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비대면, 코로나블루, 코파라치 등 올해 등장한 신조어가 많다. 모두의 일상을 바꿔버린 코로나의 영향이다. 올 1월, 1명의 확진자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평균 172명의 신규 확진자를 매일 만들며 346일째 우리 일상을 바꾸고 있다.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이토록 불안하고 불편한 적이 있었던가. 신규 확진자가 몇 명을 기록했다는 소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 지 10개월, 2020년의 다른 이름은 코로나 원년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코로나 원년에 바뀐 일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을 했다. 태어난 년도 마다 요일을 정해 줄을 서서 마스크를 샀다. 지하철에는 마스크를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는 경찰이 상시 순찰 중이다. K-방역은 개인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그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유례없는 ‘집합금지’ 행정명령도 익숙해져 버렸다. 메르스보다 감염률이 높고 신종플루보다 치사율이 높은 감염병을 대처하는 방역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카페의 의자와 테이블은 아예 치워졌다. 집합금지 명령을 사적 모임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방역 수칙을 어기는 현장을 보상금 기대하며 고발하는 ‘코파라치’가 등장한 배경이다. 코로나 확진자 규모가 최대치를 기록하는 동안 실업률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코로나 경제위기의 단면이다.
감염병에도 관계 맺고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비대면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대면은 우리 사회 그림자 역시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버렸다. 대면해서 전달했던 복지서비스에 차질이 생긴 것이 대표적이다. 복지관뿐만 아니라 무료급식소, 주간보호시설 등이 문을 닫았다. 요양병원이나 장애인 거주 시설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치료나 돌봄 지원 없이 시설 폐쇄에 급급하다. ‘방배동 모자 비극’과 같이 사각지대의 구멍이 드러나고 있지만, 코로나 시대의 복지 현장은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종합적인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집이라는 공간이 누구에게나 평화로운 곳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드러났다. 작년보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늘었다. 마냥 집에만 머무르라는 행정명령은 누군가를 폭력 속에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에 질문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의 위기는 경제위기에 그치지 않았다.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먹고 살길은 막막한 이들은 심리적 어려움마저 호소하고 있다. 자살 상담 건수가 늘고, 극단적 선택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사례 역시 늘었다. ‘코로나블루’는 코로나만큼 무서운 확산세로 우리 사회를 물들이는 중이다.
1차 대유행이 전국을 휩쓴 직후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 중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감염병 재난을 이겨낼 방안으로 국민은 정치를 선택했다. 거리두기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절망도 깊어지는 이때, ‘위드 코로나’ 시대 정치는 국민을 배신해선 안 된다. 여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며 단 한 명의 국민도이라도 예외 없이 지킨다던 약속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코로나 원년은 코로나블루를 딛고 희망을 제시하는 정치의 길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원년을 지나 코로나 1년은 다르게 기록할 희망의 정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