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벽제관지 방문한 김현모 문화재청장

벽제관지 현황 점검 후 의견 경청
정책전문가다운 문화유산 활용정책 제시
 
23년째 고양에 거주하는 반가운 이웃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효릉 개방 등
고양의 숙원 사업 “꼼꼼히 추진할 것”

 

김현모 문화재청장(사진 가운데)이 고양 벽제관지를 방문했다. 왼쪽은 문화재청창의 일정에 동행한 이재준 고양시장.
김현모 문화재청장(사진 가운데)이 고양 벽제관지를 방문했다. 왼쪽은 문화재청창의 일정에 동행한 이재준 고양시장.

[고양신문] 대한민국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정책을 총괄하는 김현모 문화재청장이 3일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벽제관지(碧蹄館址)를 방문했다. 김 청장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우산을 쓰고 벽제관지와 주변 시설을 꼼꼼히 둘러봤다.

방문 현장에는 고양시에서 이재준 시장과 박노철 교육문화국장, 정준배 문화예술과장 등 관련 공무원들이 동행했고,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진흥원장,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 지용원 고양동 주민자치위원장, 이성한 호비문화연구소장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벽제관지 현장 방문 후 인근 중남미문화원으로 자리를 옮겨 벽제관 복원과 향후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의 벽제관지 방문은 고양시민들에게 남다른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김 청장이 23년째 고양에 살고 있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양시 덕양구 내곡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현모 청장은 30년간 공직생활에 몸담아온 정통 행정관료로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기획관, 문화재청 차관 등을 지낸 후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장에 임명됐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을 만나 문화재청의 주요 사업과 고양시 문화유산의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현모 문화재청장. 23년차 고양시민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현모 문화재청장. 23년차 고양시민이기도 하다.

❚고양의 이웃으로서 고양 벽제관지 방문을 환영한다. 방문 목적은 무엇인가.

벽제관은 고려시대 이후 중국과 교류의 관문 역할을 하던 중요한 역사유적이다. 문화재청은  오는 9월까지 벽제관지 미발굴구역에 대한 정밀조사를 마무리한 후 발굴조사 결과에 따라 벽제관지 복원을 연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오늘 이재준 시장과 지역 분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벽제관지 복원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주변의 의주로, 고양향교, 선사시대 호랑이굴, 중남미문화원 등과 연계해 고양시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과 연계한 문화유산 관광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 같다.

지역에 있는 문화재를 이용해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지역문화재 활용 사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지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활용한 ‘세계유산축전’을 새롭게 시작했다. 앞으로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재들을 새로운 관광모델의 핵심자원으로 발굴하고자 한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고양동 중남미문화원으로 자리를 옮겨 고양시 공무원 및 지역인사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고양동 중남미문화원으로 자리를 옮겨 고양시 공무원 및 지역인사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문화재의 보존·관리, 활용과 관련해 문화재청과 지자체는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문화재청은 중앙에서 정책과 예산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지자체는 지역에 있는 문화재를 현장에서 관리하며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문화재 정책은 여전히 인력과 조직, 예산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와 원활하고 효율적인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문화재청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을 소개한다면.

내년 1월 개소를 목표로 ‘세계유산 국제해석설명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유산 국제해석설명센터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치를 조명하고, 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또 하나는 ‘DMZ 세계유산 남북 공동등재’를 추진하려 한다. 세계에서 유일한 비무장지대의 역사·생태적 가치와 더불어 분단과 갈등의 기억을 벗어나 평화와 협력, 치유라는 가치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고양시민들도 큰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대성동 인근에서 진행된 DMZ 주변 조사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대성동 인근에서 진행된 DMZ 주변 조사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고양시는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도시’라는 이미지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신도시’라는 양면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문화유산적 측면에서 고양시의 위상을 어떻게 평가하나.

고양시는 서울과 인접해 있고, 한강 하구의 넓은 평야가 형성되어 있어 선사시대부터 오랜 역사가 켜켜이 축적된 지역이다. 그만큼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37건의 국가·시도지정문화재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오늘날 대규모 아파트로 대표되는 도시 이미지를 탈피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유산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명품도시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고양시와 고양시민들은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염원하고 있다.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우선 한양도성, 남한산성, 화성 등 국내외 주요 성곽들과의 면밀한 비교를 통해 세계유산적 가치를 심도 있게 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북한산성 단독 추진보다는 서울시와의 협업체계를 구축해 한양도성-탕춘대성-북한산성을 아우르는 조선 후기의 도성방어체제의 탁월한 차별성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등재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산성 [사진=이재용]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산성 [사진=이재용]

❚창릉 신도시와 인접하게 될 서오릉은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함께, 생태적 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 역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은 서울과 경기권역에 위치한 조선왕릉 내에 다양한 식생환경을 테마로 한 ‘조선왕릉 숲길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고양 서오릉은 작년에 약 4.5km 구간에 기존 ‘서어나무숲’을 테마로 한 숲길 조성과 편의시설 설치를 완료하였으며, 올해에는 창릉 일원 약 2.1km 구간에 ‘소나무숲’과 노약자 편의를 중심으로 한 숲길을 조성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밖에 서오릉 능침 특별개방, 고전과 함께하는 서오릉 역사산책, 조선왕릉 문화제의 일환으로 열린 ‘서오릉 야별행’ 등을 운영하고 있다. 창릉신도시가 조성되기 전까지 지속적인 정비와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서삼릉 태실권역에서 진행된 '조선왕릉문화제' 모습
지난해 서삼릉 태실권역에서 진행된 '조선왕릉문화제' 모습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중 서삼릉 효릉이 여전히 미개방 능으로 남아있다.

서삼릉은 드넓은 왕릉 권역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농협과 마사회 등으로 불하돼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구조로 남게 됐다. 현재 서삼릉 권역을 회복한 후 시민들에게 개방하기 위해 농림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서삼릉 복원 캠페인을 펼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고양시와의 인연을 들려달라.

1998년 행신동으로 이사를 오며 고양시민이 됐고, 10년 전 지금 살고 있는 내곡동으로 들어왔다. 마을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내곡동에서 이웃들이 사회적기업 만들고 마을기업 육성하는 일에 참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한 곳이 고양시라 애착이 클 수밖에 없다. 고양시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

고양 벽제관지 모습
고양 벽제관지 모습
고양시 김수현 학예사(왼쪽)의 안내로 벽제관지를 둘러보고 있는 김현모 청장과 이재준 시장.
고양시 김수현 학예사(왼쪽)의 안내로 벽제관지를 둘러보고 있는 김현모 청장과 이재준 시장.
문화재청은 다양한 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은 다양한 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온라인을 활용한 콘텐츠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 궁중문화축전 유튜브 콘텐츠 화면.
문화재청은 온라인을 활용한 콘텐츠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 궁중문화축전 유튜브 콘텐츠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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