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혜 기자의 공감공간] 밤리단길 '보타니카 바이 선리'
[고양신문] 봄날이다. 장항습지에는 귀향을 서두르는 재두루미가 모여들고, 마을에는 봄을 알리는 박새의 어여쁜 노랫소리가 가득하다. 이런 날에는 고운 스카프 두르고 화사한 길을 거닐고 싶다. 어디를 가볼까나. 요즘 핫하게 뜨고 있는 밤리단길 골목에서 여심을 사로잡는 카페 하나를 만났다.
상아빛 외벽, 쉬폰 소재의 커튼이 드리워진 통유리가 멀리서도 눈길을 끈다. 입구에는 유칼립투스가 그려진 보태니컬 액자가 맞이하는 이국적 느낌의 카페다. ‘보타니카 바이선리(Botanica by sun lee)’라는 이름의 이 카페는 2019년 10월 오픈 이후로 인스타 맛집으로 등극, 주말이나 저녁시간에는 서울에서 20~30대의 카페 순례객이 찾아온다.
안으로 들어가보자. 실내공간도 흰색에 가까운 상아빛이다.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 도시 같은 느낌이다. 벽면은 아랍식 흙집의 벽을 파내고 만든 선반 같은 형태다. 마치 벽을 빚어낸 듯, 저마다 다른 크기와 모양이 조화를 이뤄 마음을 설레게 한다. 중간 중간 자리한 비정형적인 거울도 특이하다. 말로는 설명이 어렵다.
30대 초반의 카페 주인 이윤지 대표는 “디자인 컨셉은 그리스와 지중해 느낌으로 했고, 프랑스 건축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벽면 장식은 손으로 빚은 느낌을 살리는 데 집중했어요”라고 설명한다.
창업준비에만 10개월이 걸렸단다.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커피잔 하나, 디저트를 담아내는 유리잔 하나, 소품 하나하나까지 모양과 재질을 고민해 직접 몸살 나도록 발품 팔며 구매했다는데 디자인을 전공해서 그런지 남다른 미적 감각이 느껴졌다. 주인장의 이런 고민과 정성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카페 곳곳에서 보이는 보태니컬 작품은 이 대표의 어머니 이선호 작가의 작품이다. 이선호 작가는 호주에 거주하면서 호주의 식물을 주로 그리는 보태니컬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이윤지 대표는 어머니의 그림을 다양한 굿즈로 개발했다. 에코백, 다이어리, 컵받침, 핸드폰 케이스 등 보태니컬 그림이 담긴 상품들은 모두 이윤지 대표가 만든 것이다. 이선호 작가의 활동명 ‘sun lee’를 따서 카페 이름을 ‘보타니카 by sun lee’라고 지었다. “엄마의 작품을 기본테마로 공간을 구성해서 엄마이름을 붙였다”는 설명에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엄마의 유칼립투스 그림이 우리집 시그니처랍니다.”
사람들이 이 카페에 반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디저트. 지금이 제철인 딸기를 이용한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와 디저트가 마음을 홀딱 사로잡는다. 시그니처 메뉴들은 이윤지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독특한 모양의 유리잔에 담긴 딸기티라미슈를 받아들면 눈이 커다래지면서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게 되고 한 숟가락 떠서 입안에 넣게 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 달달함은 언제나 옳다.
달달한 디저트의 짝궁은 역시 아메리카노. 보타니카의 커피는 호주 맬버른을 대표하는 ‘듁스(dukes)’ 커피를 쓴다. 이윤지 대표가 호주에서 디자인학교 다니던 시절 줄서서 먹던 커피 맛을 한국의 손님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서 선택했단다. 조금 높은 온도에서 추출해야 제맛이 나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라마르조꼬 커피머신을 사용한다.
“우리 카페에 오시면 인테리어와 커피맛에서 호주스런 분위기를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타니카가 고양에서 맬버른의 쇼룸같은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이 대표는 보타니카를 ‘한땀 한땀 공들여 만든 카페’라고 설명한다.
“하얀 공간에 들어가면 아주 잠깐 어찔하고 쨍한 느낌 받잖아요. 손님들이 카페에 들어서며 그런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맬버른의 감성과 맛을 즐기는, 휴식과 충전의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화이트톤의 인테리어는 자칫 차가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흰빛에 가까운 상아색의 보타니카 색감은 깔끔하지만 따뜻한 느낌이다. 보타니카에 들어서면 깨끗한 바탕색 위에서 그려진 주인공이 된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공간, 보타니카 바이선리에서 행복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주소 : 정발산동 1349-9
문 여는 시간 : 오전12시~오후10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