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각서 위조사건 2차 공판  

문제의 이행각서 사본. 재판부는 각서에 날인된 지장 2개가 모두 본인 것이라는 A씨의 자백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공소사실 입증을 위한 지문감정 결과를 다음 공판까지 증거자료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의 이행각서 사본. 재판부는 각서에 날인된 지장 2개가 모두 본인 것이라는 A씨의 자백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공소사실 입증을 위한 지문감정 결과를 다음 공판까지 증거자료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최성 전 보좌관 B씨 “지장은 내 것”
지장도용이면 공범 소행 가능성 높아  
재판부 “허위자백 의심, 지장감정해야”
검찰 추가수사 및 지문감정자료 필요

[고양신문] 작년 한해 지역정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전·현직 시장 간 이행각서 파동이 전 시장 보좌관 A씨에 의한 조작사건으로 판명 나고 있는 가운데 A씨의 단독범행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A씨가 검찰수사에서 자백한 범행사실의 대부분이 진위가 의심스러운데다가 진술내용을 뒤엎는 증거물 또한 새롭게 제출됐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한 검찰의 수사 확대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6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6단독 권기백 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행각서 위조사건 관련 2차 공판을 통해 제기됐다. 앞서 검찰은 작년 11월 1차 공판 당시 이행각서 위조혐의(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59세)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주요 내용은 A씨가 2019년 2월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이행각서’라는 제목으로 이재준 시장과 최성 전 시장의 보좌관 B씨의 이름을 넣고 인사권 등을 약속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출력한 뒤 날인한 혐의, 문서를 출력한 다음 날 고양시의 한 간부를 만나 위조된 해당 각서를 보여주고 휴대폰 파일 등으로 전송한 혐의 등이다. A씨 또한 1차 공판 당시 각서위조부터 전달까지 모두 본인이 저지른 사실이라고 시인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A씨를 기소하면서 이행각서에 날인된 지장의 당사자인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 피고인의 자백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기소내용과 관련해 검찰에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은 위조된 이행각서 지장 두 개를 모두 본인이 날인했다고 주장하는데 신빙성이 의심된다. 만약 감정결과 각각 다른 사람의 것이라면 공범이 있는 것 아니냐”며 본인의 단독범행이라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최성 전 시장 보좌관 B씨가 A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부분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B씨가 이행각서에 날인된 지장이 본인의 것이 맞다고 주장했으며 그 근거로 지문감정원 3곳에 감정한 결과자료도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준 시장과 B씨의 지장을 모두 본인이 날인·위조했다는 A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사건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B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본인의 지장이 위조각서에 도용됐다는 것이고 A씨의 자백이 허위로 밝혀진 만큼 사건의 경위와 가담자들을 철저하게 밝혀달라는 차원에서 의견서를 보낸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검찰이 A씨 휴대폰에서 복원해 증거자료로 제출한 이행각서 원본사진의 진위여부도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위조각서를 휴대폰으로 촬영한 뒤 전송했다고 진술했는데 포렌식 조사 결과 해당 사진파일 생성 시간대와 발송 시간대가 같은 것으로 나왔다. 촬영한 지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사진을 전송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한가”라며 제3자에 의한 전달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처럼 A씨가 자백한 범행사실 대부분이 반박됨에 따라 검찰의 추가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판부는 “유죄입증책임은 검찰에 있기 때문에 이행각서에 날인된 두 지문이 피고인 A씨의 것이라는 증거자료를 검찰이 제출해야 한다”며 “비록 원본이 아니라고 해도 해당 지문의 동일인 여부는 파악할 수 있다. 피위조자인 B씨가 이행각서 지문이 본인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검찰에서 추가적인 입증자료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A씨에 대한 다음 심리는 2월 3일 열릴 예정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1월 6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6단독 권기백 판사 심리로 진행된 A씨 공판 내용을 정리합니다. 

(중략)
판사: 피고인은 본인이 위조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의문이 많이 든다. 거짓자백을 하고 있다는 매우 강한 의심이 든다. 왜냐면 공소사실에 의하면 2019년 2월 13일이 이 파일의 생성날짜인데 만약 그렇다면(위조 각서) 사진을 미리 찍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진을 찍은 날짜와 사진을 전송한 날짜가 동일하다. 만약 본인이 찍은 사진이라면 전송날짜보다 이전이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피고인에게) 본인이 찍은 거 맞아요?
A씨: 네 맞습니다.

판사: 이해가 안 된다. 증거자료를 보면 사진 찍은 날짜와 보낸 날짜가 같다. 이걸 피고인 본인이 찍은 건지 다른 사람에게 받아서 보낸 건지 디지털 포렌식 결과에 따르면 확인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피고인이 계속 이렇게 진술하는데 만약 유죄(허위자백)로 판정나면 그 죄질이 매우 중하다. 매우 엄한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왜냐하면 이 사건 피위조자인 B씨가 한국에 피해자 변호인을 선임해서 2020년 12월 27일 참고자료를 보내왔다. 검찰은 보셨습니까.
검찰: 못 봤습니다.
판사: 변호사님은 보셨죠?
변호사: 네.

