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힘에서 리츠 선생을 일깨워준 수선화. 제주도에서 2월에 만났다. [사진=김윤용]
식물의힘에서 리츠 선생을 일깨워준 수선화. 제주도에서 2월에 만났다. [사진=김윤용]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고양신문] 지역에서 기증받은 양파(?) 상자를 행정실에서 받았습니다. 교사는 상자 그대로 교실 안 낡은 라디에이터 밑에 처박아놓았습니다. 6주 뒤에 교실에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연필과 책이 날아다니고 몸싸움은 일상이었기에 매뉴얼대로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곤살로라는 아이가 던질 것을 찾다가 라디에이터 밑에 있는 상자 속 양파를 끄집어냈습니다. 양파가 아니었습니다. 꽃들이 쏟아졌습니다. 수십 송이 선명하게 밝은 노란 꽃들이었습니다. 주먹이 멈추었고 교실에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에게 꽃을 내밀었습니다. 여학생들은 엄마에게 선물하기 위해 꽃을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쉭쉭 대며 더운 김을 뿜어내는 라디에이터가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도 몰랐고 그 식물이 수선화인지는 더 몰랐습니다. 콘크리트와 철조망으로 갇힌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당연히 몰랐겠지요. 그건 마술이 아니라 자연이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와 아이들에게.

미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선거구 중 하나인 사우스 브롱크스 지역 월턴 고등학교. 9000달러 연봉을 받고 교사 생활을 시작한 스티븐 리츠가 2004년 가을에 경험한 일입니다. 이 일로 인해 리츠는 교사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그 보잘 것 없는 노란 꽃에 열광하는 월턴 고등학교의 우리 아이들을 지켜보던 그때, 내 마음속의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가장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자연은 우리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고 영감을 주고 기쁘게 할 방법을 찾아내지 않던가. 여기서 희망은 눈에 보이는 것이 되었다. 그 놀라운 꽃송이들은 식물이 지닌 힘에 내 눈을 뜨게 해주었다.”

가난은 범죄를 유발합니다. 사우스 브롱크스 가난한 동네에는 마트와 도서관이 없습니다. 가난은 마약과 비만을 불러옵니다. 수용 인원이 1800명인 학교에서 4000명 가까이 생활하는 학교에서, 무장경찰과 안전요원이 50여 명이 넘는 그런 학교에서, 그것도 특수학급에서 스티븐 리츠는 식물 기르기를 통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학교를 개혁합니다. 희망이 자라납니다.

월턴 학교 아이들은 쥐와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공영주택에서 생활하며 가족이 계속해서 바뀌어 거의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빈곤층이 모여 사는 사우스 브롱크스.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고 이민자 가정 아이들이 다니는 월턴 학교.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 출신으로 읽기조차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교육을 거의 포기한 학교에서 스티븐 리츠는 씨앗을 뿌리고 키워냅니다.

“씨앗은 학생들이 세계(그리고 자기 자신)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작지만 놀라운 은유다. 작은 씨앗마다 유전적 잠재력이 꽉 차 있다. 그것은 하나의 약속이며 아이들에게는 약속이 정말 중요하다. 약속은 미래에 관한 것이다. 씨앗 포장지를 보여주면 아이들은 이해한다. 당근 씨앗은 자라서 당근이 될 것을 약속한다.”

도시농업과 식물 키우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자발적 학습 의욕을 키우게 하는 동시에 학생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건강식품을 제공하는 ‘그린 브롱크스 머신(Green Bronx Machine)’ 프로그램을 진행한 스티븐 리츠는 학교와 아이들을 변화시킵니다.

아이들도 호응해 한 명 낙오자 없이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졸업률이 17%였던 학교에서 100% 졸업장을 받습니다. 중퇴하거나 범죄자로 빠질 가능성이 많던 아이들은 대학생으로, 견습생으로 자라납니다. 온전한 시민으로 성장합니다. 사람 농사꾼 스티븐 리치. 『식물의 힘』이란 책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식물은 사람을 살리는 힘이 있습니다.

3월 제주도에서 찍은 탱자나무 꽃. 호수공원 탱자나무도 곧 있으면 꽃이 필 것이다. [사진=김윤용]
3월 제주도에서 찍은 탱자나무 꽃. 호수공원 탱자나무도 곧 있으면 꽃이 필 것이다. [사진=김윤용]
3월말 제주도 유채꽃 풍경. 사람들은 식물 속에서 생기를 느낀다.  [사진=김윤용]
3월말 제주도 유채꽃 풍경. 사람들은 식물 속에서 생기를 느낀다.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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