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올해로 97세가 되신 김금순 권사에게는 아주 특별한 6남 3녀 총 9명의 자녀가 있다. 9남매는 고양시, 파주시, 서울 등에 살면서 매일 어머니 안부를 물으려고 화정동으로 출근한다. 이 형제 저 형제는 아침 일찍도 오고 낮 시간에도 오고 형편에 따라 회식 후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찾아뵙는다. 어머니 드실 반찬도 해오고 말벗도 해드리고 안마도 해드린다.
“새벽에 가서 기만이 왔어요! 라고 하면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어찌나 반가워하시는지 안갈수가 없다." 며 풍동에 사는 정기만씨는 흐뭇해한다. 이들을 알고 지낸 최영숙씨는 “매일 어머니 안부를 물으러 9남매가 들락거리고, 모이면 늘 웃음 가득하다”며 “요즘도 그렇지만 조선시대에도 이런 자녀들은 없을 것”이라며 이들의 효성을 칭찬한다.
8째 정동만씨가 화정동 11단지 아파트에서 요양등급 3급을 받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냉장고에는 어머님이 드시면 좋은 것과 절대 드시면 안되는 것을 써서 붙여놓았다. 어느 형제라도 집에 들렀다가 어머님 해드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보라고 붙여놓은 것이다. 자녀들은 어머니한테 해드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동만씨한테 먼저 허락을 받는다. 어제는 무엇을 드셨는지, 오늘은 무엇을 드시면 좋은지, 필요한 물품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 살뜰하게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동만씨에게 의논하는 것이다.
고양시 도시공사 소속 ‘고양시 장애인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동만씨는 2000년부터 연로하신 어머님을 모시기 시작했다. 내성적인 성격인 동만씨는 결혼을 권유해도 “어머님 살아생전에는 어머님을 모셔야 된다.”며 조용히 화제를 돌린다고 한다.
이 가족의 막내인 정기만씨는 “장이 안좋으신 어머니 변을 직접 받아내다가 너무 심해져서 병원에 모시고 가는데 변을 못봐 어머님이 차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시고 아파하시자 동만이 형은 어머님이 병원까지 조금이라도 편안히 가실 수 있도록 안아드리며 ‘내가 아플테니 아프지 마시라’고 울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나도 효자라는 소리를 듣지만 우리 형은 나보다 몇 배나 효자”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대전의 공무원이셔서 대전에 살다가 논산으로 발령 나셔서 논산으로 이주한 후 아버지 퇴직과 자녀들 공부를 위해 서울 화양동에 자리 잡고 살았다. 그후 정동만씨가 낙타고개 근처에서 갈비집 ‘숲속마을’을 시작하면서 형제자매들이 고양시로 입성하기 시작해서 어머님과 5명의 형제자매가 고양시민이 되었다.
어머니 김금순 권사는 공무원 박봉의 월급으로 9남매를 헌신적으로 잘 길렀다. 그녀는 늘 자녀들에게 “어딜 방문하더라도 빈손으로 가지 말고 음료수 하나라도 사들고 가라, 주위 사람 챙겨라!”고 가르쳤고, 지금도 연금과 자녀들에게 받는 용돈을 하나도 남김없이 교회헌금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식료품 등을 구입해서 나눠주신다.
정기만씨는 “부모님은 9남매를 키우시면서 한 번도 매를 드신 적이 없었고 늘 칭찬과 용기를 주시며 차별없이 똑같이 대해주셨다”며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해주셨던 사랑을 아버님이 안 계신 지금 어머님께 모두 드리고 싶은 것이 우리 남매들의 마음인 것 같다.”고 말한다.
9남매는 효도뿐만 아니라 우애도 남다르다. 어릴 때도 싸움 한 번 안했고, 지금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선뜻 나눠주는 것이 일상이다. “영만이 형이 식도협착증으로 중환자실에 계셨는데 어머님과 저희 8남매 총9명이 1주일 동안 중환자 보호자대기실에서 하루도 안빠지고 대기하며 형의 쾌유를 빌었다”고 한다.
9남매의 자녀가 모두 27명이다. 그 중에는 판사도 나왔고 교수, 가수도 나왔다. 덕을 쌓은 가정에는 늘 기쁨이 있다고 했던가. 2021년 새해 벽두에 듣는 효자효녀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