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대길상공덕회, 지역사회 이웃위한 ‘자비의 빵’ 나눔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나눔 고민
공덕회 회원들 매주 빵 직접 제작
지역 내 결식아동·노인들에게 전달
“어려울수록 이웃과 나눔 앞장서야”
[고양신문] “대길상공덕회 빵굼터 첫 빵을 구웠습니다. 테스트용으로 구운 빵인데 이렇게 잘 구워진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제빵·제과 선생님들과 봉사자들의 열정으로 시작된 빵굼터. 이제 시작입니다.”
일산동구 식사동에 있는 길상사 보산 주지스님이 신도들의 봉사단체 대길상공덕회(회장 김원국) 밴드에 남긴 글을 보며 ‘사찰에 웬 빵굼터?’라는 의문이 들었다. 길상사를 찾아간 16일 오전 전직 고양시 공무원인 이정진 공덕회 부회장과 여러 명의 봉사회원들이 한창 밀가루를 반죽하고 기계에서 빵을 구워내고 또 포장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 저희가 직접 만든 식빵 80여개와 고양시에 있는 베이커리 회사 디앤비에서 후원한 빵 150개를 더해 주교·성사·고봉·풍산동 주민센터와 일산서구노인회에 전달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전해주고 싶지만 코로나로 인해 그렇게 하질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죠.”
경제가 성장하고 복지시스템이 갖춰져 밥 굶는 사람은 없겠거니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전히 복지혜택을 받지 못해 밥을 굶거나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어린이, 청소년, 어르신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무료급식이 중단되고 소득활동이 줄어 가정경제가 위태로워지고 심지어 가정이 붕괴돼 먹는 것조차 힘겨워진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보산 스님과 대길상공덕회가 길상사 사찰 내에 빵굼터를 마련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대길상공덕회는 인종·종교·국적·이념을 뛰어 넘어 온누리에 자비를 베풀며 사랑을 실천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모임이다. 2018년 3월 경기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군장병과 지역 내 보육원, 양로원, 병원, 복지관, 교도소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회원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을 직접 찾아가 짜장면, 떡볶이, 피자 등을 만들어 나누는 활동을 해왔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는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습니다.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죠. 비대면 시대에 맞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빵을 직접 구워 필요한 이웃들에게 전하자고 회원들과 의기투합했습니다.”
지난해 연말 유진에이스(대표 유승호)로부터 대형오븐기와 100인분 가스밥솥을 기증받았다. 직접 서울 동대문구 황학동 주방거리를 돌아다니며 빵을 굽기 위한 반죽기와 숙성기도 중고로 구입했다.
거액을 들여 전기·가스 시설도 설치하고 준비를 갖춘 후 (주)디앤비를 찾아 빵 굽는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했다. 아무 말 없이 이야기를 듣던 신영이 대표가 “스님, 빵 굽는 일이 쉬운 게 아니에요. 저희가 빵을 지원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회사도 코로나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더욱 힘들게 지내는 아동과 이웃들을 돕겠다고 나선 보산 스님과 회원들의 뜻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그 후 지속적으로 대길상공덕회에 빵을 후원하고 있다.
“자신의 신앙을 지키겠다며 사회의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답답합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오히려 종교가 사회적 역할을 더 늘리고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봐요. 저희 빵굼터는 빵만을 굽는 것이 아닙니다. 희망도 함께 굽고 있죠. 거액의 금액을 들여 시설과 장비도 마련한 만큼 결코 일회성으로 끝낼 수도 없어요. 사실 그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빵을 먹는 아이들이 빵만이 아니라 희망을 한가득 먹으며 이 사회의 주역으로 무럭무럭 성장하는 꿈과 보람을 매주 저희 봉사 회원들이 빵 봉지에 가득가득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