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정수남

정수남 소설가. 일산문학학교 대표

[고양신문] 얼마 전 고양문화재에서는 ‘고양문화다리’라고 명명한 2020년도 문화예술진흥지원사업을 공모한 뒤 선별된 단체를 일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고양문화재단이 고양시로부터 이관 받아 처음 실시한 사업으로 정책 시행도 시대에 따라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단체가 여럿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시정할 점도 있다고 봐야 좋을 듯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작가회의 고양지부(회장 박남희)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지역문화와 생활문화의 도약을 목적으로 시작한 고양문화재단의 의욕은 높이 살 만하지만 지금까지 예술단체가 지역 안에서 어렵게 펼쳐온 사업의 전통성, 지속성, 고유성, 성실성 등이 고려되지 않은 채 탈락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두고 선별에서 누락된 단체의 항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을 것이다. 또 그렇다고 해서 이미 결정된 사업이 번복될 리도 없다. 이에 대해 알아본 결과 시의 한 관계자는 다른 해와 달리 공정성이나 편견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금년엔 고양문화재단이 자체적으로 운영위원을 선임, 그들이 독립성을 가지고 신청한 단체들을 자율적으로 심사하여 선정하도록 하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첫 번째 문제점은 그렇게 선임된 그 운영위원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으며, 또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 단체들을 숙지하고 심사에 임했는가, 하는 점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선임의 기준과 원칙, 그리고 운영위원들의 명단 역시 밝혀야 했다. 더욱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우선시 했다면 탈락한 단체들의 불만과 의문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라도 과정부터 결과까지 공개하는 게 마땅했다고 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문화예술인들은 자긍심을 목숨처럼 여기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문화예술을 향한 그들의 사랑과 열정 또한 남다른 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보면 한국작가회의 고양지부 회원들이 이번에 느꼈을 자괴감 역시 매우 컸을 게 틀림없다.

고양시에는 두 개의 문인단체가 있다. 하나는 일 년에 두 번 ‘고양문학’을 발간하며 오랫동안 활동해온 한국문인협회 고양지부이며, 또 하나는 한국작가회의 고양지부이다. 2007년 고양작가회의라는 이름으로 진보계열의 문인들이 모여 창립한 이 단체는 그동안 나름대로 이 지역에 문화예술의 저변확대를 꾀하며, 희석되어가는 평화통일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기 위한 사업을 활발히 펼쳐왔다. 예를 들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한 ‘평화통일백일장’과 벌써 40여회를 상회하는 ‘원로 및 중견문인 초청 문학 강연회’, 그리고 전국 문예지를 표방하며 발간하기 시작해 어느새 14호를 제작한 ‘작가연대’ 등이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고양시의 문화예술단체지원보조금 책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 안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위상과 복지를 증진시키겠다고 하고 있지만 법인체를 제외한 100여개 단체들 가운데 가까스로 선별되어도 나눌 수 있는 예산 총액이란 모두 합쳐 겨우 3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고양시가 금년에 책정한 2조6000억원이 넘는 예산과 견주어볼 때 정말 보잘것없는 금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예산을 상정하는 관계자들이나 이를 논의하고 의결하는 시의원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태부족한 탓은 아닐까.

문화예술은 형이하학적인 우리들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그 가치관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지원금의 역할은 그와 같은 문화예술 사업을 격려하고, 중흥시키고, 문화예술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결코 홀대받아서는 아니 된다. 선진국이 문화예술인들에 대해 특별히 보호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까닭도 따지고 보면 다 여기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경제와 정치, 사회적으로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자부하는 우리 역시 문화예술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본다.

완전하고 항구적인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며, 변하는 게 하등 이상스러운 게 아니다. 고양시 문화예술진흥정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내년엔 정말 시민들의 삶과 문화가 연결되는, 그래서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문화예술정책이 수립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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