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엄마가좋아 갤러리&카페

6남매 옷 만든 엄마에게 배운 바느질
수 뜨개질 퀼트하나하나 배우며 힐링

엄마가 좋아출간 후 찾는 이 많아
고급스런 향 품은 프랑스 명품 차 인기

헤이리예술마을 8번 게이트 인근에 자리한 ‘엄마가좋아'
헤이리예술마을 8번 게이트 인근에 자리한 ‘엄마가좋아'

[고양신문] 무언가에 집중한 이의 모습은 마치 구도자를 보는 것 같다. 바느질에 심취해 있는 이들의 모습이 단아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헤이리예술마을 8번 게이트에 있는 엄마가좋아(대표 정경희)’에서는 이런 모습이 일상이다. 이곳에서는 요일별로 소수 인원이 모여 바느질 수업을 받는다.

정경희 패브릭 아티스트가 운영하는 엄마가좋아는 공방이자 갤러리&카페다. 그는 2012년에 엄마가 좋아라는 책을 출간해 가족을 보물처럼 아끼며 잘 웃는 행복한 엄마로 알려졌다. 책에서는 수를 놓고 바느질을 하고 꽃을 가꾸고 반들반들 닦아가며 살림하는 키 작은 살림꾼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일상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 젊은 엄마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80여 평 넓은 매장 입구에는 제각각 개성을 드러내며 서 있는 화초들이 즐비하다. 고풍스러운 테이블 위에는 해외 벼룩시장에서 수집한 그릇과 찻잔 세트, 남편이 만든 목공품들이 진열돼 있다. 산에서 채취해 온 나뭇가지로 만든 리스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인테리어 하나하나는 부드럽지만 단정한 정 대표의 눈길을 닮아있는 듯하다.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일부 품목은 구입이 가능하며, 음료는 차와 커피를 판매한다. 프랑스 대표 명품 차인 마리아주 프레는 향이 자연스럽고 맛은 고급스럽다. 커피는 옆 동에 있는 로스팅 카페의 원두를 공급받아, 종이필터 대신 친환경적인 융 제품을 사용해 핸드드립으로 내린다.

프랑스 명품차 마리아주 프레

정 대표는 자녀들이 그린 그림의 본을 떠서 이불을 만들고, 조각 천을 이어 붙여 커튼을 제작하고, 털실로 가방과 목도리를 뜬다. 그의 손을 거치면 보통의 것들도 특별한 것으로 탄생한다. 요리를 하든, 수를 놓든 정해진 레시피 대신 자유롭게 시도한다. 사람들은 그것이 시중에서 흔히 접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감탄하고 좋아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 이불 만들기 수업을 받고 있던 수강생 3명은 모두 정 선생이 만든 바지, 재킷,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파주출판도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민임석씨는 선생님의 박음질은 정형화되지 않아서 신선하고 세련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목동에서 왔다는 유은씨는 “1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면서 작년 코로나로 실내에 갇혀있을 때부터 이곳에 오면 활력이 생겨서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고 전했다. 고양시 정발산동 보넷길 등 전국 각지에 숍을 차린 제자들도 여럿이다.
 

'엄마가 좋아' 정경희 대표
'엄마가 좋아' 정경희 대표

정 대표는 지금까지 30년 동안 바느질을 했다.
어려서 엄마가 바느질하는 것을 보고 자랐어요. 엄마는 6남매의 옷을 직접 다 해서 입혔고, 맏이인 제 동복도 뜨개질로 따듯하게 만들어 주었죠. 이 옷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저는 엄마가 자랑스러웠어요. 자연스럽게 바느질이 좋았고요.”

자녀 둘을 키우면서 재봉틀은 그의 제일 좋은 친구였다. 턱받이부터 탱탱볼 가방까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었다. 딸이 입시 공부를 할 때는, 옆에서 한땀 한땀 퀼트를 했다. 한석봉 어머니가 자식을 교육하기 위해서 떡을 썰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젊은 시절, 기자인 남편이 해외 출장에서 사 온 외국잡지들 속 바느질 작품의 색감과 질감은 색달라 보였다. 당시 국내에서 유행하던 일본풍을 따르지 않고, 유럽풍 디자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탰다. 수놓기, 뜨개질하기, 퀼트에 프랑스 자수까지 융합한 그만의 독특한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정경희 대표가 쓴 책 『엄마가 좋아』
정경희 대표가 쓴 책 『엄마가 좋아』

처음에는 자택에서 수업을 했고 나중에는 성북동, 한남동, 강화도 등지로 강의를 다녔다. 책을 출판한 후에는 그를 찾는 곳이 더 많아져 이곳저곳을 바쁘게 다녔다. 그러다가 한곳에 정착하고자 6년 전 지금의 작업실 겸 공방을 마련했다.

지방에도 많이 알려져서 부산팀, 대구팀, 울산팀이 와서 12일씩 배우고 가기도 하는데요.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고 있어요. 저는 힘이 있을 때까지 이곳에 있을 겁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어요.”

주소 :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82-91 게이트
문의 : 010-8281-6652

주말·공휴일 휴무, 평일 12시부터 5시까지

여러곳에 진열된 앤틱 그릇들
여러곳에 진열된 앤틱 그릇들
해외 벼룩시장에서 수집한 식기와 찻잔
해외 벼룩시장에서 수집한 식기와 찻잔
수강생들과 수업중인 정경희 대표
수강생들과 수업중인 정경희 대표
원목 가구와 리넨 소품들로 장식된 공간
원목 가구와 리넨 소품들로 장식된 공간
정경희 대표가 만든 의류와 가방들
정경희 대표가 만든 의류와 가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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