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이태원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태원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양신문] 며칠 전, 국내 인구가 사상 최초로 자연감소했다는 통계청 발표를 접했다. 작년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에 비해 3만여 명이나 적은 결과다.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려니와, 국내 인구가 자연적으로 감소한 것도 처음이란다. 국내 합계출산율은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인데 반해, 고령인구 비율은 상대적으로 급속히 늘어나니 당연한 수순이다. 2016년 통계상으로는 2032년쯤으로 예상됐던 인구증감 교차점인 데드크로스가 2019년 발표에서는 2029년으로 당겨졌다가, 불과 2년 만에 9년 앞당겨진 결과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혼인 건수가 감소했을 것임을 감안해도 놀랄만한 결과임은 분명하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막상 인구의 자연감소라는 인구절벽을 눈앞의 현실로 접하니 충격적이라고들 호들갑이다. 인구 감소가 산업 생산력과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려 국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는 이유다. 인구와 도시의 확장 그리고 산업의 팽창이 국가경쟁력을 높여왔다는 측면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듯 확장되고 팽창된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 지구상에서 비록 인구는 적지만 부강하고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를 찾아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인구의 증가나 감소는 출산율과 사망률 사이의 아주 단순한 함수관계다. 세상을 등지는 사람보다 새로 빛을 보는 사람이 많으면 증가하고, 그 반대면 감소할 뿐이다. 다만, 여기에 다른 함수가 끼어들어 연립방정식이 되면 문제를 풀기내기가 그리 간단치 않다. 다시 말해 고령화율, 출산율, 인구 증감의 단순관계를 시간의 함수로 나타내면 세대 간에 걸친 복잡한 함수가 되기 때문이다. 한 세대가 아닌 두 세대 사이에 걸친 함수관계라면 이는 더욱 고차방정식이 된다. 물론 다른 사회보장 문제도 시간의 함수일 수 있지만, 세대에 걸쳐 발생하는 급격한 인구의 증감에 관한 문제는 결국 부양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부양할 노인은 급격히 늘어나는데 경제활동 인구는 반대로 크게 줄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이는 곧 세대 간의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는 문제다.
 
국내 한 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의 결과로 고령인구 비율이 현재 OECD 29위 수준인 15.7%이지만, 20년 후인 2041년에는 33.4%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인구 셋 중 하나는 노인이라는 얘기다. 2048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37.4%까지 오르며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함께 내놓았다. 반면, 출산 가능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2016년 평균인 1.68에도 훨씬 못 미치는 1.3명으로 최하위였다. 그나마 지금은 0.84명에 지나지 않는단다. 생산연령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불을 보듯 훤하다.
 
이제 인구와 생산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우리는 지난 산업사회를 지내오면서 인구는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됐는지도 모른다. 당시는 사람이 생산 활동의 주체였으니 경제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구가 무조건 증가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게다. 하지만 두 자리 수를 오르내리는 개발연대기의 경제성장이 꺼지면서 왕성한 생산 활동도 줄어들었으니, 그것을 떠받들던 주체인 사람의 필요성도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건 그 결과일 수 있다. 신구세대의 역할과 임무 교대는 일정한 시간을 요하는 문제다.
 
당장 고민해야 할 것은 인구는 줄어드는데 머릿수로 떠받치는 기존의 산업사회를 그대로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하는가의 문제다. 최저임금과 일자리 대책, 그리고 경제성장 이론에 대한 갑론을박이 궁극적인 답이 될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우리는 정신없이 지내온 산업화 시대 이후 이렇다 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IT 산업이 있다지만 나아갈 방향을 잡지 못하며 후발국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과거 세대가 만든 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조업은 후발국에 쫒기고 서비스업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후손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물려줄 수 있는 새로운 성장산업이 절실한 이유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인구가 급격히 늘었으니 이제 정상화의 길로 접어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을 정도로 좁은 국토에서 많은 국민이 비좁게 사느라 고생했으니, 이젠 좀 공간적 여유를 누리며 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건 사치일까? 운명처럼 우리에게 다가온 인구 자연감소를 절벽이 아닌 희망의 미래사회로 만드는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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