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덕기 감독의 문화 수다]

손덕기 공연기획·연출감독
손덕기 공연기획·연출감독

[고양신문] 설 연휴에 꼭 5명 이하 집합 금지가 아니더라도 딱히 갈 데가 없는지라 애꿎은 TV리모컨만이 나에게 혹사를 당했다. 이 채널 저 채널을 돌려보는데 채널이 100개가 넘는다. , 대단하다. 대한민국에 이 많은 채널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계산에 볼 때 일자리 창출에 한 몫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 모든 채널이 이익을 창출하고 있기나 한 것인가? 의구심도 든다.

이 많은 채널 중 어림잡아 3분의 1에 해당하는 방송프로그램이 트로트 프로를 송출하고 있었다. 그것도 본방, 재방, 삼방심지어 사방까지 내보내고 있다.

트로트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인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비롯해 KBS<트롯전국체전> MBC<트로트의 민족>, sbs<트롯신이 떴다> MBN<보이스 트롯>, <트롯 파이터>등이 트로트를 내건 프로그램들이다. 그것도 모자라 해당 프로그램에서 배출한 가수들이 점령해버린 광고까지, 한 채널 건너 트로트 프로그램 일색이다. TV뉴스도 이상하리만치 열풍이 불고 있는 트로트의 열기를 기사화하고 있다. 좋던 싫던 그 프로들을 조금씩은 봐야 한다.

TV채널을 가득 채우고 있는 트로트 프로그램들 [TV화면 캡처]
TV채널을 가득 채우고 있는 트로트 프로그램들 [TV화면 캡처]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몇 가지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대한민국에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에 놀라고, 두 번째, 많은 사람들이 노래(음악)에 목숨 걸고 직업으로 평생을 살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세 번째, 무척 어린 나이부터 트로트를 시작했다는 것에 놀랐다. , 그 트로트 프로를 전 국민이 시청한다는 것에 또한 놀라고 있다. 나도 보고 있으니.

트로트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측면을 먼저 짚어보자. 코로나시대에 집에만 묶여있는 국민들에게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했고, 자칫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는데 이들은 그것을 해소시키는데 한몫했다. , 소외되어 있던 음악장르를 양지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또한 트로트는 나이 든 어르신들의 음악세계라는 선입견을 당당히 깨뜨리고 일순간에 젊은이들이 즐겨 부르는 장르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그래서 세대 간의 간극을 좁히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담당했다.

우리나라 트로트의 기원은 여러 설이 있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폭스트롯(foxtrot)에서 단순 장음 멜로디 뽕작, 뽕짜작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대중음악인 엔카(演歌)에서 시작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유입됐다는 설도 있다. 일본의 엔카는 무기를 팔러 온 영국인이 일본인에게 영국식 팝을 알려주고, 그것을 일본식으로 고쳐 부르다 엔카라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는 확인 안 된 설도 전해 내려온다.

어찌 되었던 트로트는 순수 우리음악이 아닌 것만은 사실 인 듯하다. 이런 음악에 우리는 2년 가까이 열광하고 있다. 이에 대학에 트로트학과가 생기고 청소년트롯 경연대화가 개최되고 있다는 사실에 예술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열기이 지나치다.

은 구름이다. 구름은 뜨면 가야한다. 그 붐에, 일시적 열기에 청소년들이 미래를 투자한다는 것은 걱정스런 모험일 수 있다. 이제 됐다. 그만하면 성공이다. 우리의 장르도 아닌 음악에 이토록 열광했으면 이제 우리 것에 눈을 돌려 볼 때이다.

국악과 민요 등의 음악장르도 얼마든지 트로트처럼 붐과 열광으로 만들 수 있다. 최근 이날치라는 그룹은 국악을 바탕으로 한 퓨전국악으로, ‘악단광칠이라는 그룹은 우리민요를 바탕으로 현대 감각에 맞게 재해석한 퓨전민요로 일부 젊은 세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음악장르에 오디션 프로가 생기고 각 채널이 이에 반응하고 TV광고에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마음을 정화시킨다라며, 음악의 카타르시스 기능을 설명했다. 이왕이면 우리의 국악과 민요를 대중화시키며 음악의 카타르시스를 누려보면 어떨까.

퓨전국악그룹 '이날치'
퓨전국악그룹 '이날치'
퓨전국악그룹 '악단광칠'
퓨전국악그룹 '악단광칠'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