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표현한 그림과 향, 시가 주는 위안

잊고 잊혀지고 지우고, oil on canvas, 97x324cm, 2020
잊고 잊혀지고 지우고, oil on canvas, 97x324cm, 2020

2009년부터 2018년까지 9년 동안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국내 작가 16명에게 작업실을 지원한 화이트블럭. 2018년부터는 충남 천안시 광덕면에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을 개관해 16명의 작가에게 2년간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입주 이후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를 선정해 개인전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한재석 작가에 이어, 올해는 2017~2018년 4기 입주작가로 활동한 김건일 작가를 초대해 오는 9월 5일부터 10월 11일까지 개인전 ‘바람이 지나는 길을 개최한다.

바람이 가는 길, oil on canvas, 182x227cm, 2020
바람이 가는 길, oil on canvas, 182x227cm, 2020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을 선포한 지 6개월에 접어들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사회 각지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 중이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이러한 시기에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예술 창작의 본질에 질문을 던지는 작가, 김건일 작가에 주목한다.
‘바람이 지나는 길’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팬데믹 상황에 움츠린 감각을 깨워보길 바라며 기획한 전시로 전시명에 담긴 ‘바람’은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김건일의 마음 동향을 드러낸다. 작가노트를 통해 김건일 작가는 말한다.
“몇 년 전부터 작품에 여유를 두기 시작했다. 단박에 그리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호흡을 고르며 세상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 나갔다. 쫓기듯 열심히 그리는 것보다 작품을 통해 ‘자유’를 경험하는 게 궁극적으로 더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내러티브를 어떻게 전개할지에 고심하던 습관은 잠시 미뤄뒀다. 결과물에 집착하는 대신, 작업 과정의 즐거움과 창작자로서의 ‘진심’을 되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음, 정원, oil on canvas, 65x91cm, 2019
마음, 정원, oil on canvas, 65x91cm, 2019

2010년부터 유화로 숲을 표현해온 김건일 작가는 지금까지 빽빽하고 울창한 숲을 그려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숲 풍경에서는 비교적 여백이 눈에 띈다. 캔버스를 온통 초록의 빼곡한 잎사귀나 나무로 채우는 대신, 신작에서는 바람으로 휜 나뭇가지, 흐르는 물길이 강조된다. 

바람에 흩어진 날들, oil on canvas, 90x145cm, 2018.
바람에 흩어진 날들, oil on canvas, 90x145cm, 2018.

전시는 김건일 작가의 회화와 설치 작업뿐만 아니라 향, 그리고 시가 함께한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작업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향이 가득하다. 허브와 테라피를 연구하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기도 하는 공간, ‘모호한 곳(Moho Space)’이 김건일 작가의 이번 출품작을 떠올리며 숲을 연상시키는 여덟 가지 허브 에센셜 오일을 섞어 이번 전시만을 위한 향을 개발했다. 

비 그친 여름, oil on canvas, 97x145.5cm, 2019
비 그친 여름, oil on canvas, 97x145.5cm, 2019

시인 고우리는 김건일 작가의 숲을 떠올리며 시를 창작했다. 작가가 바람을 통해 느낀 마음을 캔버스에 시각화한다면, 향은 숲에 부는 바람을 상상하며 후각을 자극한다. 시는 푸른 숲을 문자로 천천히 짚어 보길 시도하고 있다. “창작자로서의 진심을 되찾고 싶다”는 김건일 작가의 마음을 따라 숲을 표현한 그림과 향, 시를 음미하며, 곧 다가올 가을을 기대하고 곁을 주지 않았던 지난 여름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전시개요
- 전시기간 : 9월 5일(토) ~ 10월 11일(일)
- 전시장소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 전화문의 : 031-992-4400 
- 주최/주관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 후    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관 람 료 : 3,000원 (카페 이용 시 관람 무료) / 미술주간 (9.24~10.11) 내 관람 무료
- 관람시간 : [주중] 오전 11시~오후 6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1시~오후 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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