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경위 주엽지구대 3팀장, 든든한 경찰 세심한 이웃
1990년 의정부경찰서 첫 근무, 처지 딱한 배달원 배려해주는
중국집 주인 태도 감명 받아 17년째 전국에서 짜장면봉사
사복 차림이어서인지 경찰 느낌보다는 친근한 이웃의 이미지가 더 강해 보였다. 제복을 입었을 때와는 달리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일산서부경찰서 주엽지구대 3팀장 이정표 경위다. 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이 고향인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고 강원도 철원으로 이사했다. 동송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2학년 때 의정부로 또 한 번 이사해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저희 집이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해서였는지 졸업을 하고 바로 직장을 다녀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장남으로 책임감도 있고 집안에 보탬도 되고 싶었어요. 표현에 인색하고 엄하신 아버지와 따듯한 어머니에게 빨리 보답을 하고 싶었죠”라며 “두 분의 영향으로 공공을 위한 경찰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바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또래보다 빠르게 군에 자원했고, 해군에 입대해 만 36개월의 군대생활을 했다. 제대를 앞두고 진로 고민을 하면서 자신의 이름 ‘이정표’처럼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되거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해주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갈팡질팡하는 고민 끝에 경찰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했다. 미친 듯이 노력했고 1990년 경찰공무원에 합격하고 그해 3월 31일 26살의 나이에 의정부경찰서 북부파출소로 첫 출근을 했다. 설렘과 긴장의 연속 속에서 29살, 결혼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남편으로 두 아이의 아버지로 그리고 자식으로 책임감이 더 커졌다.
경찰업무는 늘 긴장의 연속이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일의 연속이지만 현장에서의 일이 주업무인 경찰에게는 그날그날의 새로운 일상은 당연했어요”라며 일과를 이야기했다.
그에게는 직업 외에 또 다른 일상이 있다. 남을 위한 봉사이자 삶에 균형을 이루게 해주는 짜장면 봉사다. 17년째 참여하고 있는 나눔봉사로 그가 인생의 이정표로 삼고 있는 보람의 사회활동이기도 하다. 봉사는 우연히 시작됐다. 2003년 일산서구 탄현지구대에서 근무하며 순찰을 하고 있었을 때다. 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중국집 배달원이 타고 있는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50만원의 벌금을 내지 못한 벌금 수배자였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형편이 좋지 않아 벌금을 내지 못한 것이다. 안타깝게 여긴 그는 배달원이 일하는 중국집으로 동행했고, 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범칙금 미납에 관해 설명을 했다. 중국집 주인은 바로 결정을 하고 범칙금을 납부했다. 이 경위는 고마웠다. 어려움에 처한 배달원에게 당연하게 호의를 베푼 모습이 멋져 보였다.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봉사에 대한 생각이 같은 것을 알게 됐다. 의기투합해 짜장면 나눔 봉사를 같이하기로 하고 시간을 투자해 봉사 방식을 결정하고 계획을 논의했다. 그 시작이 17년의 인연을 만들어줬다. 짜장면 봉사활동을 하는 날은 거의 빠짐없이 동행했다. 군부대 위문과 요양원, 소방서, 학교, 강원도 수해 지역 봉사 등 어려운 환경의 이웃과 응원이 필요하고 힘이 될 수 있는 곳은 고양시 외에서도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금까지 누적된 봉사는 총 108회, 약 430시간으로 직장인으로는 힘든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의 봉사는 세상에 조용히 알려졌고, 경찰청 선정 ‘숨은 일꾼’과 ‘경기애향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힘은 들어도 보람되고 가치가 있어 늘 행복하고 뿌듯했다.
하지만 뒤돌아보니 자기만족과 보람은 있었지만 가족과의 추억과 즐거운 기억이 없었다. 얼마 전에는 아내와 두 아들의 서운한 마음을 알게 됐다. 그동안 변변히 놀러가본 적도 없고 추억거리를 만든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쉬는 날이면 시간을 잘 분배해 가족과 함께 보내려 한다.
“우리 가족들이 저를 위해 묵묵히 참아주며 마음고생을 한 건 사실입니다. 지금의 제가 경찰로 봉사자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죠. 바쁘게 생활하면서 아내의 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네요. 이젠 묵묵히 저를 바라보고 배려해준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시간을 내서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합니다”라며 가족들에게 그동안의 고마움을 전했다.
이정표 경위는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한쪽에 쏠려 있었던 그의 에너지를 이제는 가족과 경찰업무에 분배하려 한다.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 넘치지 않게 모자라지 않게 모두의 행복에 기여하는 것. 이것이 이정표 경위의 ‘삶의 이정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