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특별기고] 포토에세이 - 사진과 마음챙김

2년 동안 주말마다 찾아간 호수공원 연지
삶의 이치 깨우쳐주는 나만의 성소(聖所)
올 한해 우리를 힘겹게 한 문제들…
거대한 변화와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春, 일산호수공원 연꽃호수(蓮池)의 봄 [사진=김기섭]
春, 일산호수공원 연꽃호수(蓮池)의 봄 [사진=김기섭]

[고양신문] 나는 언제나 주말이면 호수공원 연지로 출근한다. 2년 전부터 연꽃잎산책이란 이름으로 마음챙김 사진을 찍으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이제 연지를 찾는 일은 주말 필수 코스가 되었다. 호수공원을 같이 산책하는 아내도 더 이상 말리지 못한다. 연지는 나에게 인생의 이치를 깨우쳐주는 성소나 다름없다.

김기섭 인문치유학자/ 그림책명상학교 대표
김기섭 인문치유학자/ 그림책명상학교 대표

호수공원의 연꽃은 빠르면 5월부터 피기 시작한다. 이때 피는 연꽃은 더할 나위 없이 예쁘고 곱다. 형형색색의 연꽃이 벌이는 향연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연잎은 또 어떤가. 소박하고 정갈하고 든든하다. 연잎이 하나일 때, 두세 개 포개졌을 때, 또 연꽃과 함께 어우러질 때 그 단순함이 주는 참신한 구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싱그럽고 편안하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연꽃과 연잎의 단아함은 사찰의 적막함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듯하다.

연꽃은 탁한 물에서 피어나지만 더럽혀지지 않는다. 비록 자신이 놓여진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를 탓하는 법이 없다. 붓다도 고통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내부에서 찾았다. 모든 고통은 나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으로 보았다. 외부의 조건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생각 속에서 고통을 키우는 경우가 더 많다.

夏. 일산호수공원 연꽃호수(蓮池)의 여름 [사진=김기섭]
夏. 일산호수공원 연꽃호수(蓮池)의 여름 [사진=김기섭]

로마의 노예철학자 에픽텍토스도 이 점을 강조한다. 자유와 행복을 얻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대에게 달린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라, 고 조언한다. 그가 말하는 그대에게 달린 일은 사물에 대해 의견을 내고 의욕을 느끼는 등의 이성적이고 자유로운 것이다. 즉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다. 반대로 그대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은 가족, 재산, 가난, 질병, 평판, 죽음 등과 같은 일이다. 이것은 나의 뜻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이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다.

올 한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어떤 일은 해결되고 또 어떤 일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힌다. 특히 코로나는 올해가 다 가는 이즈음에도 버겁고 힘들고 두렵다. 그렇지만 이 불편한 현실에서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 코로나가 우리네 평온한 일상을 사정없이 뒤흔들어놓았지만 애시당초 그것은 우리의 영역 밖의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이러한 변화를 문제로 보지 않고 거대한 변화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秋, 일산호수공원 연꽃호수(蓮池)의 가을 [사진=김기섭]
秋, 일산호수공원 연꽃호수(蓮池)의 가을 [사진=김기섭]

매해 호수공원의 연꽃잎은 봄여름가을겨울이 다 다르다. 봄에 피는 연꽃의 봉오리는 신비하고 여름의 연꽃은 고결하다. 이들이 열정적으로 연지를 물들이면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이 열정은 가을에도 식지 않고 겨울이 되면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얼음 밑으로 사라진다. 연꽃은 이 변화무쌍을 아무 말 없이 온몸으로 받아낸다. 어느 계절이 연꽃의 절정이란 말인가. 어느 시인의 말대로 변화를 거부하고 확실한 것에 묶여 있는 사람은 자유를 박탈당한 노예와 같다. 계절 따라 순응하는 연꽃잎은 말한다. 삶의 순간순간이 모두 절정이라고.

冬, 일산호수공원 연꽃호수(蓮池)의 겨울 [사진=김기섭]
冬, 일산호수공원 연꽃호수(蓮池)의 겨울 [사진=김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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