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가구단지 건립 추진 - 강점희 경기고양시일산가구협동조합 이사장
가구단지 건립추진에 앞장
자족시설로 자리매김할 것
오해의 시선 개의치 않아
“가구인 위한 마지막 봉사”
[고양신문] “기업과 공장이 없는 고양시가 주력 산업으로 키워왔던 산업은 화훼산업과 가구산업이다. 그러나 90년대부터 화훼산업은 시 차원에서 육성하고, 가구산업은 종사자들의 자발적 의지에 맡겨두게 되었다. (···)가구산업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스스로의 이해에 따라 지금의 단지를 조성하게 된 것인데, 가구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집적화된 공간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구체화된 운영기반과 홍보수단을 통해 고양시 가구산업을 한층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 고양시 가구산업의 새로운 비전 세미나&워크숍 자료집 -
2012년 9월 5일 고양시정연수원에서 열린 ‘고양시 가구산업의 새로운 비전 세미나&워크숍’에서 당시 일산서구 국회의원이었던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토론자로 참여해 했던 말이다.
그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양시에는 가구산업을 위한 집적화된 공간이 없다. 아파트가 들어서며 밀려난 가구인들은 주로 식사동과 덕이동 일대로 나뉘어 각각 가구단지인 듯 가구단지가 아닌 곳에서 근근이 생명력을 유지해가고 있다.
지난달 김미수 시의원이 발의한 ‘고양시 가구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이 통과된 이후 다시 <고양가구단지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강점희 경기고양시일산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이 고양시청을 다시 찾았다. 강 이사장은 왜 10년간 그렇게 줄기차게 고양가구단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멈추면 고양시 가구인들 앞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말문을 뗀 그에게 직접 이야기 들었다.
■ 김미수 의원의 ‘고양시 가구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가구단지 조성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것인가.
이번 조례는 가구산업의 발전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구단지의 조성 및 관리’에 대해 필요한 경우 예산 범위 내에서 시장이 지원할 수 있다고 제 5조에 규정돼 있다.
지난해 말 ‘고양시 가구산업 보호·육성 촉구 결의안’ 통과 이후 시의회에서 가구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어 감사하다. 조례 통과를 계기로 가구단지 건립이라는 가구인들 여망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 희망으로 밝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 가구단지 조성부지로 꼭 덕이동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준비작업은 어느 정도나 진행됐던 것인가.
처음부터 덕이동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2014년 고양시 가구산업 종합발전계획 수립 이후 고양가구 공동전시판매장 물류센터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 조사결과 덕이동이 적합하다고 나왔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 전에 구산동, 킨텍스 인근, 종합운동장 주변 등 몇 군데가 검토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물류단지 사업이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실수요 검증에서 잇달아 반려되자 2017년 고양시가 덕이동 일대를 「도시개발법」에 근거한 도시개발사업으로 변경해서 가구단지로 조성하면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조합에서는 그 이후 해당 부지를 매입하거나 토지주들의 동의서를 받는 등 대상지의 부지확보 작업을 진행해왔고, 마침내 지난해 9월 도시개발사업 주민제안을 접수했다.
■ 고양시는 그 제안을 미수용한다고 통보하고 그 입장에는 달라진 점이 크게 없어 보이는데.
2017년 고양시 등 관계부처와 T/F회의 등 다양한 논의와 검토를 거친 끝에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한 물류단지보다는 「도시개발법」에 의한 가구산업·유통단지로 변경 추진하자고 했던 제안에 따라 50억원 가량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부지를 확보했고,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서 제출까지 2년여 동안 달려왔다.
지난해 말 결의안에 이어 이번에 가구산업 관련 조례까지 통과됐으니 관계자 여러분들이 2만여 가구산업 종사자들의 피와 눈물과 노력과 희망이 담긴 고양가구단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기를 진심으로 호소 드린다.
■ 가구단지 조성보다는 분양이익을 남기려는 목적이 더 큰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가구단지에 가구매장뿐 아니라 웨딩홀, 키즈카페, 음식점 등 다양한 테마시설을 들이기 위한 분양이 이루어질 것이긴 하다. 하지만 거기에서 나오는 이익은 철저히 가구인들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가구인이면 누구나 파격적인 금액으로 자신의 매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민간 개발사업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가구단지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고양도시관리공사가 이 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일반의 오해도 대부분 풀리고 시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주리라 믿는다.
■ 왜 꼭 집적화된 가구단지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서로 돕고 협력하면서 활기차게 가구산업을 이끌어가던 우리들은 식사지구와 덕이지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서로 흩어져 각자도생하며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을 유치하기위한 가구업계의 홍보경쟁은 점점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고양·일산 양 가구단지와 각 개별 매장이 홍보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엄청나다. 모두 다 더하면 연간 수십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고양가구단지가 조성된다면 서울 동대문 의류타운처럼 집적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쏟아 붓는 막대한 홍보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 이케아 입점 당시 위기감을 느낀 가구업계의 반발이 엄청났는데 실제 현실은 어떤가.
이케아라는 공룡기업이 고양에 들어오면서 일정부분 타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이케아의 조립식 방식보다는 튼튼하고 내구성 좋은 국내 가구를 더 선호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가구업계가 제품의 질을 더욱 높이고 고객 서비스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한자리에 모인 곳에서 선보일 수 있다면 우리도 충분히 경쟁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 가구산업 발전을 위한 인력 양성도 시급해 보이는데.
가구단지 내에 가구전시 및 박물관을 개설하고 청년창업지원센터와 가구교육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려고 한다. 국내에는 올해 9월 현재 상명대, 홍대, 협성대 등 가구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이 5개 밖에 되지 않는다. 고양가구단지는 유통·판매 중심 집적단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가구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디자인·조형·제품제작 등 가구관련 분야 인재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고양지역 내의 중부대, 항공대 등 각 대학과 관련전공 개설과 더불어 산학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일이 계속 늦어지면서 지치고 힘들어 그만둘 생각을 한 적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 나도 이제 그만 포기해버릴까 하는 고민을 안 해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여기서 멈추면 고양시 가구인들 앞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시 다잡곤 한다. 40년을 가구산업에 종사해온 내가 이제 와서 큰 이득을 보겠다고 10년 넘게 이 일에 매달려왔겠나. 내 개인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조합일보다는 매장에 신경을 쓰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고양의 가구인들을 위한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 이미 가구단지 건립을 위한 타이밍을 놓쳤다고 보는 의견도 있는데.
아파트가 들어서며 고양·일산 양가구단지가 이전할 때 가구인들이 더 힘을 모아 집적화 단지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 때 실기한 것이 정말 안타깝다. 이제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 있는 양 가구단지를 한번 가본 고객들이 흔쾌히 다시 발걸음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구인들과 일반시민 모두 다 알고 있다. 소비자가 늘 믿고 다시 찾고 즐길 수 있는 가구단지를 만드는 것이 내 삶의 마지막 소원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구단지는 단순한 개발 사업이 아니다. 흩어져 있는 가구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으며 경쟁력을 키워주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자족시설의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응원의 눈길과 목소리를 보내달라고 간절하게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