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수석 800점 기증한 최실경·소순희 부부

신혼시절부터 부부 함께 정성 쏟아 수집
시가 수억원 이르는 희귀석 ‘흔쾌히’ 기증

호수공원 플라워북카페에 상설 전시
“꽃과 수석이 어우러진 공간, 사랑받기를”

부부가 함께 40년 가까이 모은 수석을 고양국제꽃박람회에 기증한 소순희 테마동물원 쥬쥬 대표.
[고양신문] 호수공원 꽃전시장 내부를 전면 리뉴얼해 새로운 모습으로 개장한 플라워북카페의 실내공간은 세 가지 소재로 채워져 있다. 두 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꽃과 책. 나머지 하나는 뭘까. 바로 ‘수석’이다. 호수를 향하고 있는 유리창가, 북카페의 회랑에 해당하는 공간에 모양도 종류도 각양각색인 수석 70여 점이 화사한 햇살을 맞으며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호수공원 플라워북카페를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수석들은 놀랍게도 한 부부가 40여 년 가까이 애정과 시간을 쏟아가며 모은 것들이다. 자식 돌보듯 애지중지하던 수석들을 흔쾌히 꽃박람회 측에 기증한 주인공은 바로 최실경 영남향우회장과 소순희 쥬라리움(테마동물원 쥬쥬) 대표다. 돌에 깃든, 그리고 돌을 떠나보낸 사연이 궁금해 플라워북카페에서의 만남을 청했다. 아쉽게도 최실경 회장은 일정상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고, 소순희 대표가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문외한의 눈에도 전시된 수석들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몇 점이나 기증했나.

부부가 함께 수집한 수석들을 모두 기증했다. 숫자로 치면 800여 점이다. 꽃박람회 측에서 그 중 70여 점을 우선 선별해 플라워북카페에 전시한 것 같다. 오랜 세월동안 집에서 돌보던 돌들이 이곳에 놓여있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친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 새롭고 신기하다.

 

❚기증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수석을 기증하자는 생각은 남편이 먼저 했다. 어느 날 뜬금없이 이렇게 말하더라.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내가 고양에 와서 가정도 꾸리고 사업도 하며 평생을 살았으니, 고양시가 내 고향이야. 여생을 잘 마무리해야할 때를 맞았으니, 고양시에 뭔가를 돌려주고 싶어.”

남편의 뜻은 알겠지만, 선뜻 동의할 수는 없었다. 얼마나 고생하며 모은 것들인데 떠나보내다니…. 돌 하나하나마다 우리 부부가 쏟아 부은 정성과 추억이 깃들어있는 것만 같아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또다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고양시가 꽃의 도시잖아. 마침 호수공원 꽃전시관이 새단장을 한다고 하니, 그곳에 수석들이 전시되면 모든 고양시민들이 볼 수 있고 얼마나 좋아?”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이상 반대를 할 수 없었다. “같이 기증서 쓰러 가자”고 해서 고개를 끄덕였고, 그걸로 수석들과 안녕이었다. 역시 우리집 양반이 배포가 크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웃음).

 

❚한동안은 많이 섭섭했을 것 같다. 수석을 모은 이야기를 들려달라.

사실 신혼 초에는 주말마다 수석을 모으러 전국을 돌아다니는 남편이 미웠다. 왜 무겁고 딱딱한 돌에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그런데 부부는 취미도 닮아간다는 말처럼, 언제부턴가 내 눈에도 수석의 가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돌 하나하나에 깃들어있는 아름다움, 그리고 기나긴 시간의 흔적이 느껴졌고, 나중에는 오히려 내가 더 열심히 수석을 모으고 돌봤다.

그러다보니 수석이 집안에 가득 차 있었는데, 20여 년 전 쥬쥬동물원을 개장한 후에는 동물원을 찾는 이들이 수석도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했다. 몇 해 전부터는 수석을 전시하는 별도의 공간을 준비하기 위해 개인 수장고로 옮겨 보관해두었는데, 결국 수석들의 마지막 보금자리는 호수공원 플라워북카페가 됐다. 사람도 돌들도 앞날은 모르는가보다.
 

❚어떤 돌들이 있는지, 가치로 치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암석 자체가 희귀한 것도 있고, 모양이나 무늬가 아름다운 것들도 있다. 화석은 수만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이다. 나무의 형태와 무늬가 고스란히 남은 규화석도 있고, 석회동굴에서 형성된 종유석도 있고, 암모나이트나 삼엽충의 모습을 선명히 보여주는 돌들도 있다. 돌 속에 고대의 식물화석이 들어앉아 마치 꽃을 그린 그림 같은 작품도 있다. 또한 특정한 모양을 연상시키는 돌, 자연의 힘으로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돌, 아름다운 색과 무늬를 보여주는 돌들도 귀하게 여겨진다.

모든 예술작품이 마찬가지겠지만, 수석도 아는 만큼 보이게 마련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신기한 돌멩이에 불과할지 몰라도, 가치를 꿰뚫어본 사람에게는 둘도 없이 귀한 것일 수도 있다. 이번에 기증한 돌들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수억원대라고 추정하지만, 사실 우리 부부가 마음속으로 매기는 가치는 그보다 훨씬 귀할 수밖에 없다. 40여 년의 삶이 그 안에 배어있는 것들 아닌가.

"애정이 깃든 수석들이 멋진 전시공간에 놓여진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수석들이 새롭게 꾸며진 플라워북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와 보니 공간이 너무 좋다. 생명이 있는 부드러운 꽃과 오랜 세월이 단단하게 뭉쳐진 수석이 참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사방에 책도 꽂혀있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한다니 기대된다.

고양시에서 이렇게 다양한 수석, 그리고 희귀 암석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지 싶다. 수석을 나이 든 사람들의 고급스런 취미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와 돌의 신비와 아름다움에 친숙해졌으면 좋겠다. 자연사 교육자료로서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 달라.

남편 최실경 회장은 사업 일선에서 물러나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에 전념하며 여생을 보내시겠단다. 현재 영남향우회 회장을 맡아 회원들의 결속력을 다지며 아주 신명나게 모임을 이끌고 있다.

저는 여전히 경영 일선에서 뛰어야 할 상황이다. 쥬라리움(테마동물원 쥬쥬)을 시대에 어울리는 가족 테마공원으로 리뉴얼하는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쥬쥬동물원은 20여 년간 관람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눈높이와 감성을 수용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호랑이나 바다사자 같은 대형 동물들을 보다 넓은 사육환경이 갖춰진 국내외 동물원으로 떠나보냈다. 쥬쥬동물원의 마스코트와 같았던, 국내 최초로 단일종 번식에 성공했던 오랑우탄 ‘쥬랑이’ 네 가족도 조만간 해외의 동물원으로 이사를 간다. 너무너무 아쉽지만, 모두를 위한 과감한 선택이다. 이제 쥬쥬동물원은 양이나 알파카, 파충류 등 적절한 사육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동물들을 중심으로 쾌적한 가족 테마공원으로 꾸려갈 예정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은 로봇 테마박물관을 꾸미는 일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니로봇과 드론을 소재로 공연도 펼치고 게임도 하는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 꽃과 수석이 어울리듯, 동물과 로봇이 함께 있는 공간도 멋지지 않을까. 쥬쥬동물원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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