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인 인터뷰 - 김희창 8Bike 대표

리컴번트 100% 수입제품
특허등록·1인창조기업 내
독자기술로 개발 이어와  
“함께 할 후배들 나오길” 

 

김희창 8Bike 대표가 누워서 타는 자전거(리컴번트 자전거) 시험 주행을 해보이며
김희창 8Bike 대표가 누워서 타는 자전거(리컴번트 자전거) 시험 주행을 해보이며 "순수 국내 기술로 품질 좋은 리컴번트 자전거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장용희 항공대 박사의 소개로 덕양구 고양동을 찾은 날 김희창 8Bike 대표는 공장 앞 도로를 오가며 열심히 시험주행을 하고 있었다. 누워서 타는 자전거라고 해서 처음엔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개발된 건가’하는 의문을 품었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다. 

몇 가지 종류의 리컴번트 자전거 시승을 해봤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볼 때는 약간은 불편한 듯 보였는데 막상 자전거에 올라타서 페달을 돌리기 시작하자 정말 편안했다. ‘아~이렇게 편안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으면 훨씬 더 오래 탈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타는 내내 들었다. 

“2008년경이었어요. 원래 마라톤을 했기 때문에 이왕이면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자전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러던 어느 날 한강변을 달리는 리컴번트 자전거를 보고는 첫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우선 아쉬운 대로 중고로 구입을 해서 타기 시작한 게 운명이 돼버렸습니다(웃음). 당시 중고가로 300만원에 샀으니 그것도 일반 자전거에 비하면 결코 싼 편은 아니라고 봐야겠죠.”

김 대표는 그렇게 리컴번트 자전거와 처음 조우하며 거금을 들여 구입했지만 자전거를 타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자전거 체인이 외부로 돌출돼 있어 바지에 기름이 묻기도 하고 체인도 자주 이탈하기 일쑤였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그는 그런 불편함을 없애고자 혼자서 요리조리 궁리해서 프레임을 짜고, 체인도 달고 하면서 혼자 힘으로 자신만의 리컴번트 자전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만지고 조립하는 걸 좋아했어요. 진작부터 휴대용 에어백, 액셀과 브레이크 일체형 페달 등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갖더군요. 일체형 페달은 요즘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에서 실제 적용해 생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미국에 있는 조카에게 들었습니다. ‘삼촌이 30년 전에 이야기했던 일체형 페달이 테슬라에 장착됐어요.’라고 전화가 와서 알게 됐죠.”

리컴번트 자전거는 앉아서 타는 직립형 자전거에 비해 몸의 각도를 뒤쪽으로 기울여 누워서 타는 자전거다. 페달 위치, 안장 모양, 위치 등을 개조해 무게 중심을 낮추고 방향 전환 방법도 일반 자전거와는 조금 다르나. 일반 자전거는 오래 타면 허리가 앞으로 숙여져 몸을 세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이 들어가고, 체중이 안장과 핸들에 집중되어 해당 부분이 아프고 오랜 시간 전방을 주시하기 때문에 목에도 무리가 올 수 있다. 하지만 리컴번트 자전거는 뒤로 누워 있는 자세로 타기 때문에 편안하고 힘도 덜 들고 게다가 속도까지 빨리 낼 수 있다.  

김 대표가 8Bike를 만들어 2016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1인 창조기업 과제’를 따낸 것도 국내 기술로 제대로 된 리컴번트 자전거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2012년에 구동체인이 외부로 노출됨에 따른 불편함을 개선하고, 구동체인의 전달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구동체인이 차대(Body Frame) 안에 내장된 리컴번트 자전거에 관한 특허를 출원해 2014년 마침내 특허도 등록돼 있었다. 그 내용을 구체화해 국내 기술로 상용화하고 싶었다.  

당초 계획은 야심찼다. 기술개발과 신뢰성 검증이 완료되면 양산화 과정을 거쳐 구동체인이 내장된 리컴번트 자전거를 생산해 국내 3000명의 동호인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해외 수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동안 10여종의 리컴번트 자전거를 제작하며 시험 운용을 하고, 개인적으로 들어온 주문으로 몇 십대를 판매도 해봤다. 그러나 첨단소재 적용, 디자인 개발, 판로개척 등 넘어야 할 난관이 만만치 않았다. 

김 대표가 항공대 장용희 산학협력단 교수를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 교수는 “3D프린터가 처음에는 수입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한국의 기술력으로 따라잡은 것처럼 100% 수입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리컴번트 자전거 시장도 국내 기술로 따라잡을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항공대학교 지역특화사업센터(경기테크노파크 지역사업단 운영사업)의 지원 등을 통해 항공대가 가진 노하우로 상용화에 도움을 드리겠다”며 흔쾌히 나섰다. 

“리컴번트 자전거 동호회에 나가면 저처럼 60세가 넘은 사람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막상 라이딩을 시작하면 저를 따라올 젊은 친구들이 별로 없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고양 호수공원이나 남이섬 같은 곳에서 리컴번트 자전거를 체험해볼 수 있다면 국내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 것이 분명합니다. 또 오랜 시간동안 자전거를 타야 한다면 리컴번트만한 것이 없거든요. 이제 라이딩을 즐기는 것 뿐 아니라 순수 국내 기술로 품질 좋은 리컴번트 자전거 연구·개발·생산·판매·마케팅에 관심 갖고 함께 참여할 후배들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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