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친구야 책방가자’프로젝트 성공예감
1만5천원 도서교환권 지원
지역서점 10대 고객 확 늘어
코로나 지친 서점계 ‘반색’
[고양신문] 중고등학생들의 하교가 시작되는 4~5시경. 지역서점인 한양문고 주엽점에 학생들이 하나둘 북적이기 시작했다. “지난주에만 130명 넘는 학생들이 책을 구매해갔어요. 이번 주는 훨씬 더 많이 다녀갔구요.” 학생들이 서점을 찾는 모습 자체도 흔치 않은 풍경이지만 더 놀라운 장면은 따로 있었다. 그전까지 참고서 구매만 하던 청소년들이 인문학 서적이나 소설을 사보기 시작했다는 것.
서점 관계자는 “그동안 인문학 코너는 40~50대가 주로 찾는 곳이었는데 10대 학생들이 이곳에서 직접 책을 고르고 구매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매우 고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지역 내 청소년들의 서점방문이 늘어난 것은 올해부터 고양시가 시행중인 ‘친구야 책방가자’ 프로젝트 덕분이다. 고양형 혁신교육 1호 사업으로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는 지역 중고등학생 5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1인당 1만5000원의 도서교환권(북페이)을 지급해 지역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지역화폐 형태의 도서교환권을 지급하는 정책은 전국에서 고양시가 최초다.
북페이를 지급받은 학생들은 참고서나 문제집을 제외한 본인이 원하는 책을 1만5000원내(초과금액 본인부담)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 시 평생학습과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책 선택의 자율권을 줌으로서 즐겁게 책 읽는 독서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이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며 “또한 학생들에게 오프라인 서점 방문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지역사회와 서점이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담당부서는 이번 사업을 앞두고 지역서점, 학교 등과 함께 협의회를 운영해왔으며 그 결과 33곳의 지역서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시 관계자는 “처음 몇 달간은 시행착오를 예상했는데 불과 2주 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모니터링 결과 학생들이 하교 후 피시방 대신 서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고 지역서점들도 새로운 고객층을 잡기 위해 별도의 추천도서코너를 만드는 등 선순환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취재현장에서 만난 한 학생은 “그전까지는 서점에서 책만 파는 줄 알았는데 와보니 문화공간도 많고 스터디룸도 있어서 앞으로도 자주 찾을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역서점과 학교 또한 고무적인 분위기다. 고양시 지역서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김남인 후곡문고 대표는 “학생들이 서점에서 북페이를 들고 인문학 코너에서 직접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보면서 큰 희망을 얻었다. 정책 하나가 독서문화와 지역서점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모습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지역서점들 또한 분발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고객을 위한 북 큐레이팅 등을 갖추고 서로 노하우를 공유해가며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사고 오유미 교사는 “우리학교의 경우 학생 진로관련 교양서적이나 수행평가 심화도서 등을 추천할 예정”이라며 “학교 입장에서는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고 학생 입장에서는 서점방문을 통해 독서능력과 자기성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시는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참여 학교와 연계해 ‘행복한 인문학 책방 운영프로그램’, ‘친구와 함께 책 돌려 읽고 포토카드 만들기’, ‘차별화된 아침 독서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양시 온마을배움터 신동석 장학사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독서량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별도로 연구해 볼 예정”이라며 “다른 지자체에도 이러한 북페이 지원사업이 확산되길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