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정수남 소설가. 일산문학학교 대표
정수남 소설가. 일산문학학교 대표

 

[고양신문] 돌아보면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기억되는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만큼 금년은 코로나19라는 미중유의 사태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았던 한 해였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어 내년에는 그 기세가 다소 꺾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도 우리를 여전히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금년 우리의 대차대조표는 모든 면에서 적자투성이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개인이 누렸던 자유는 방역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로부터 감시와 통제를 당하게 되었고, 겨우 열 달이 지났을 뿐인데 침체를 더해가는 경제는 끝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으며, 사회적 측면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마스크 착용 등으로 가뜩이나 소통이 단절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관계는 더욱 심화되었고, 불특정 지역에서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확진자 숫자 발표는 팽배해진 불신의 장벽을 더 높였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와 같은 팬데믹이 내년에도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코로나보다 더 전염성이 강한 괴질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비관적인 전망은 우리를 두려움 속으로 내몰고 있다. 그렇게 볼 때 2020년은 우리들에게 무엇보다 예상되는 격변의 시대에 맞춰 미래지향적인 문제, 즉 논외로 여겼던 기후와 자연 복구들을 주요 의제로 다시 끄집어내어 논의하는 게 더욱 시급하다는 것을 경고한 한 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종전선언 등 평화통일의 목소리는 높였으나 어느 것도 열매를 맺지 못한 채 한 해를 넘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되었기 때문에 내년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특히 그가 오바마 시절 행한 것과 이번 대선에서 밝힌 것을 종합해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하지만 세계경찰국가로서의 복귀를 희망하는 그의 패권주의적 선언이 우리의 통일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이번 선거를 통해 보여준 미국식 민주주의의 민낯이나 우여곡절 끝에 당선된 그가 위기 국면에 빠진 미국을 어떻게 이끌어갈까 하는 게 아니다. 그건 그 나라의 문제이며, 그 나라가 해결할 과제인 것이다. 그보다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차원에서 지금 우리와 함께 북한 인민들도 당하고 있는 코로나19를 가급적이면 어떻게 빨리 잠재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과 대북제재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적 타격이 막심한 북한이 내년에는 어떻게 해야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방법 등이 지금 최대의 관심사이다. 안타까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공개적으로 북녘의 인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란 거의 전무하다는 현실이다.

그런 까닭에 새해에는 이와 같이 불합리한 남북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려 분단체제 극복의 과정을 열어가는 구체적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고 본다. 그것은 남과 북이 체제와 사상, 이념, 상호 교통하는 길부터 열어놓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화통일은 결국 당사국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다면 그 같은 문제점 따위는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또 다행히 지금 우리는 이 분야에 탁월한 식견과 견해를 지니고 있는 전문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권도 초기부터 시종일관 굳건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좋은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해도 될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괴리 현상과 평화통일의 의지는 물론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결국 이 모든 것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민족은 지금까지 이보다 더 어려운 시련도 잘 견디어 왔으며, 또 그럴 때마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우리 민족이 지닌 특성이다. 금년에는 비록 이루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분명 우리 모두가 공감할만한 결과물이 나타날 것으로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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