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이웃> 표인봉 IB엔터테인먼트 대표

틴틴파이브 · 순풍산부인과 절정의 인기 누려
프로듀서 · 교수 · 창작자… ‘에너자이저 변신’

이달 30일부터 대학로서 창작뮤지컬 공연
친근한 CCM곡 신나게 편곡한 주크박스뮤지컬
성경 에프소드 웃음과 감동 코드에 담아

호수공원 산책 즐기는 24년차 고양시민
“일산처럼 살기 좋은 동네 또 없지요”

일산서구 대화마을 한 카페에서 만난 '24년차 고양시민' 표인봉 대표.

 

[고양신문] ‘표인봉’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군가는 로보캅 개그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던 ‘틴틴파이브’를, 누군가는 국민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의 표간호사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풍부한 커리어와 스토리를 품고 있는 주인공이다. 서울예대의 전설적 개그동아리 ‘개그클럽’을 만든 맏형이었고,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수많은 스타들을 발굴한 최고의 프로듀서였다.

또한 수많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히트넘버들을 한국 팬들에게 소개한 기획·제작자, 대학교 교수를 거쳐 수년 전부터는 IB엔터테인먼트를 직접 설립해 본인이 직접 창작한 뮤지컬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연예술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2020년 여름, 표인봉 IB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신명나는 창작뮤지컬 한 편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이달 30일부터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마마누요>의 마무리 연습으로 한창 바쁜 표인봉 대표가 고양신문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짬을냈다. 대화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표인봉 대표를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치아를 만개하며 웃는 특유의 유쾌함이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 반가워하는 독자들이 많을 듯하다. 인사를 전해달라.

24년차 고양시민 표인봉이다. 많은 분들이 개그맨이나 시트콤 연기자로 기억하시겠지만, 방송 출연이 뜸한 동안 뮤지컬을 꾸준히 기획하고 제작하며 바쁘게 살았다. 이번에는 제가 직접 창작한 <마마누요>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어려운 시기에 작품을 올리게 돼 걱정도 많지만, 후배들과 함께 열정을 쏟는 일은 여전히 너무너무 재밌고 신명난다.
 

▮ 뮤지컬 <마마누요>는 어떤 작품인가.

교회를 다니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신약성경 사복음서(마태·마가·누가·요한)의 머리글자다. 성경 속 비유와 에피소드 15꼭지를 극적인 구성과 유머 코드를 보태 이야기로 엮었다. 그렇다고 해서 성경을 무작정 희화한 것은 아니다. 성경 이야기를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이 관람해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극적 완성도에 힘을 쏟고 있다. 127분의 웃음과 재미, 그리고 마지막 3분의 감동을 확실히 전하는 게 목표다.

뮤지컬 <마마누요>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출연자들. <사진=박석순>

▮ 성경 이야기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절기마다 성경 이야기를 소재로 콩트를 만들곤 했다. 사실 탕자 이야기,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등 성경에 등장하는 비유들은 스토리텔링 면에서 너무도 훌륭한 텍스트들이다. 성경 이야기 속에 숨은 의미와 감동을 본격적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사실 이러한 마음속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7년 동안 정식으로 신학공부를 해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 신학적 오류가 없이 성경을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어떤 이들이 출연하나.

영화배우 강성진과 아이돌그룹 빅플로의 렉스가 주연을 맡았다. 그밖에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인정받은 뮤지컬 배우들이 함께 한다. <마마누요>는 잘 알려진 CCM 노래들을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이기도 하다. 신나는 댄스음악으로 편곡해 출연자와 관객들이 함께하는 싱얼롱 분위기를 연출할 계획이다.

▮ 여러 편의 뮤지컬을 직접 창작했다. 글쓰기를 원래 잘 하나.

