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은광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사무국장

17일 개막, 33개국 122작품 선보여
강화된 방역 기준 적용, 오프라인 상영
“영화제는 다큐산업 허브, 상영기회 제공해야”

포스트코로나, 영화제도 언택트 변화 모색
“지역과 소통하며 다양한 콘텐츠 제시할 것”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허은광 사무국장.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허은광 사무국장.

[고양신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17일 개막작 <학교 가는 길> 상영을 시작으로 8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올해로 12회를 맞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축제로 자리매김한 영화제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여러 가지 면에서 규모를 축소해 개최된다. 
15일 오후, 백석동에 자리한 DMZ국제다큐영화제 사무국을 방문해 영화제를 총괄하는 허은광 사무국장을 만났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개막식 준비로 분주한 중에도 반갑게 기자를 맞은 허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조심스러운 시기이다보니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잘 안다”면서 “우려를 감동으로 바꿔드리기 위해 준비와 진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 올해 영화제, 어떤 방식으로 열리나.
규모부터 설명 드리겠다. 이번 영화제에 33개국 122편의 영화가 경쟁과 비경쟁 분야별로 소개된다. 핵심은 모든 작품의 오프라인 극장 상영을 정상적으로 한다는 거다. 하지만 입장객은 30명 이하로 제한되고, 스태프와 다큐 관계자들만 사전 초청된다. 야외상영이나 부대행사 등은 모두 취소됐다. 아쉽지만 일반 관객들은 일부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감상하실 수밖에 없다.

▮ 오프라인 상영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맞다. 특히 DMZ다큐영화제가 경기도와 고양시 등 공공의 지원을 받아 열리는 영화제라 행정당국에서 많은 우려를 표하며 온라인 개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중한 논의 끝에 정부의 방역 2단계보다 더 강화된 자체 방역기준을 적용하는 조건으로 오프라인 상영을 진행하기로 했다.

▮ 오프라인 상영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뭔가.
다큐영화제를 여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관객들에게 양질의 작품을 소개하며 문화적 경험을 넓혀드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큐멘터리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만나고 소통 하는 허브의 역할이다. 전자는 어쩔 수 없다 해도, 후자만큼은 지켜내고 싶었다.
영화제의 위상을 평가할 때 그 영화제에서 첫 개봉을 하는 ‘프리미어 작품’이 몇 작품인가를 보곤 한다. 영화제가 신작 소개의 창구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특히 다큐멘터리 영화는 영화제가 아니면 극장 상영 기회를 영영 얻지 못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제한적이지만 오프라인 상영을 결정하게 됐다.

▮ 참가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다행이라며 반긴다. 영화를 만들며 함께 고생한 이들과 스크린 앞에서 영화를 보고,  자신의 작품을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이들 앞에서 공개해 평가를 받는 자리가 영화인들에게는 무척 소중할 수밖에 없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김정인 감독의 '학교 가는 길'
개막작으로 선정된 김정인 감독의 '학교 가는 길'

▮ 방역에 빈틈이 없어야 할텐데.
강화된 자체 방역수칙을 엄격히 적용해 안전한 영화제를 여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방역의 효율성을 위해 상영관을 고양 메가박스 백석점으로 일원화했다. 또한 5~6층 7개 극장 전체를 빌렸고, 계단과 엘리베이터, 상영관 게이트 등 모든 출입구마다 인력을 배치해 발열체크와 문진표 작성, 손소독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상영관 안에서는 KF94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만 하고, 지정된 좌석 외에는 이동도 불가능하다. 역시 매 회 쉬는 시간마다 분무소독과 표면소독을 하며 방역의 끝판왕을 보여줄 각오다(웃음).

▮ 변화된 상황에서 영화제를 준비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상상도 못했던 일들과 마주하며 공부를 많이 했다. 코로나 상황이 일상이 되는 이른바 ‘뉴노멀’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이제는 영화제도 새로운 변신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당장 내년부터 대부분의 영화제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 뉴노멀 시대가 요구하는 영화제,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 영화제 기간에만 역량과 프로그램을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일 년 열두 달 일상 속에서 콘텐츠를 관객들과 나눠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영화제는 자연스레 그 결실을 확인하는 행사가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다큐멘터리 영화는 시민들의 일상과 접목한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 좋은 장르라고 생각한다.

▮ ‘뉴노멀’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이미 시도했다고 들었다.
온라인 ‘독스쿨(Doc School)’은 다큐멘터리와 교육을 접목한 콘텐츠다. 청소년들이 만든 짧은 다큐 영화를 보고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참가 학생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이번 영화제에선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작품 10편을 더 선정해 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개인이나 단체 누구나 영화와 워크시트를 다운받을 수 있다. 또한 유튜브 채널로 다큐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DMZ랜선영화관 ‘다락(Docu&樂)’도 준비했다. 앞으로도 중년이나 실버세대 등 여러 계층에 맞는 작품들을 선정해 언택트시대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 언택트 콘텐츠라 해도 지역 커뮤니티부터 접근하면 좋지 않을까.
당연하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장에 누구보다도 충실한 게 다큐멘터리의 본령 아니겠나(웃음). DMZ다큐영화제 역시 공간적 토대인 고양시민에게 사랑받는 영화제를 지향한다. 올해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됐더라면, 모든 행사에 고양시민들을 가장 먼저 모실 생각이었는데 아쉽게 됐다. 영화제가 끝난 후에도 지역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모색할 생각이다.

▮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를 바라겠다.
코로나 상황에서 행사를 준비하며, 영화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이 충돌하는 경험을 했다. 행정과 공공, 다큐멘터리 산업, 영화제 사무국 스태프, 그리고 시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영화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가능한 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영화제를 치러내려 한다.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애정 어린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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