판사: 해당 내용에 따르면 피위조자인 B씨가 해당 문서 지문이 본인 지문과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은 본인 지장이라고 자백했는데 피위조인은 본인 지문이 맞다고 한다. 심지어 주장만이 아니라 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확인해보니 검찰에서는 이번 수사에서 지문감정을 안하신 거 같던데요.
검찰: 네. 지문감정은 원본이 없는 사안이라서….
판사: 원본이 없어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 것 아닌가요. B씨는 사감정 결과를 제출했는데. 
검찰: 사감정은 가능한 걸로 알고 있지만 공소사실 입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판사: 왜냐하면 B씨가 제출한 자료에는 본인 지문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죄 입증 책임은 검찰에게 있는데, 사건이 이상하지 않나요. 위조 당했다는 피해자가 자기 지문이 맞다고 주장하는데. 
검찰: B씨가 제출한 서류를 보고 판단해 봐야할 것 같다. 

판사: (피고인을 보며)피고인은 본인 컴퓨터를 통해 위조했다고 했는데 그 컴퓨터 지금도 사용하나요? 
A씨: 지금은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판사: 그럼 폐기했나요?
A씨: 아닙니다. 어딘가는 있을 듯한데….

판사: 자 피고인. 본인 컴퓨터 어디 있는지 알아요, 몰라요.
A씨: 제가 교체를 해서 처분을 한 거 같은데….
판사: 항상 그렇더라구요. 꼭 필요할 때면 컴퓨터가 폐기되거나 사라지거나. 
A씨: 아닙니다. 다른 사무실에 있을 것 같습니다. 
판사: 그럼 그 컴퓨터 안에 위조한 자료가 다 남아있겠네요.
A씨: 네 그렇겠죠.
판사: 그럼 수사를…. 그런데 웃기지 않나요?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해야 하는데 오히려 유죄를 주장하고 있고 피고인에게 유죄증거를 내라고 하는 게.
A씨: 재판장님 그것이 아니라 당일 날 제가….

판사: (말을 자르며)알겠는데요. 보통 재판정에 서면 명백한 죄를 저지른 사람도 자신이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는데 이 사건은 피해자인 B씨가 위조인(A씨)이 위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은 ‘아니다 내가 진범이다’ 이렇게 주장하니 그게 이상하다는 거다. 판사생활하면서 이런 경우는 거의 못 봤다. 변호사님 이상하지 않습니까.
변호사: 일단 감정확인을 통해 변호 의견서로 제출하겠습니다.

판사: 조서에 기재하겠다. 현재 상황에서는 피고인이 자기 지문으로 찍었다는 피고인 자백과 달리 B씨가 제출한 감정서에는 비록 사감정이긴 하지만 3개 감정기관 모두 B씨 본인의 지문으로 추측된다는 감정결과가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은 적어도 B씨 지장 위조부분에 대해서는 무죄 받을 만한 사안이다. (피고인을 보며)피고인은 왜 기뻐하지 않나요. 본인이 무죄 받을 사안인데. 표정이 더 어두워지시네. 현재로서는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피고인의 자백뿐이다. 
그리고 피고인은 본인이 위조각서를 촬영한 즉시 바로 보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찍고 보내는 데 단 몇 초라도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 않나. 찍자마자 바로 보내는 것이 가능한가요?

김: 가능합니다.

판사: (황당해하며)대검찰청에서도 그건 불가능하다는데 피고인, 어디한번 집에 가서 해보세요. 찍자마자 바로 다른 사람에게 1초 내에 보낼 수 있는지. 이것도 웃기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무죄라고 하는데 피고인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을 가지고 가능하다고 하면서 본인의 행위라고 주장하는 게. 적어도 잘 찍혔는지 확인하고 보내는데 최소 몇 초는 걸릴 것 아닙니까. 대부분은 몇 분이 걸리겠죠. (피고인을 보며)아니 피고인은 무죄라고 하는데 왜 자꾸 불만스럽게 노려보세요. 무죄 받으면 안 되는 사안입니까?

판사: 일단 조서에 기재하겠다. 유죄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는 만큼 이 사건 이행각서의 당사자인 B씨와 이재준의 옆에 날인되어 있는 각 무인이 동일한 사람의 지문에 의한 것이라는 점 및 해당 날인자가 피고인이라는 점에 관해 무인감정에 의한 증명을 촉구한다. 이 사건은 복잡할 것이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대검찰청은 원본이 아니면 동일범인지 100% 확신할 수 없어서 못해준다는 것이지만 사감정을 해보면 적어도 동일인을 확신할 순 없어도 동일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밝혀낼 수 있다. 다시 말해 피고인 지문이 맞는지 아닌지는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피고인을 보며) 피고인은 이재준 지장, B씨 지장 모두 본인 지문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A씨: 예 

판사: 감정결과 두 개의 지문이 각각 다른 사람의 것이라면 피고인 외 공범이 있는 거죠? 자 분명히 다시 묻겠습니다. 피고인 두 개 다 본인 지문이 맞는 거죠? 
A씨:

판사: 만약 두 지문이 모두 동일인의 것이라는 점이 확인되면 그 다음에는 그 지문이 피고인의 것이라는 사실만 확인하면 되겠네요. 검찰에 등록된 지문을 통해 확인해보면 되죠. 그리고 필요하다면 변호인도 복사해서 사감정 해보면 됩니다. 검찰에서도 비용이 문제가 된다면 B씨가 의뢰했던 감정원 3곳이 있으니 그곳에 사실 확인을 해보시고 무슨 근거로 이 지문이 B씨의 지문이라는 의견을 냈는지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피고인은 본인이 유죄라고 주장하니 가장 확실한 방안은 본인이 위조에 사용했던 컴퓨터를 증거물로 제출하면 됩니다.  

(중략)
판사: 속행합니다. 사유는 검찰의 추가증거제출을 위해 속행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다음 재판은 2월 3일 수요일 이곳 법정에서 진행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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