틴틴파이브는 히트 앨범도 여러 개 발표했는데, 대부분 작사를 내가 했다. 고3 때 전국 백일장대회 수필부문 장원을 하며 ‘내가 글쓰기에 재능이 있나보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군생활을 하면서도 <굿바이 크리스마스>라는 대본을 한 편 탈고해 제대 후 뮤지컬을 올리기도 했다. 덜컥 개그맨으로 데뷔한 후 한동안 글쓰기를 잊고 지냈다가, IB엔터테인먼트에서 창작 뮤지컬을 만들면서 다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 서울예대 출신 방송·연예인들 사이에서 맏형으로 불린다는데.

85학번으로 서울예대에 입학해 보니, 개그동아리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아예 ‘개그클럽’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눈총도 많이 받았다. 개그클럽 들어가면 학점을 안 주겠다는 탄압도 받았다(웃음). 동아리 문을 여니 끼 많은 친구들이 줄줄이 몰려들어왔다. 85학번은 나와 김정균·배동성을 시작으로 86학번 이영자·이웅호, 87학번 박상면, 88학번 백제현·이병진, 89학번 김진수·이동우, 그리고 90학번 이후로도 신동엽·안재욱·송은이·홍록기 등 쟁쟁한 개그맨 탤런트 영화배우들이 개그서클 출신들이다. 내가 뿌린 씨앗이 싹이 터서 한국 신세대 개그의 계보가 만들어졌다.
개그클럽 선후배들끼리 일 년에 한 번 워크숍을 열어 각자의 경험과 새로운 ‘기술’들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나 역시도 나만의 ‘희극기법 매뉴얼 45가지’라는 자료를 정리해 지금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연예계의 커리어를 두루 섭렵한 표인봉 IB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박석순>

▮ 최고 인기를 누렸던 시절은 언제인가.

아무래도 ‘틴틴파이브’ 시절이다. 91년 후배 신동엽과 함께 연극을 공연하고 있는데, 마침 그 해 SBS TV가 개국을 하며 피디들이 개그맨 지망생을 찾으러 다녔다. 한 달 연극해서 버는 돈을 하루에 벌 수 있다고 해서 신동엽과 함께 개그맨 공채로 들어갔다(웃음). 방송에서는 신동엽이 먼저 두각을 나타냈고, 다음해 개그클럽 후배인 홍록기 이동우 김경식이 방송국에 들어와서 함께 학교 축제에서 했던 개그를 짜서 피디들에게 선보였더니 재밌다고 난리가 났다. 일약 예능 간판프로의 MC로 발탁되며 4주 만에 인기가 폭발했다. 노래도 하고 개그도 하고 진행도 하니까 틴틴파이브 하나만 있으면 어떤 무대든 문제없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무대를 뛰기 위해 헬기를 타고 이동하고, 잠실에서 공연하고 여의도 방송국까지 모터보트를 타기도 했다. 당시 인기를 증명하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자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93년 가요대상을 수상하는 무대의 축하공연을 조용필 선배님이 하기로 돼 있었는데,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 급하게 틴틴파이브가 무대에 올랐다. 덕분에 ‘조용필 빵꾸모찌’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다(웃음).
 

▮ 당시 ‘신세대 개그’라는 평가를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틴틴파이브 이전까지는 최양락 이봉원 등 콩트개그를 하는 선배들의 전성기였는데, 틴틴파이브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아이디어로 승부하며 개그 장르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자부한다. 96년 결혼을 했고, 99년에 ‘순풍산부인과’에 캐스팅 돼 시트콤 연기라는 또 다른 세상을 맛보았다.
 

▮ ‘순풍산부인과’ 이후에는 방송에 출연하는 횟수가 줄었다.

