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통장 맡고 마을회관 건립, “고향일 관심 갖는 건 당연”

성석천 옆으로 느티나무 한 그루와 고봉10통 성안마을회관이 마주보고 있다. 인근에는 논과 밭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자연마을이다. 좁은 마을길로는 쉴 새 없이 크고 작은 차들이 곡예 하듯 달리고 있다. 빌라가 급격히 늘면서 생긴 풍경이다. 주민들이 다니던 한가했던 마을길은 저녁이면 주차장으로 변했다.
“몇 년 전부터 빌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왔어요. 도로와 하수관로 등 생활편의 기반시설도 같이 확충돼야 하는데, 법이 그래서인지 시에서 관심이 없는 건지 그런 게 전혀 없어요”라며 김운배 고봉동(10통장) 통장협의회장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운배 고봉동 통장협의회장.

고양군 벽제면 성석1리 출신인 김회장은 성석초등학교 27회 졸업생으로 60년간 마을을 지켜오며 농사를 짓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했던 이곳 고봉10통은 가락과 흥, 농악 소리가 울리던 마을이었다. 성동마을, 안골마을, 안산말까지 각 마을마다 농악이 있었고, 마을행사 때마다 서로가 어울려 신명나게 풍악을 즐겼다. 때가 되면 제일 높은 산에 올라가 의식처럼 농악을 했다. 농악의 영향인지 그는 마을에 초상이 나면 장지 에서 달고소리를 했다. 매장문화가 있었던 몇 해 전까지 행해지던 상례문화로 전통장례 민요다. 긴소리부터 달고소리, 방아타령, 상사도야, 우우야까지 자연스럽게 알고 있으며 아버지께 받은 소리 책도 가지고 있다.

1970년대 성석초등학교에서 열린 마을 체육대회 사진이다. 김운배 통장은 그 시절을 추억하며 사진 설명을 해주었다.

그가 처음 통장을 맡은 건 2004년인 44세 때다. 10통장이 된 지 얼마 안되어 지역기업인 인선이엔티와 신성 레미콘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마을회관 자리를 매입했다. 기존에 있던 회관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비좁아 주민을 위한 공간 마련이 시급했다. 총 100평의 부지에 1층 40평, 2층은 26평으로 계획했다. 동네 주민들도 십시일반 건립기금을 마련했고, 마을 행사 때마다 모은 마을자금도 회관 건립에 보탰다. 주민들도 회관 건립에 대한 스스로의 역할에 자부심과 큰 애착을 가졌다. 마을회관은 2005년 준공됐다. 그는 마을일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본인 고향이기도 하지만 항상 소외됐던 자연마을의 주민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그게 통장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고봉10통은 고봉동 전체에서 인구가 제일 많다. 거기 에다 빌라 난립으로 인한 인구 증가로 올해 7월말 경 분통이 될 예정이다. 고봉동이 총 27개 통에서 28개 통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보관하고 있던 오래전 마을사진을 보고 있는 김운배 통장. 그는 고향이 이곳 성석리로 토박이다.

그만큼 차도 늘어났다. 현재 마을회관 앞을 중심으로 성석·문봉간 도로가 공사 중이다. 왕복 2차로로 총길이 2.4㎞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900m 구간만 1차 공사에 들어갔다. 10여 년 전에 보상이 끝난 계획도로였지만 전임 시장 때 아예 손을 놓고 있다가 이번에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은 애가 탔다. 얼마 전 시를 상대로 공사 중지에 따른 소송까지도 검토했으 나 하루 빨리 도로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소송을 안 하기로 했다. 좁은 도로로 인한 주민들의 안전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빌라가 늘어나면서 주차문제도 심각해졌다. 가뜩이나 모자란 빌라 주차장 때문에 마을길에 불법주차를 해놓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에 따른 위험도 높아졌다. 도시에만 있는 공영 주차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외 에도 인구증가와 더불어 반려동물도 크게 늘었다. 큰 동물들을 산책시키며 조심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을 자주 목격해 안타깝다. 뿐만 아니라 빌라가 들어오기 전 쓰던 작은 하수관을 그대로 놔두고 큰 배수관을 설치하면서 여러 문제가 생겼다. 결국 배수관 로가 깔때기 모양으로 좁아져 비가 올 때엔 적잖은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많은 비에 하수관이 막혀 역류했고, 농경지 인근 하천까지 오폐수가 흘러 들어가 환경오염이 심각했다. 그는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조치를 호소했다.

에너지자립마을에 대해 설명하며 앞으로 태양광발전설비가 더 확대되길 희망했다.

인구가 많은 성안마을은 여러모로 과도기에 있다. 그런 과도기와 급격한 변화 속에서 성안마을은 주민들의 참여로 지난 수년간 에너지자립형 마을로 성장해 왔다. 지금까지 62가구가 태양열발전기를 설치했고, 앞으로도 점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태양열발전기는 친환경적이고 전기료를 줄일 수 있어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 그는 고봉10통이 친환경 에너지자립형마을이 될 수 있도록 태양열발전기를 주민들과 추진 확대하고 있다.
김운배 통장은 “지역민들을 위한 마을 사업을 늘 고민한다. 빌라와 그 주변에만 들어온 도시가스를 마을 전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것이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해주려고 노력하고 실행하는 것이 통장의 역할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고봉10통뿐만 아니라 고봉동 27개 통이 화합하고 소통해 전체가 어우러지는 마을이 되도록 작은 힘을 보태겠다. 주민 여러분들의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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