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 ‘숨 보타닉 가든’ 대표

[고양신문] 덕양구 서오릉 들머리에 예쁜 정원 카페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70세를 앞두고 있지만 청년 같은 열정으로 ‘숨 보타닉 가든’을 운영하는 양성희(69세) 대표는 꽃차마이스터, 꽃꽂이사범(1급), 성전 꽃꽂이 강사, 커피 바리스타, 궁중요리 연구가까지 다방면에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숨 보타닉 가든은 우리말로 ‘숨 쉬다’라는 뜻이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레크레이션 가든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양 대표는 “도심 속에서 편히 숨 쉴 수 있는 꽃차 정원 카페란 의미로 이름 지었다”며 “꽃의 도시 고양시를 대표하는 꽃차 문화의 공간으로 발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송파구에서 교회 꽃꽂이 모임을 이끌면서 성전 꽃꽂이 강사를 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중 남편의 사업이 기울며 시부모님이 남겨주신 이곳으로 왔는데, 당장 생활비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고 60을 넘긴 나이에 앞이 막막했다고 한다.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꽃 가꾸고 꽃으로 차와 음식을 만들어내며 꽃꽂이와 꽃차 강습을 할 수 있는 카페를 여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수십 년간 방치되어서 생활 폐기물과 쓰레기로 덮여있었다. 무수히 쓰레기를 걷어내고 삽질을 하며 풀을 뽑고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 한켠에는 카페와 공방도 만들었다. 그리고 2년 전 드디어 카페 문을 열게 됐다.

첫 아이 낳고부터 시작한 꽃꽂이는 40년, 꽃차는 10년이 넘었다.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후에는 여러 대학에서 하는 평생교육프로그램의 전문가 과정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후 강사로도 활약했다.

양 대표는 “숨 보타닉 가든은 단순히 차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 우리나라 꽃차문화를 널리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소속되어 있는 ㈔꽃차문화진흥협회는 본부가 전남 담양에 있어 카페를 열면서 서울·수도권 회원 모집을 위해 서울서부지회장과 경기고양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 협회에서는 ‘홍차는 영국, 차는 중국, 꽃차는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선포하고, 꽃차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브랜드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문화상품임을 홍보하고 있다.

양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차를 마셨다는 최초의 기록은 삼국유사에도 나오며,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무궁화차를 다려 먹었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꽃차는 외국에서 들여온 문화가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의 가장 오래된 생활문화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이곳 숨 보타닉 가든 카페의 통유리창에는 꽃차 찬가 ‘눈으로 즐기고, 코로 향을 즐기며, 혀끝을 통해 향이 온몸으로 퍼지는 편안함을 즐긴다’란 글귀가 쓰여 있다.

꽃차의 재료는 정원에서 자라는 식용 꽃도 일부 사용하지만 주로 전라도 지역에서 키운 꽃을 직접 정성껏 덖어서 꽃차에 쓰고 있다. 꽃차 주문을 하면 손님에게 다기 세트가 나간다. 커피가 담긴 잔 위에도 꽃잎이 띄워지고, 꽃 캔디도 맛볼 수 있다.

정원에는 밥을 튀겨놓은 듯한 박태기, 고운 레이스를 닮은 설유화(가는잎조팝꽃), 라일락, 민들레 등의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며, 겨울잠을 푹 자고 곧 피어날 청보라색의 수레국화들은 봄비에 꽃봉오리를 통통하게 올렸다.

이곳 카페에서 양 대표의 딸이 2018년 웨딩촬영을 한 이후 호응도가 높아져 자연 속 스몰웨딩을 원하는 이들에게 공간 대여가 가능하다. 카페 옆 공방에는 정원에서 자라는 나팔꽃, 무궁화, 산딸기 등의 자연소재로 양 대표가 수채색연필로 직접 그린 ‘보타니컬 아트’가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는 꽃차와 꽃꽂이 수강도 이뤄진다. 자연 속 나만이 느끼는 치유와 힐링의 감성은 덤으로 담아갈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외부강의로 휴무다.

최근 토당문화플랫폼 전시회 오픈 때 꽃차 시음회를 펼친 양성희 대표는 “40년 간 쌓은 모든 노하우를 함께 하는 이들과 나누고 싶다”며 “마음 힐링이 필요한 이들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