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정발산 밤리단길 ‘낙서당’

종이책 전자책 자비출판 무료출판…
글 쓰고 책 만들고 싶은 이들의 둥지
와플가게 기타교습소 식당과 이웃하며
사람 이야기와 책이 어우러지는 공간

[고양신문] 책을 쓰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누군가는 “책을 쓴다는 것은 자기 삶에 단단한 매듭을 만들어가는 일”이라며 책을 쓰라고 말하기도 한다. 정발산동 밤리단길에 있는 책 만드는 카페이자 개인 출판사인 ‘낙서당(공동대표 유한상·임연주)’은 책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곳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만들고 싶은 이들이 출판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한상 대표는 인문, 종교, 철학 서적을 만드는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의미 있고 좋은 책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낙서당을 오픈했다. 동네에 숨어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자신만의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나무 한 그루가 아깝지 않은 책을 내고 싶다"고 말하는 낙서당 유한상 대표.
"나무 한 그루가 아깝지 않은 책을 내고 싶다"고 말하는 낙서당 유한상 대표.

“사람들이 와서 ‘책 어떻게 만들어요?, 책 만드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들어요?’라고 질문하면 상담해주고 책을 만들어 주는 것이 주된 일이에요. 원고를 가져오면 시의적절한 콘텐츠인가, 어느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가, 그리고 출판 규모와 책의 스타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책의 콘셉트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이곳의 장점이죠.”

낙서당에서는 자비출판과 무료출판도 함께 진행한다. 자신 없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먼저 소량의 책을 제작해 이곳에서 판매하고 독자들의 소감과 리뷰를 살펴본다. 이후 책을 상업적으로 추가 제작할지를 판단한다. 그동안 작가, 교수, 일반인들의 책이 나왔는데 하나같이 결과물에 무척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 책을 지속적으로 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1인 출판사를 만드는 것도 조언해준다.

올 상반기에는 3종의 책을 출판할 예정이다. ‘용서’라는 주제를 다룬 어느 교사의 에세이집, 코트디부아르 출신으로 한국인으로 귀화한 이의 책, 그리고 보통 사람의 모바일 사진집이다.

낙서당이라는 이름에는 누구나 낙서처럼 즐겁게 책을 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와, 재미있고 달달한 것이 있는 곳이라는 뜻도 담았다. 커피와 차 등을 판매하는 카페 형태지만, 책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특화된 곳이다. 낙서당 메뉴 중에는 카페라테가 맛있다는 평을 듣는다. 10여 평 정도의 아담한 매장에는 소량의 서적이 비치돼 있고, 판매용 책도 있다.

번화가가 아닌 이곳 밤가시마을을 정한 이유는 한적한 거리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원이 있어서다. 지내보니 주택가 특유의 인간미가 있어 좋다고 한다. 유한상 대표 자신도 영락없는 책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 느낌이다. 카페 바로 옆에는 ‘정발와플’ 가게와 기타 교습소 ‘기타집’, 이탈리안 가정식으로 유명한 ‘은수테이블’이 있다. 그는 “같은 건물에 책과 음악, 그리고 달콤한 것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책이 비치된 카페 내부
책이 비치된 카페 내부

유 대표는 조만간 이곳을 강의 겸 실습을 할 수 있는 장소로도 활용할 생각이다. 3~4명이 모여 진행하는 종이책과 전자책 만들기 강좌를 계획 중이다. 유 대표는 현재 강북여성센터에서 1년에 두 번 전자책 제작 강의를 하고 있다.

“동네에서 출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어려운 여건에도 책을 쓰려고 노력한 사람들을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요즈음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혼란스런 상황인데요. 자신의 의견을 낼 때는 생각과 글 자체가 진중한지 스스로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낙서당도 진지한 마음으로 나무 한 그루가 아깝지 않은 좋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주소 :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463번길 41-15
전화 : 010-7113-7901

낙서당의 인기 메뉴 카페라떼
낙서당의 인기 메뉴 카페라떼
낙서당에서 판매중인 책들
낙서당에서 판매중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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