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망둑어 무려 11종
하구 갯벌의 건강성 보여주는 지표종
시민과학의 힘으로 『장항습지 갯골도감』 출간

드넓게 펼쳐진 장항습지 갯벌. [사진=에코코리아]
드넓게 펼쳐진 장항습지 갯벌. [사진=에코코리아]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고양신문] 수도권 북서쪽 내륙에 자리 잡은 고양시에 바닷가처럼 갯벌이 있을까? 고양시민들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없다고 할 게다. 없다는 사람들은 장항습지를 들어가 보지 않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장항습지에는 갯벌이 6할이고 습지숲이 4할이니 말이다.
그런데 ‘갯벌’과 ‘개펄’은 어떻게 다를까. 예전에는 두 단어를 엄격히 구별해서 갑론을박이 많았다. 개펄은 ‘갯가의 거무스름하고 미끈한 흙’을 의미했고, 갯벌은 ‘바닷가의 평평한 땅’을 의미했는데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런 민초들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국립국어원에서는 ‘밀물 때 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물 밖으로 드러나는 모래, 점토질의 평탄한 땅을 개펄 또는 갯벌이라고 한다’고 정리했다. 이제 두 단어는 동의어가 된 것이다. 그래도 습지생태학자의 입장에서는 개펄보다 갯벌이 익숙하니 ‘장항습지에는 갯벌이 있다’라고 쓰련다.

장항습지 갯벌에 1년생 개피가 자라는 모습. [사진=에코코리아]
장항습지 갯벌에 1년생 개피가 자라는 모습. [사진=에코코리아]

갯벌보다 넓은 범위인 ‘연안습지’
해양 쪽에서는 갯벌을 조간대라고 하고 저질의 종류에 따라 모래갯벌(사질조간대), 펄갯벌(니질조간대), 암반조간대로 구분하기도 한다. 갯벌 위와 아래를 나누어, 물이 늘 차있는 아래쪽 얕은 바다를 조하대, 물이 차지 않는 갯벌 위쪽 육상부를 조상대로 구분한다. 습지 쪽에서는  갯벌과 감물(간조의 순우리말) 때 조하대 6미터까지를 연안습지로 본다.
그뿐만 아니라 조상대, 암반조간대나 암석해안와 같이 일시적으로 바닷물에 영향을 받는 곳도 모두 습지에 넣는다. 그러니 갯벌보다 연안습지가 훨씬 넓은 범위다. 다만 우리나라는 습지보전법에 갯벌만을 연안습지로 규정하고 있으니, 이는 앞으로 고쳐야 할 대목이다.

갈대와 줄 등 키 큰 식물들이 자라는 갯벌. [사진=에코코리아]
갈대와 줄 등 키 큰 식물들이 자라는 갯벌. [사진=에코코리아]

갯벌과 갯물숲 교대로 등장
장항습지에 갯벌은 있지만 그렇다고 늘 갯벌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때가 관건이다.  참물(만조의 순우리말)에서 감물이 되는 썰물 때와 그 반대인 밀물 때가 되면 갯벌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물이 완전히 빠진 감물 때에 맞춰 들어가야 온전한 갯벌을 볼 수 있다. 물때는 어찌 알까. 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서 조석표를 검색하여 강화대교 기준 물때에 1시간 정도를 더하면 대충 맞게 된다.
이렇게 장항습지에 물때가 있는 것은 한강에 하구둑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자연하구는 하루 두 번 강이 되었다가 뭍이 되며, 뭍이 될 때 드러나는 하구갯벌이 있다. 하구갯벌은 처음엔 거무튀튀한 개흙이었다가 몇해 지나면 푸릇푸릇 새싹이 돋는다. 첫 개척자식물은 1년생 피들이다. 그 뒤 시간이 지나면 세모고랭이나 새섬매자기 같은 키 작은 물풀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크고 억센 갈대와 줄이 자라기 시작하며 마지막으로 버드나무가 싹을 틔워 숲을 이루게 된다. 갯벌에 생긴 이런 숲을 갯물숲이라 한다.
갯벌이 갯물숲이 되는 과정에서 원래 갯벌에 깃들어 살던 저서생물과 새들은 서식처가 감소하게 된다. 자연하구에서는 그런 상황이 오면 큰 비와 큰 밀물이 함께 들면서 개흙과 식물들을 한꺼번에 쓸어간다. 그러고 나면 갯벌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홍수로 갯벌이 떻어져나간 장항습지. [사진=에코코리아]
홍수로 갯벌이 떻어져나간 장항습지. [사진=에코코리아]

