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고양신문]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이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이 연일 새로운 숫자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1980년에 우리나라 광주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는 비극이 미얀마에서 또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 세력의 학살 행위는 그칠 줄 모릅니다. 이런 미얀마 군부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무슨 말로 규탄할 수 있을지 난감할 지경입니다.
그러면서 기억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강남 봉은사 전 주지였던 명진 스님과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수경 스님, 그리고 미얀마 전쟁고아들을 지원해 주는 시민단체 ‘세상과 함께’ 이사장 유연 스님 등입니다. 이 분들과 함께 저는 지난 2018년 미얀마를 방문한 바 있습니다. 10일 동안 체류하면서 만나본 미얀마의 사람들은 너무나 순수했고, 미소가 아름다웠습니다. 가난했지만 행복해 보였고 친절했습니다. 아이들은 수줍어하면서도 낯선 외국 손님들에게 보다 더 자신들의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애썼고 함께 밥을 먹으며 자신의 맛난 반찬을 양보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미얀마 사람들이 지금 학살의 공포와 두려움 속에 방치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때 만났던 그 착한 아이들이 무사히 지내고 있는지 걱정도 되고 염려도 됩니다. 도대체 이런 학살 행위가 문명의 시대인 2021년도에 저렇게 자행될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 요즘입니다. 시위에 나선 이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집에 있던 어린 소녀들까지 조준사격으로 학살했다는 미얀마 군부의 죄악은 분명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80년 5월 광주에서 자행된 10일간의 학살 행위 역시 그로부터 41년이 지나가는 지금까지도 진상규명과 단죄가 이뤄지듯 미얀마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인륜 범죄 행위 역시 그런 역사적 단죄가 이뤄지리라 믿습니다.
다만 이런 미얀마 군부의 범죄행위에 대해 국제사회가 조속히 공동대응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국제연합(UN)의 역할이 뭐냐며 따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문명국가들이 국제연합을 구성한 것인데 왜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누구라도 저 미얀마 군부의 학살행위에 대해 안된다고 외쳐야 마땅한데 매일 늘어나는 희생자 숫자만 보도될 뿐,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는 것이 너무나 이해할 수 없는 절망입니다.
미얀마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다른 세계의 누가 아니라’ 우리가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80년 광주에서의 비극이, 그리고 지금 자행되는 미얀마 군부의 학살행위가 지금처럼 방관하게 된다면 다음엔 우리가 그 비극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 저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범죄행위에 대해 외면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10일간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저는 전쟁고아들을 보호하는 시설에서 아이들이 먹을 닭볶음탕 300인 분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조리시설이 없어 장작불에 조리를 하다 보니 그 연기 때문에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때는 그 연기가 너무나 싫었는데 지금은 그립습니다. 지금처럼 죽어가는 미얀마 사람들을 생각하며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아이들의 입에 들어갈 음식을 만들기 위해 흘렸던 그 눈물이 아름답게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하루빨리 미얀마 국민들이 안전해 질 수 있도록 우리나라 정부부터 뭐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입니다. 저는 평화를 기원하는 미얀마 국민들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국민을 학살하는 미얀마 군부세력을 더할 나위 없는 큰 소리로 규탄합니다. 역사가 그들에게 천벌을 내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