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백나무 잎과 열매. 비늘잎이고 열매에는 도깨비뿔 같은 돌기가 나온다. [사진=김윤용]
측백나무 잎과 열매. 비늘잎이고 열매에는 도깨비뿔 같은 돌기가 나온다. [사진=김윤용]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고양신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공공연하게 저지른 신도시 땅 투기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파문은 LH 직원은 물론 공무원과 국회의원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고 의혹은 증폭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공적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 범죄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1000㎡ 이상을 소유한 공동 소유자는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을 받는 세밀한 조건까지 알고 지분 쪼개기를 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자세한 범죄 내용이 밝혀지겠지만 일반 국민도 충분히 추정할 만한 합리적 의심입니다.

LH 직원들은 구입한 땅에 나무를 심기까지 했습니다. 그것도 촘촘하게. 나무를 심으려면 교목이냐, 소교목이냐, 관목이냐에 따라 식재 간격을 두어야 나무가 잘 자랄 터인데 배추나 무처럼 나무를 밀집해 심었습니다. ‘지장물’ 보상 규정을 알고 한 행동일 것입니다. 지장물이란 ‘공공사업 시행 지구에 속한 토지에 설치되거나 재배되고 있어 그해 공공사업 시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입니다. 시설물, 창고, 농작물, 수목 따위지요.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전·이설·이식’할 때 많은 보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보상 규정을 노리고 LH 직원들은 왕버들, 용버들, 대추나무, 단풍나무, 측백나무 따위를 심었습니다. 대체로 희귀한 나무 종이며 값이 나가는 종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향이 좋고 늘푸른 나무여서 측백나무를 조경수나 생울타리로 많이 심었다. [사진=김윤용]
우리 선조들은 향이 좋고 늘푸른 나무여서 측백나무를 조경수나 생울타리로 많이 심었다. [사진=김윤용]

뉴스를 통해 우연히 새로운 나무를 알았습니다. 에메랄드 그린(Emerald Green) 나무입니다. 에메랄드 그린은 에메랄드 보석 같은 녹색을 뜻합니다. 그러니 에메랄드 그린 트리는 맑고 밝은 녹색을 띄는 나무일 것입니다. 도대체 이 나무 종이 뭘까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정원수, 공원수로 심는 측백나무였습니다. 직접 눈으로 관찰을 못했으니 보통 우리가 아는 측백나무 종과 비교해 살펴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자료를 통해 살펴본 바로는 유럽측백나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는 대구시 도동 측백나무 숲입니다. 196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습니다. 도동 숲 안내판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현재 1200여 그루의 측백나무가 굴참나무, 느티나무, 굴피나무, 물푸레나무 등과 같이 섞여 자란다. 이 중 일부는 나이가 수백 년에 이르나 대체로 키 4~5m, 줄기 지름 10㎝ 전후에 불과하다.’

에메랄드 그린 트리와 닮은 서양측백나무. 원뿔 모양으로 멋있게 자라고 있다. [사진=김윤용]
에메랄드 그린 트리와 닮은 서양측백나무. 원뿔 모양으로 멋있게 자라고 있다. [사진=김윤용]

측백나무는 중국 원산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잎이 옆으로 나온다고 해서 ‘측백(側柏)’이란 이름이 왔다고 합니다. 향이 좋고 늘푸른 나무여서 옛날부터 선조들이 조경수나 생울타리로 많이 심었습니다. 키는 25m, 나무 지름은 1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측백나무과 늘푸른 큰키나무로 분류합니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세로로 죽죽 갈라지고 어린가지는 녹색이었다가 점차 적갈색으로 변합니다. 잎은 비늘 모양이고 겹쳐지며 뾰족합니다. 열매는 방울열매이고 가을에 갈색으로 익습니다. 열매에는 도깨비뿔처럼 돌기가 나타납니다. 서양측백나무는 측백나무를 닮았고 서양에서 왔다고 붙은 이름입니다. 북미가 원산지이고, 나무 외모가 원뿔 모양으로 자라서 공원과 아파트단지에서 조경수로 많이 심습니다.

에메랄드 그린 트리. 유럽측백나무라고 할 수 있는 이 나무를 알았다는 사실로 LH 직원 신도시 땅투기 사건에 고마움을 느껴야 하나, 참으로 곤혹스럽습니다. 국민 분노가 끓어오르는 이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땅 투기꾼들을 응징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