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도서관센터 ‘시민 참여형 북큐레이션’ 
화정도서관에 ‘고양시민의 서재’ 전시
참가자도 이용자도 “새롭고 흥미진진”

화정도서관에서 전시중인 '고양시민의 서재' 북큐레이션.
화정도서관에서 전시중인 '고양시민의 서재' 북큐레이션.

[고양신문] 도서관과 관련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는 뭘까. 십여 년 전만 해도 열람실, 자료실 등이었겠지만, 최근에는 ‘북큐레이션’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책(Book)과 큐레이션(Curation)의 합성어인 북큐레이션은 특정한 주제에 맞는 책들을 선별해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전시 방식을 뜻한다. 깊고 넓은 책의 바다에서 보석 같은 책들을 골라내고, 갈수록 분화되는 독자들의 관심과 취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북큐레이션의 효용성은 갈수록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고양시 공공도서관 역시 도서관별로 차별화된 북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섬하늘 시민의 '오롯한 나만의 시간' 서재.
섬하늘 시민의 '오롯한 나만의 시간' 서재.

시민이 직접 주제 정하고 책 선정

최근에는 북큐레이션의 주체도 확장되고 있다. 화정도서관을 중심으로 고양시 8개 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고양시민의 서재’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직접 자신만의 주제를 정하고 책을 골라 제시하는 특별한 전시다.

‘고양시민의 서재’에는 10명의 시민과 2곳의 독서동아리가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자신만의 주제를 자유롭게 정한 후 5권 내외의 책과 선정 이유, 한 줄 서평, 기억하고 싶은 문장 등을 꼼꼼히 작성했다. 12명의 시민과 독서동아리가 디자인한 ‘고양시민의 서재’는 화정도서관 종합자료실에서 만나볼 수 있고 대화·한뫼·일산·화정어린이·가좌·풍동도서관에서도 분산 전시되고 있다.

참가자 최서영씨는 서재명을 ‘재미난 상상’이라고 정하고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등을 고른 후 “시작할 수 없다고 여길 때 새로운 동기가 되어준 책들”이라는 소개글을 붙였다. 또 다른 참가자 이근하씨는 “위대한 상상력을 가진 내 인생의 작가”인 영국 작가 로알드 달에게 헌정하는 서재를 꾸미고 『마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작가의 책만으로 5권을 채웠다.

최하영 시민이 꾸민 '재미난 상상' 서재.
최하영 시민이 꾸민 '재미난 상상' 서재.

그런가 하면 독서동아리 ‘청춘의 커리큘럼’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동아리답게 『고기로 태어나서』, 『까대기』, 『실격당한 이들을 위한 변론』 등 다양한 주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본 골고루 추천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화정도서관 진근숙 사서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독서 경험과 정보를 함께 나눔으로써 자발적인 독서문화를 확산하고자 했다”면서 “책을 사랑하는 평범한 이웃들의 마음을 순수하게 전달하고 싶었기에 신분이나 연령 등 참가자들의 부수적인 정보는 일부러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개인은 물론 동네서점 책방지기의 추천도서, 지역출판사가 꾸미는 코너 등 시기와 주제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시민참여형 북큐레이션 프로그램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양시민의 서재’ 북큐레이션 전시는 5월 14일까지 이어진다.

4월의 테마 북큐레이션 중 하나인 '노랑으로 봄' 코너.
4월의 테마 북큐레이션 중 하나인 '노랑으로 봄' 코너.

시선 붙드는 다채로운 북큐레이션

‘고양시민의 서재’를 구경하러 화정도서관에 들렀다면, 도서관 곳곳에 마련된 다양한 테마의 북큐레이션도 함께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도서관 2층 책이음1(정기간행물실)에 들어서면 2021년 두 번째 ‘고양작가’로 선정된 김경집 인문학자의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책과 함께 작가를 소개하는 패널과 사진도 전시됐다.

3층 종합자료실1에는 화정도서관이 선정한 4월 주제인 ‘봄’을 여러 관점에서 표현한 3개의 북큐레이션이 방문자를 맞는다. ‘책으로 봄’ 부스에는 봄기운을 만날 수 있는 책들을 모았고 ‘노랑으로 봄’ 부스에는 화사한 노랑으로 표지를 꾸민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봄을 위하여’ 부스에선 4·19와 5·18, 홍콩과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등 봄의 정치적 함의를 돌아보는 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반려동물, 반려식물을 테마로 한 북큐레이션 코너.
반려동물, 반려식물을 테마로 한 북큐레이션 코너.

종합자료실2에는 ‘꽃 특성화 도서관’이라는 테마를 살려 반려동물·반려식물 관련 서적, 정원 가꾸기 책 등을 선별한 북큐레이션이 마련됐고, 고양시의 기후위기 대응 및 COP28 추진과 연계한 기획 전시 ‘지구를 지켜라’ 코너도 만날 수 있다.

화정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 북큐레이션은 정기적으로 새로운 테마로 교체된다”면서 “화정도서관뿐만 아니라 고양시의 모든 도서관 사서들이 수준 높고 흥미로운 북큐레이션을 선보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트렌드를 아우르며 책 선택의 맥을 잡아주는 북큐레이션 덕분에 도서관을 찾는 재미가 한층 즐거워졌다.

화정도서관 선정 2021 두 번째 '고양작가'인 김경집 인문학자를 소개한 코너.
화정도서관 선정 2021 두 번째 '고양작가'인 김경집 인문학자를 소개한 코너.
고양에 거주하는 작가들의 책을 모아놓은 코너.
고양에 거주하는 작가들의 책을 모아놓은 코너.
우리나라와 이웃 국가들의 민주화운동을 테마로 한 '새로운 봄을 위하여' 북큐레이션.
우리나라와 이웃 국가들의 민주화운동을 테마로 한 '새로운 봄을 위하여' 북큐레이션.
고양시도서관센터의 연간 기획인 ' 지구를 지켜라' 북큐레이션.
고양시도서관센터의 연간 기획인 ' 지구를 지켜라' 북큐레이션.
고양시에 주소를 둔 출판사들의 책을 소개하는 '우리동네 출판사' 코너.
고양시에 주소를 둔 출판사들의 책을 소개하는 '우리동네 출판사' 코너.
화정도서관 종합자료실 풍경을 그린 이장희 드로잉 작가의 작품. 고양의 이웃인 이장희 작가는 화정도서관에 자주 들르곤 한다.
화정도서관 종합자료실 풍경을 그린 이장희 드로잉 작가의 작품. 고양의 이웃인 이장희 작가는 화정도서관에 자주 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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