추월했을 때였다. 3월 말부터 미국 내 항공편이 곧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고, 공항이나 항공편을 이용하면서 감염 확률도 없지는 않기 때문에 현지에서 생활관리를 잘 하는 편이 낫지 않나 생각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최종적으로 귀국을 결심했다. 

부지런히 짐을 정리하면서 3일 항공편 예약을 했고, 6일 오리건주 레드몬드 공항을 출발 시애틀 공항을 경유해 7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A씨는 “미국 공항에 사람이 거의 없었고, 출발할 때 비행기 탑승인원이 저희 포함해서 총 6명밖에 되지 않았다”며 “뉴스에서만 보던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항에서 바로 킨텍스로 이동해 검진
인천공항에 도착해 검역소에서 검사를 하고 내국인 입국 절차를 통과해 역시나 텅 빈 공항 청사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6시에 7400번 공항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저녁 7시경 도착한 곳은 가족 감염과 지역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해외입국자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는 킨텍스 캠핑장 선별진료소였다. 

20여명의 고양시 거주 해외입국자는 줄을 서서 여행가방을 소독했고,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이 담긴 키트를 지급받았다. 열 명씩 나누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의자에 앉아 각자 인적사항을 기록해 제출한 후 차례대로 검체를 채취 했다.

 

해외 입국자 숙박을 위해 준비된 킨텍스 캠핑장 카라반.
해외 입국자 숙박을 위해 준비된 킨텍스 캠핑장 텐트.

 

저녁 8시가 조금 지난 시각 모든 사람의 검사가 끝났고 A씨와 B씨 형제는 저녁 식사로 제공된 김밥, 빵, 우유 등을 가지고 카라반으로 향했다. 아예 숙박을 하고 다음날 최종 검사결과를 보기 위해서였다. 고양시는 해외입국자 중 숙박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16동의 카라반과 30동의 텐트 등 총 46동의 시설을 1인 1실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있다.
  
시, 해외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 운영
킨텍스 캠핑장 선별진료소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일산서구보건소 박순자 소장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다른 어느 곳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온 고양시 내 관계자들과 협의해 아이디어가 나온 지 단 이틀 만에 준비했다”며 “해외입국자의 감염이 늘어가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건소뿐 아니라 도시관리공사, 보안업체, 경찰 관계자 등이 함께 힘을 모아 시민의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 전체 데이터를 취합하고 있는 덕양구보건소 강형경 주무관은 “4월 1일 이후 8일까지 킨텍스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은 인원은 총 485명이고 그 중에서 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해외입국 유학생 A군이 1박을 한 킨텍스 캠핑장 카라반의 내부 모습.

 

형제는 자가격리, 부모는 임시거처 생활 
짐작보다는 쾌적했던 카라반에서 긴 여독으로 인해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A씨와 B씨 형제는 다음날인 8일 아침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고 시에서 제공한 버스로 귀가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생활관리를 잘하고 공항과 비행기를 이용하면서 혹시 모를 감염에 철저히 대비한 덕분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물론 이날 받은 음성 판정 결과가 끝은 아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해외입국자는 반드시 14일간 자가격리를 하면서 발열, 인후통, 호흡곤란, 기타 특이사항이 있는지를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통해 기록해야 한다. 

“부모님은 저희에게 집을 내주고 근처에 임시로 쓸 방을 따로 구하셨어요. 자가격리 기간 동안 더욱 안전하고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취한 조치라고 이해는 하면서도 귀국하자마자 이산가족처럼 지내야 하는 것이 좀 슬프기도 하더군요.”

소노캄고양 80%할인 가족안심숙소 제공  
보건당국자들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암과 같은 고위험 질병을 가지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A씨의 부모처럼 14일간 별도의 거처를 구해 떨어져 지낼 것을 권하고 있다. 만일 마땅히 거처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고양시와 협약을 맺은 소노캄고양(옛 엠블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 입국자의 국내 가족이 임시로 생활할 수 있는 안심숙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해외입국자의 가족이나 동거인은 최대 80% 할인된 금액으로 호텔을 이용 수 있다. 

두 형제는 14일간 ▲호흡기 증상 등 감염증상이 나타나는지 스스로 건강상태 확인 ▲매일 아침, 저녁 체온 측정 ▲보건소(담당공무원)에서 1일 1회 이상 연락 시 감염 증상 알려주기 등 자가모니터링을 시행하고 14일 후 문제가 없으면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