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수첩을 뒤져보니 2009년 4월 7일, 420미터 풀치터널을 걸었군요. 전남 영암에서 강진으로 넘어가는 터널입니다.
“소름끼치는 굉음. 끊임없이 이어지는 쒜에~엑, 쉬이~이, 끼이~익 등 표현하기 어려운 소음들이 전투기 이착륙 소리 못잖다. 등산손수건과 윈드자켓 모자로 귀를 막았는데도 이 정도이니, 터널은 걷는 길이 절대 아니다.”
1번 국도를 따라 해남 땅끝마을까지 가는 길에 만난 터널. 재를 넘는 구 도로를 잘못 찾아 터널을 통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리를 단축하려 했던 어리석은 마음도 거들었지요. 자동차 소음과 매연, 그리고 어둑한 터널 속 길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터널 끝으로 멀리 보이는 빛만이 희망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도로터널 중 가장 긴 터널은 2017년에 준공한 ‘인제양양터널’로 약 11km(10,962m)라고 합니다. 2001년만 해도 경북 영주 죽령터널이 4.6km로 1위였는데, 현재는 5위입니다. 2010년에는 강원 춘천 배후령 터널이 약 5km로 1위였고 현재는 3위입니다.
앞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도로터널 길이 순위는 2위 경북 경주 양북1터널, 4위 인천북항터널, 6위 경남 밀양 가지산터널, 7위 충북 제천 금성터널, 8위 대구 앞산터널, 9위 경북 경주 토함산터널입니다. 모두 4km가 넘는 길이이군요. 첨단 토목기술은 터널과 다리를 놓아 도로를 직선화·수평화하고 있습니다. 경춘고속도로를 자동차로 달려보면 그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1년 가까이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 속을 걸으며 생존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시 감염증이 확산해 모두가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무증상 확진자가 많아서 어디서 어떻게 감염이 이루어지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더 두렵습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희망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지없이 우리를 비웃습니다. 그리고 확진자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희망을 가질 만하면 어김없이 폭발합니다. 벌써 3번째입니다. 이번에는 날마다 1000여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3.0 상황을 맞이할지 모릅니다. 고양시는 달갑지 않게도 확진자 수에서 경기도 1위를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포기하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그나마 남은 희망을 포기하고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고 코로나블루라는 우울증까지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19 감염증이라는 긴 터널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야 할까요. 80% 가까운 국민이 코로나 백신을 맞아 면역력이 생기면 잠잠해질까요.
호수공원에 덩굴식물 터널이 있습니다. 다양한 관상용 호박, 다래나무, 으름덩굴, 포도나무, 인동덩굴, 등나무 등을 심어 놓았습니다. 여름이면 그늘을 만들고 있습니다. 산책꾼들이 햇빛을 피해 걷기에 좋습니다.
플로렌스 윌리엄스는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도시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면 포장도로가 깔리고 사람도 많고 차 소리도 들리는 도시공원에서도 15분에서 45분 정도만 걸으면 기분과 활력과 회복의 감정이 향상된다는 점이다.” 윌리엄스 말처럼 동네 주변 도시 공원이라도 걸으며 아직은 코로나19를 버텨낼 때인가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