2006년도에 SM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자화사인 SM아트컴퍼니의 대표이사 겸 프로듀서를 맡았다. 가수보다는 예능인을 발굴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첫 작품이 슈퍼주니어의 예능돌 5인방인 은혁, 이특, 강인, 신동, 희철이었다. 이 친구들을 한 팀으로 묶어 ‘틴틴파이브2’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SM 연습생 동기 13명을 한꺼번에 데뷔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고, 그렇게 데뷔한 슈퍼주니어가 대박을 쳤다. 한편으로는 뮤지컬을 제작하는 일에 재미를 느껴 중앙대에서 뮤지컬 석사를 받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몰두했다. 2008년 <재너두>를 시작으로 <동키쇼>, <풋루즈> 등이 그렇게 선보인 작품들이다. 한편으로는 수원 장안대를 비롯해 여러 학교에서 교수로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출연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표인봉 대표. <사진=박석순>

▮ 다시 <마마누요> 이야기를 해 보자. 이번 작품의 주제는 뭔가.

삶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다. 성경 용어로 말하자면 ‘후회와 회개의 차이’랄까.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멈춰서 땅을 치며 펑펑 울더니, 다시 그 길을 간다. 이건 후회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길을 가다 잠시 멈추더니, 방향을 바꿔 다른 길로 향한다. 이게 회개다. 성경의 비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바로 이런 물음일 것이다.
 

▮ 코로나로 어려운 시절에 작품을 올리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지난해 가을부터 기획된 작품이라 포기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웃음). 하나의 공연작품은 기획자, 투자자, 연기자 등 많은 사람들의 ‘직장’이기도 하다. 페달을 멈추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비슷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번 공연이 국제구호개발NGO 월드쉐어 캠페인과 연계됐기 때문이다. 공연 수익금을 전액 구호단체에 기부하기로 한 약속을 어떻게든 실천하려 한다.
상황이 힘겹지만 오래간만에 작품을 준비하는 출연진들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좋다. 이번 공연을 통해 뮤지컬계의 주목을 받는 얼굴들이 몇 명 나오리라고 확신한다. 생활 속 거리두기 공연이라 300명 극장에 관객을 100명밖에 받지 못하지만, 듬성듬성한 좌석이나마 관객들이 꽉 채워주셨으면 좋겠다.
 

▮ 다른 계획을 들려준다면.

지난해까지 뜻을 함께 하는 선후배들과 연예인 봉사단을 꾸려 농촌봉사활동을 펼쳤다. 의사선생님들과 함께 전국의 작은 마을을 방문해 의료봉사와 공연 재능기부를 병행하면 마을 어르신들이 너무도 좋아하신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촌봉사활동을 한 번도 못 해 너무 아쉽다. 하루 빨리 코로나 상황이 끝나고 다양한 만남이 재개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고양시와의 인연을 들려달라.

1996년 결혼을 하며 SBS방송국이 자리한 탄현마을에 신방을 차렸고, 2003년 대화마을로 이사를 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처음에는 잠깐 있다가 서울로 가려고 했는데 틴틴파이브 활동, 아침생방송 고정패널, 순풍산부인과 출연 등이 이어지며 발목을 잡혀 고양시에 눌러 살게 됐다(웃음). 사실은 아내가 일산을 너무 좋아해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변의 자연 환경도 좋고 생활여건도 참 편안하지 않은가. 나 역시 호수공원도 참 좋고, 정겨운 단골집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일산에만도 방송계 동료들이 600여 명 사는 것 같다. 단점도 있다. 다른 동네에서는 커피숍이나 식당에 가면 연예인 왔다고 반가워하는데, 일산은 그게 하나도 없다. 그만큼 연예인이 흔하기 때문인가보다(웃음).
생각 같아서는 <마마누요>를 나중에 고양시에서도 꼭 공연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번 공연이 잘 돼야 한다. 시간이 되시면 오래간만에 대학로 나들이도 하시고, 재미난 공연도 봐 주시기를 바란다. 고양시 이웃들의 뜨거운 성원을 기대하겠다(웃음).

지난달 열린 뮤지컬 <마마누요> 기자회견. 표인봉 대표(맨 왼쪽)가 마이크를 잡고 있다. <사진=박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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