하구갯벌 터줏대감 망둑어
장항습지와 같은 하구갯벌의 터줏대감은 누구일까. 보통 바닷가의 갯벌에는 게와 조개와 갯지렁이와 같은 등뼈 없는 무척추동물들이 산다. 그 사이에 뼈대 있는 집안자식인 어류가 하나 있는데 갯벌 뜀뛰기 선수인 망둑어다. 보통 ‘망둥어’라고 쓰기 쉬운데 표준어로는 망둑어 또는 망둥이로 쓴다. 어류의 종을 얘기할 때는 ‘망둑어과’처럼 망둑어를 사용하고, 속담에서는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처럼 망둥이를 쓴다. 그러나 예외없는 규칙이 어디 있으랴. 우리가 갯벌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말뚝망둥어는 ‘망둥어’를 사용한다. 

장항습지에 사는 말뚝망둥어. [사진=에코코리아]
장항습지에 사는 말뚝망둥어. [사진=에코코리아]
장항습지 갯물숲에 사는 물고기들을 조사해 발간한 『장항습지 갯골도감』의 표지.
장항습지 갯물숲에 사는 물고기들을 조사해 발간한 『장항습지 갯골도감』의 표지.

장항습지 어종 중 망둑어가 20%
장항습지에는 얼마나 다양한 망둑어가 살까? 지난 3년간 시민생태모니터링을 통해 장항습지 갯물숲에 사는 물고기들을 조사해 최근 『장항습지 갯골도감』을 발간했다. 갯물숲 어류도감에 기록된 어류는 총 55종이며, 이중 망둑어류는 11종으로 무려 20%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사는 60종의 망둑어 중에 풀망둑, 아작망둑, 민물두줄망둑, 민물검정망둑, 말뚝망둥어, 흰발망둑, 비늘흰발망둑, 두줄망둑, 댕기망둑, 밀어, 개소겡이 등 18%가 기록된 것이다.
이들이 장항습지에 사는 이유는 당연히 밀물과 썰물, 갯벌과 갯물이 있기 때문이다. 갯물지역(기수역)의 길이가 최소 43킬로미터에 달하니 망둑어 종류가 풍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고양시민이라면 장항습지 망둑어 종류 중에 한 종쯤은 기억해 보자. 순천만에 가면 짱뚱어를 볼 수 있듯이 장항습지에는 11종의 망둑어가 살며 그중 풀망둑이 가장 많다. 이들이 사는 한 장항습지 갯벌은 살아있다. 아주 건강하게!!

민물두줄망둑 [사진=에코코리아]
민물두줄망둑 [사진=에코코리아]
개소겡 [사진=에코코리아]
개소겡 [사진=에코코리아]
민물검정망둑 [사진=에코코리아]
민물검정망둑 [사진=에코코리아]
아작망둑 [사진=에코코리아]
아작망둑 [사진=에코코리아]
풀망둑 [사진=에코코리아]
풀망둑 [사진=에코코리아]
짱뚱어 [사진=에코코리아]
짱뚱어 [사진=에코코리아]

 

어린 버드나무가 자라는 갯벌 [사진=에코코리아]
어린 버드나무가 자라는 갯벌 [사진=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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