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6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최인훈 기념도서관 건립추진위 주최
각자 읽은 ‘광장’의 감동 이야기하고
내가 꿈꾸는 도서관 아이디어 소통
[고양신문] 한국문학의 가장 높은 성취 중 하나로 평가받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 발표 60주년을 기념하는 토크콘서트 고양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27일 일산호수공원 플라워북카페에서 열렸다. 고양 최인훈기념도서관 건립 추진위원회(이하 기념도서관 추진위)가 주최하고 고양신문이 후원한 이날 행사는 코로나 방역단계 향상으로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돼 소수의 인원만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비록 규모는 소박했지만 행사의 의의는 작지 않았고, 내용은 흥미로웠다. 1960년 11월 <새벽>을 통해 발표된 이후 6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분단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밀실’과 ‘광장’이라는 현재진행형의 화두를 여전히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는 경이로운 작품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아울러 만년의 긴 시간을 고양의 이웃으로 살다 떠난 최인훈 작가를 기리는 공간을 시민들이 함께 상상하고 설계하는 ‘열린 도서관’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바람들을 모아내는 자리였다.
행사는 ‘광장’에 대한 회고를 담은 염무웅 문학평론가(한국문학관장)의 영상메시지, 감성듀오 헬로유기농의 축하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염무웅 평론가는 “최인훈 작가의 ‘광장’은 우리 문단에서 처음으로 남북의 현실을 균형 잡힌 눈으로 비판한 작품으로서, 한반도 전체를 비로소 하나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라며 문학사적 의의를 짚었다.
이어 최인훈 작가가 책에 직접 그은 ‘최인훈의 밑줄’을 기념도서관 추진위원들이 릴레이 낭독한 영상이 상영됐다. 『전태일 평전』, 『해방전후사의 인식』, 『카페에서 철학하기』 등 다양한 책에서 ‘최인훈의 밑줄’로 발췌된 문장들을 들으며 참가자들은 독서와 글쓰기가 삶 자체였던 작가의 관심과 체취가 현재진행형의 공감대로 확장되는 경험을 선물 받았다.
2부에선 ‘광장과 나, 그리고 우리-밀실에서 광장으로’라는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진행을 맡은 송원석 추진위원(대화고 교사)은 스마트폰과 포스트잇을 활용해 참가자들의 다양한 응답을 이끌어냈다. ‘
광장은 나에게 000이었다’라는 질문에는 동시성, 술자리, 교과서, 광화문이라는 대답이, ‘광장은 이 시대와 어떻게 연결될까’라는 질문에는 시대공감, BTS, 통일, 자유 등의 다채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개개인의 밀실에서 빚어진 생각들이 다수의 광장에서 유연하고 흥미롭게 소통됐다. 참가자들의 다채로운 목소리들은 ‘광장’의 주인공이 품은 고민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이어 김경윤 추진위 공동대표(자유청소년도서관 관장)의 진행으로 ‘고양 최인훈 기념도서관’의 모습을 함께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꿈꾸는 아이디어를 ‘현실적인, 흥미진진한, 획기적인’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 중 하나를 선택해 제시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현실적 아이디어’에선 정기적인 광장 토론 개최, 소수자의 목소리를 접하는 공간, 10만 서명 발의로 명칭 결정, 남산 열쇠고리처럼 생각을 거는 코너, 분단문학의 중심이 되는 도서관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흥미진진한 아이디어’에선 재활용품을 활용한 플레이룸을 만들자는 의견과 함북 회령 출신 작가를 기리는 의미로 북부가옥 형태로 건물을 짓자는 의견이, ‘획기적인 아이디어’에선 IT기술과 홀로그램을 활용해 ‘최인훈’을 체험하는 롤플레잉게임 공간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김경윤 공동대표는 “추진위원들끼리만 논의할 땐 그 머리가 그 머리였는데, 많은 분들이 아이디어를 보태 주시니 훨씬 생각의 범위가 넓어진다”면서 “오늘 나눈 이야기들이 출발점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도서관이 만들어지기를 함께 꿈꿔보자”고 말했다.
이어 몇몇 참가자들이 각자 ‘광장’을 읽다 밑줄을 그은 부분들을 낭송했고, 마지막 순서로 최인훈 작가의 유족 최윤구·하윤나씨가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광장’ 발표 60주년을 기념하는 고양시민들의 따뜻한 축제가 마무리됐다.
고양 최인훈도서관 건립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최인훈 기념도서관 건립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고양시민들이 함께 최인훈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우리들의 광장과 밀실을 가꾸어가자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상황에 따라 넘나들며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각자가 만난 '광장'을 이야기한 토크콘서트 참가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