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경 지승공예-공방 대표작가
[고양신문] 대한민국 기능전승자회 노엮개 이수자인 유서경(56세) 작가는 “지승공예(노엮개)는 한지를 잘라서 손으로 한 올 한 올 비벼 꼬아서 엮어내는 긴 기다림으로 완성되는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지승공예의 기초가 되는 ‘외올’을 꼬기 위해서는 대략 1.7㎝ 넓이로 자른 한지에 약간의 물을 축이면서 꼬는데, 약 1개월이란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을 못 견뎌서 멈추는 사람들이 많지만 인고의 과정이 지나면 3분 만에 완성하게 된다.
외올을 매끄럽게 잘 짜야 외올 두 개를 섬세하게 꼬는 겹올을 할 수 있다. 겹올이 기둥이 되고 외올을 넣어서 감싸며 하나의 작품을 짜올라가게 되는데, 속에 뼈대가 되는 틀을 안정감 있게 넣기도 하고 틀 없이도 엮는다.
옛 선조들은 혼례용 가마에 옻칠을 한 지승공예로 만든 복단지(가마요강)를 넣어서 실제로 사용했다. 가마 무게도 줄이고 볼일 보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지혜를 담았다.
유 작가는 “한지로 한 줄을 엮어내기까지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옛날에는 스님과 남자들만 했지만 현대에는 전통공예에 관심 많은 공예인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이토록 인고의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지승공예에 발을 들여놓게 된 데에는 남다른 아픔이 있다. 고양시민으로 20년 넘게 살며 초중고 수학학원 대표원장으로 10년 간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약하며 학부모들의 마음까지 읽어주는 좋은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6년 전 어느 날 5살 터울의 여동생이 병세가 악화되어 안타깝게도 하늘나라로 떠나게 됐다. 너무 마음이 황망한 나머지 6개월 이상 학원도 운영 못하고 우울감에 빠져 지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대학선배가 조계사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의 지승공예 강좌에 데려갔다.
유 작가는 “여리여리하지만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서 공예로 완성되어가는 지승공예의 매력에 마음을 사로잡혔고, 그 동안 동생을 떠나보낸 애석함으로 갈피를 못 잡던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문화센터에서 3개월 수강 후 강사의 개인공방에서도 배움은 계속됐다.
잠재되어 있던 재능을 찾아낸 유서경 작가는 대한민국 기능전승자회 노엮개 이수자, 노엮개 조은실 선생 문하생 및 전통미술여성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3회 대한민국 전통공예상품공모전 은상, 제6회 안동한지대전 특선, 제43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특선, 제6회 대한민국 전통공예상품공모전 동상(2020년) 등을 수상했다. 2017년부터는 대한민국 기능전승자회 정기전시와 순회전시를 했고, 베트남 후에 공예페스티벌 전시에도 참가했다. 올해는 전통미술여성작가회 정기전시에 참가했다.
유 작가는 함함(뚜껑 있는 함), 가마요강, 안경집, 망건집, 화병, 브로치, 기러기 등의 지승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때로는 한지에 먹물, 풋감으로 천연 염색을 입혀서 화사한 멋을 담아낸다. 특색 있는 기러기 지승공예를 위해 신랑은 봄에 채취한 쑥으로 천연 염색해서 몸통에 사용하고, 각시는 양파껍질로 염색해 몸통의 빛깔을 은은하게 나타낸다.
성신여대 대학원 한국문화콘텐츠학과에 올해 입학한 유서경 작가는 “지승공예로 논문을 쓸 예정이고, 책 출판과 개인전도 꿈꾸고 있다. 앞으로도 지승공예의 멋스런 세계를 전파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