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대학교 박사과정 최재희씨가 전하는 미얀마 상황
쿠데타 이후 시민불복종 전개
유혈진압으로 수백명 희생
인터넷 차단, 계엄령 이어져
대사관 시위, 문화제 동참 중
[고양신문] “참담한 마음이죠. 함께 공부하던 동기들과 학생들 모두 시위에 나간 뒤로 연락도 잘 안되고 일부는 생사여부도 모르는 상황이에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곡동에 살고 있는 미얀마 유학생 최재희(30세)씨는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뒤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인 최초로 양곤대학교 오리엔탈학과에서 박사과정 중인 최씨는 작년 코로나 영향으로 잠시 귀국한 뒤 당초 올해 상반기 중에 복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 실상을 알리고 이를 규탄하는 활동에 나서느라 여념이 없다.
“쿠데타 당일에 미얀마 지인으로부터 영어와 미얀마어로 된 긴급 속보를 전달받았어요. 그전에도 군부로부터 쿠데타 암시발언이 있긴 했지만 설마하니 실제로 일으킬 줄은 몰랐죠. 지금은 학교가 폐쇄되고 논문을 지도해주시던 교수 한분도 잡혀가셔서 생사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해요.”
군부쿠데타 직후 미얀마 국민들은 현재 시민불복종(CDM)운동과 게릴라시위를 이어가며 두 달째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최재희씨가 다니던 양곤대학교 학생들과 교수들 또한 여기에 적극 결합 중이라고.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시위 초기부터 민주화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등 유혈진압으로 일관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망자만 최소 500여명. 최씨는 “총사령관이 직접 시위대의 머리에 총을 쏘라고 명령하기도 하고 지난달 26일에는 아예 국영방송 등에서 시위대에게 머리와 허리에 총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선포하기도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최씨의 학교가 있던 양곤 시의 경우 지난달 14일부로 계엄령이 내려진 상태다. 최씨는 “지금은 군부가 와이파이도 끊어버린 상태여서 현지 지인들과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살아있는지 안부문자를 보내도 답변을 기약할 수 없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2012년부터 미얀마를 왕래해온 최재희씨는 그곳 사람들의 민주화 열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2015년 민주화 이후 확실히 자유로워 진 걸 느꼈어요. 군인들의 삼엄한 경계도 사라졌고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한층 밝아진 게 보였죠. 무엇보다 민주정권을 경험하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느꼈기 때문에 아마 옛날로 돌아갈 순 없을 거에요. 다들 죽음을 각오하고 시위에 나서는 이유죠.”
최 씨는 현재 미얀마 출신 한국유학생들로 구성된 재한미얀마유학생협회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경기아트센터에서 ‘미얀마의 봄날’이라는 주제로 문화제를 열기도 했고 미얀마 민주화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 또한 함께 준비했다. 최근에는 주한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유학생들과 함께 미얀마 상황을 알리기 위한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시절 아웅산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한국지부 네툰나잉 회장과의 인연으로 미얀마 전문가의 길을 꿈꾸게 됐다는 최재희씨. 마지막으로 최 씨는 “미얀마 시민들은 한국의 민주화운동 역사와 경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민주화 선배 국가로서 이들에 대한 많은 지지와 연대를 부탁드리며 고양시민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