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개월여 만에 하루 813명까지 급증하던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 수가 드디어 10명대로 감소했다. 일부 종교집단의 일탈과 뒤늦은 정부의 입국제한 조치에 따른 급속확산에도 불구하고 의료인과 구급대원들의 헌신적인 봉사와 창의적인 대처노력 덕분에 비교적 빨리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그 결과, 세계는 한국의 선진적인 방역체계와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집권여당은 지난 4·15총선에서 초유의 압승을 했다. 

박영선 벽제농협 조합장

그러나 우리는 마냥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고 있을 수만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올해 1/4분기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1.4%로 곤두박질 쳤다. 더욱이 하반기와 내년도에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니 나라경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천연두를 비롯해 흑사병과 인플루엔자, 사스, 메르스 같은 온갖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문명을 지켜 왔다. 흔히 역병(疫病)이라고도 하는 전염성 질병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나라까지 망한 사실을 보면, 인류의 역사는 바로 바이러스와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염병의 대유행(pandemic)을 한번 지날 때마다 세계는 항상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이루어냈다. 상하수도와 수세식 화장실 같은 공중보건의 혁신을 이뤄내고 종두법 같은 백신을 개발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특히, 인류의 영양상태를 개선해 생존력을 키우고 인구증가에 지대한 공헌을 한 농업생산기술의 진보는 오늘의 지구촌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그렇다면, 이번의 참혹한 코로나19 사태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그것은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로 반드시 우리 사회와 국가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허울 좋은 세계화의 환상에서 벗어나 튼튼한 보건의료체계를 갖추고 식량안보와 기본생필품의 수급안정을 위해 농업 같은 기간산업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목도(목격)하였듯이, 평소 우방이라고 자처하다가도 세계적인 재난에 당면하자 자국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곧바로 국경을 폐쇄하고 교역을 제한하는 것이 오늘의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특히, 사태가 심각해지자 곧바로 쌀 수출을 금지하고 주요 전략물품 비축에 나선 베트남과 캄보디아, 이집트, 필리핀 등은 물론, 마스크나 진단키트를 제때 구하지 못해 국민들의 죽음에 속수무책인 나라들의 모습은 자국의 내적인 힘을 갖추지 못한 세계화가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전하는 또 다른 메시지는 조화와 공존이다. 인류가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뉴노멀 시대에 맞는 공동체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교란을 가져와 또 다른 팬데믹을 초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싹트고 있을 또 다른 코로나19를 소환하는 것은 박쥐도 천산갑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자연생태계가 조화를 잃을수록 점점 더 바이러스의 변이속도는 빨라지고 독성과 생존력은 더 강해 질 수밖에 없다. 특히, 친환경농업을 바탕으로 깨끗한 땅과 물과 건강한 생명체가 공존하는 선순환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그렇지 않고, 급한 불을 껐다고 또 유야무야 그냥 넘어간다면 바이러스의 흑역사는 또다시 되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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