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최인훈 연구소’ 고인의 사적 공간 첫 공개

고양최인훈도서관 추진위, 화정동 자택 방문|
생활공간 소장도서 육필원고, 숨겨진 에피소드...

고양최인훈도서관 추진위원들이 최인훈 작가가 만년을 보낸 화정동 자택을 방문해 고인의 유품을 살펴보고 있다.
고양최인훈도서관 추진위원들이 최인훈 작가가 만년을 보낸 화정동 자택을 방문해 고인의 유품을 살펴보고 있다.

[고양신문] 『광장의 작가 최인훈 소설가 2주기를 맞아 고인을 추모하고 고인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도착했다. 고인이 세상을 뜨기 전까지 거주했던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자택의 거실과 집필공간이 유튜브채널 최인훈 연구소동영상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영상은 고인의 기일에 맞춰 23일 오후 7시에 일반에 공개됐다. 생전에도 사생활 노출을 삼갔던 까닭에 신비주의 작가로도 불렸던 최인훈 작가의 사적 공간과 집필 흔적들이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첫 화면이었다.

동영상은 고양최인훈도서관 추진위원회(대표 김경윤, 이하 추진위)가 최인훈 작가 유족들의 안내를 받아 자택의 거실을 둘러보며 담소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화정동 자택은 작가가 서울 청파동과 갈현동 생활을 거친 후 가장 오랜 기간을 거주하며 삶의 가장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동시에 화두를 비롯해 만년의 여러 작품들이 태어난 산실이기도 하다. 창작된 추진위는 지난 215명의 추진위원들이 자택을 방문해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영상은 작가가 직접 꾸민 거실의 장식장을 살피며 시작한다. 작은 인형과 향수병 등을 버리지 않고 아기자기 모아놓은 모습에서 작가의 소소한 체취가 전해진다. 작가의 아들 최윤구씨(클래식 평론가)갈현동 시절 제가 쓰던 책장을 버리지 않으시고 장식장으로 쓰셨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소파 뒷면에 자리하고 있는 나무책장 역시 갈현동 시절부터 따라온 것이란다. 책장에 꽂힌 책의 연식을 묻는 김경윤 대표의 질문에 최인훈 작가의 부인 원영희씨는 신혼살림을 시작한 청파동 시절부터 보시던 책을 지금까지 가지고 계셨던 것들이 많다고 답했다. 어림잡아도 50여년이 넘은, 작가의 청춘시절 독서편력을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컬렉션인 셈이다. 작가가 앉았던 소파 안쪽 자리에는 소담한 압화 액자가 놓여있다. 작가의 병상을 지켰던 장미꽃잎을 고스란히 말려 만든 액자라고 한다.

거실을 둘러보는 사이 아들 최윤구씨가 두툼한 종이봉투를 들고 나온다. 가족 외의 사람들에게 최초 공개되는 화두의 육필원고다. 원고지 칸칸마다 흐트러짐 없는 필체로 적어나간 글씨들. 머릿속에 미리 긴 소설의 문장들을 완성해놓고, 그것을 원고지에 옮겼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인훈 작가가 쓴 소설 '화두'의 육필 원고.
최인훈 작가가 쓴 소설 '화두'의 육필 원고.

아버지의 육필 원고를 타이핑해 플로피디스크에 담는 작업을 했다는 최윤구씨는 소설 화두의 제목을 아버님께서는 처음에 쇄빙선으로 정하려고 하셨다는 숨겨진 에피소드를 밝히며, 쇄빙선이라는 제목에 맞춰 써 놓으신 미공개 표제시를 공개하기도 했다.

고양시에서는 최인훈 작가의 타계 이후 고양의 이웃으로 살았던 최인훈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기리기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바람을 모아 추진위를 중심으로 고양최인훈기념도서관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올해 2주기에 맞춰 최인훈 작가를 추모하는 유품전시회, 최인훈 작가의 희곡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추모공연 등을 계획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모든 일정들이 미뤄지게 됐다. 추진위 관계자는 행사를 열 수 있는 여건이 회복되면 뒤늦게라도 준비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추진할 계획이라며 고양최인훈기념도서관이 아름답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고양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23일 공개된 최인훈의 집: 거실동영상은 유튜브 채널 최인훈 연구소를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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