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낚싯줄 감은 노랑부리저어새 발견
‘어쩌나…’ 걱정했지만 꿋꿋하게 생존

인간들의 욕심으로 ‘물살이 동물’ 수난
늦기 전에 ‘낚시면허제’ 도입 필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 주걱처럼 생긴 부리 끝부분이 노란색이다. [사진=에코코리아]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 주걱처럼 생긴 부리 끝부분이 노란색이다. [사진=에코코리아]

[고양신문] 소와 쇠고기, 돼지와 돼지고기, 닭과 닭고기…. 살아 있는 생명과 먹거리는 분명 구별해서 부른다. ‘물고기’만 빼고. 왜 살아있는 ‘물’생명을 먹는 음식처럼 ‘고기’라 부를까.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생명들인데 말이다. 늘 잡아서 끓여먹고 삶아 먹고 튀겨 먹고 회 떠먹고 하던 원시적 삶의 습관이 배인 언어일까. 도시민 대다수가 민물고기하면 매운탕을 떠올리고 바닷고기하면 횟감을 떠올리니 언감생심 이 언어습관을 바꿀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도시에서 자란 내 아이가 시골에서 처음 보는 소를 보고 ‘야 소고기다’라고 한다면 부모입장에서 어떤 마음이 들 것인지…. 한자말이나 영어를 잘 안 쓰는 북한에서는 ‘물고기’라고 하면 살아있는 어류를 부르는 말로 주로 사용하고 ‘생선’은 음식용어로 사용한다고 하니 우리와 비슷한가보다. 내친 김에 ‘물고기’보다 살아있는 어감의 말은 없나 찾아보련다.

동물복지론자가 아니더라도 살아있는 물고기를 땅바닥에 패대기치며 하는 시위는 왠지 동물학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살아있는 소나 돼지를 패대기치면 당장 언론이 들고 일어 날 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엄연히 포유류를 ‘젖먹이동물’라 부르기도 하니 어류를 ‘물살이’로 부르자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물살이동물’이라 불러보련다. 

물살이동물을 먹을거리로만 대하던 시절, 온 마을 사람들이 냇가에서 천렵(川獵)을 해서 부족한 단백질원을 보충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 전통이자 공동체문화였다. 허나 야생의 생물자원이 풍부했던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다. 자원은 유한하고 공유재의 비극처럼 순식간에 우리의 물살이동물들은 사라졌다. 외국에서 양식용으로 들여왔다 실수로 하천으로 유입된 배스와 블루길은 고유종을 재물로 삼아서 최강 포식자로 등극했다. 하천바닥과 수변은 해마다 파헤쳐져 ‘사람’만 보기 좋은 하천은 되었을망정 물살이동물들은 터전을 잃었다. 이들에겐 자연적인 물돌이, 주름살 많은 강바닥, 빨랐다 느렸다를 반복하는 물굽이가 필요한데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부족한 물 양을 보충한다고 하수 처리된 물을 상류로 보내 다시 흘려보내니 맑은 물에 사는 종들은 사라지고 오염에 강한 종들만 남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낚시꾼들에 천렵이라니…. 물살이동물들에겐 너무 잔인한 시대이다. 

대안은 있다. 서구처럼 당장 낚시면허제를 시행하면 된다. 낚시면허제란 운전면허처럼 법적으로 허가받은 이들에게만 정해진 구역에서 비용을 내고 낚시를 하게 하는 제도이다. 훼손자부담의 원칙으로 이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다시 물살이동물들의 개체수 회복에 사용된다. 이 제도는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은 될 것이다.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지금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것이다. 

파주 출판단지 습지에서 목격된 노랑부리저어새 무리. [사진=에코코리아]
파주 출판단지 습지에서 목격된 노랑부리저어새 무리. [사진=에코코리아]

낚시면허제는 비단 물살이동물만을 살리는 것이 아니다. 불법으로 버려지는 낚시폐기물에 야생동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얼마 전 파주 출판단지습지(이곳 사람들은 갈대샛강이라 부른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곳엔 산남습지로 물이 나가는 유수지가 있다. 겨울에는 수위가 얕아 큰기러기와 개리무리가 늘 관찰된다. 더불어 대백로와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민물가마우지, 논병아리들이 한가로웠다.

마침 양지녁과 물골에는 멸종위기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 십여 마리가 한가로이 쉬고 있었다. 그중 멀찍이 혼자서 깃털을 다듬는 노랑부리저어새 한 마리가 힘차게 고갯짓을 하길래 줌카메라로 최대한 당겨 카메라에 담아두었다.

낚싯줄에 걸려 고통받는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에코코리아]
낚싯줄에 걸려 고통받는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에코코리아]

그런데 저녁에 컴퓨터에서 모니터링 자료를 정리하다가 ‘아뿔싸, 이런 낭패가 있나’하는 한숨이 절로 났다. 깃털을 다듬고 있던 노랑부리저어새는 사실은 부리에 낚싯줄이 감겨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낚시줄은 다리 안쪽 깊숙이 감겨 들어가 깃털을 상하게 하였고 벗겨진 깃털속에 핏멍이 보였다.

긴급상황이었지만 이미 밤은 늦었고 유수지 출입도 허가가 필요하니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필 그날 밤은 기온도 영하 10도까지 뚝 떨어진 상태였고 낮에 주변에 삵도 어슬렁거렸으니 노랑부리저어새가 무사할 확률은 거의 없었다.

시민생태모니터링을 하다가 다친 야생동물과 맞닥뜨렸을 때 난감하지만, 그보다도 더한 것이 어찌 손을 써 볼 수 없을 때다. 그렇게 날이 밝고 연이틀 현장을 수색한 모니터링단들은 건강하게 살아 있는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나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낚싯줄에 감겼지만 먹이활동도 하며 날아다녔다.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이제는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했다. 낚싯줄을 매단 채 날아다닌다는 것은 포획단계에서 부터 무척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다친 새와 사람 모두 안전하게 포획하고, 안전하게 치료까지 마쳐야 다시 자연으로 방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들아. 낚시 함부로 하지 말고 낚싯줄 아무 곳에나 버리지 말자. 무심코 버린 낚시줄에 뭇 생명들 죽어나간다.   

다행히도 폐낚시줄에 걸려 생사를 넘나들던 노랑부리저어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요즘같이 코로나로 우울한 시기에 우리들에게 이렇게 외치면서 말이다.
‘이 가녀린 생명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으니 너희 인간들도 쿨하게 살아내라’

낚싯줄에 걸려서도 먹이잡이 행동을 하는 노랑부리저어새(오른쪽) [사진=에코코리아 김은정]
낚싯줄에 걸려서도 먹이잡이 행동을 하는 노랑부리저어새(오른쪽) [사진=에코코리아 김은정]
낚싯줄에 걸려서도 생존해 있는 노랑부리저어새 (오른쪽 끝) [사진=에코코리아 김은정]
낚싯줄에 걸려서도 생존해 있는 노랑부리저어새 (오른쪽 끝) [사진=에코코리아 김은정]
노랑부리저어새 아성조. 노랑부리저어새는 얼굴(뺨)이 검지 않아 여름철새인 저어새와 구별되는 겨울철새다. [사진=에코코리아]
노랑부리저어새 아성조. 노랑부리저어새는 얼굴(뺨)이 검지 않아 여름철새인 저어새와 구별되는 겨울철새다. [사진=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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