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도시형성사' 책으로 펴낸 이춘열 전 시민회 대표

지난 20년간 고양시 시민사회운동의 중심역할을 해온 이춘열 전 시민회 대표가 고양시의 역사와 현실을 정리한 책을 펴냈다. 저자는 "중앙정부의 폭력적 행정과 비 합리적 정책들, 그리고 지자체의 무능함과 개발론자들의 이권다툼에 의해 고양시 발전과정이 얼마나 뒤틀려 왔는지 이 책을 통해 고양시민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고 책의 의미를 강조했다.
지난 20년간 고양시 시민사회운동의 중심역할을 해온 이춘열 전 시민회 대표가 고양시의 역사와 현실을 정리한 책을 펴냈다. 저자는 "중앙정부의 폭력적 행정과 비 합리적 정책들, 그리고 지자체의 무능함과 개발론자들의 이권다툼에 의해 고양시 발전과정이 얼마나 뒤틀려 왔는지 이 책을 통해 고양시민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고 책의 의미를 강조했다.

[고양신문] 서울 변두리의 한적한 시골에서 특례시 지정을 앞둔 108만 메가시티로 급성장한 고양시. 불과 30년 만에 천지개벽의 변화를 겪은 고양시 베드타운의 변천사를 한 권으로 묶어낸 책이 나왔다. 농협고양유통센터가 지원하고 (사)고양풀뿌리공동체가 펴낸 책의 제목은 ‘살며 사랑하며 고양시 길라잡이’. 부제로 적힌 ‘시민력을 키우는 고양시민 입문서’라는 문구가 더 눈에 띈다. 

저자는 그동안 고양시민사회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온 이춘열 전 고양시민회 대표(현 고양풀뿌리공동체 정책위원장)다. 지난 30년간 지역시민운동과 자치정책분야에 몸을 담아온 그가 시선을 넓혀 108만 베드타운 고양시의 도시형성사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책으로 출간했다. 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4일 원흥역 인근 자택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 책을 내게 된 계기는
전부터 고양시 바로알기라는 주제로 교육프로그램을 몇 번 진행해본 적이 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시에 공식적으로 제안한 결과 이번에 결과물이 나오게 됐다. 원래는 108만 고양시의 도시형성사로만 1권, 나머지 2권은 각 분야별, 지역별 도시안내서 등으로 엮어서 총 3권으로 내려고 했는데 논의 끝에 아쉽게 한권만 출간됐다. 이 책을 천천히 읽어나가면 누구나 고양시에 대해 알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시작하게 됐다. 
 
▍부제를 ‘시민력을 키우는 고양시민 입문서’로 뽑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시민력’이라는 말을 원래 많이 쓰진 않지만 시민들의 힘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썼다. 시민들의 힘이 고양시에서 가장 큰 자산이고 그 힘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고양시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우선 고양시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래는 ‘고양시 길라잡이’로만 제목을 달았다가 부제로 ‘고양시민 입문서’라는 문구까지 넣었다. 

▍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글쎄 뭐라고 해야할까. 고양시 길라잡이 겸 고양시에 사는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북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108만 고양시에 이런 책 한권 필요하겠다 싶어서 냈는데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읽고 난 독자들이 각자 알아서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 

▍ 첫 챕터인 고양을 만든 열두장면은 어떻게 선정했나. 선정기준은. 
기본적으로 현재 고양시에 살고 있는 시민의 입장에서 선정하려고 했다. 보통 역사서를 보면 현대사에 대한 비중이 적고 특히 30년 이내 역사는 후기정도로 퉁치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고양시의 진정한 역사는 90년대 초 일산신도시 및 6개 택지지구 개발 이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외부충격에 의해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었다고 봤고 그래서 현재를 사는 시민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가까운 시기의 사건들이 훨씬 중요하고 의미있다고 봤다. 
또 하나의 기준은 이 책의 목표가 시민들이 스스로의 힘을 키우면서 도시를 바꿔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장면들에 주목했다. 각 시기마다 시민들의 힘이 어떻게 구현됐고 구체화되었는지에 대해 비중을 맞춰서 서술하려고 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비단 첫 챕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음 챕터인 도시형성사를 포함해 책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시민력을 키우는 고양시민 입문서'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고양시에 사는 시민이라면 한번쯤 알아두면 좋을 도시형성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일반적인 역사서와 달리 먼 과거의 내용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산신도시 개발이 시작된 90년대부터 현재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시각을 통해 분석,평가하는 대목들이 독자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시민력을 키우는 고양시민 입문서'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고양시에 사는 시민이라면 한번쯤 알아두면 좋을 도시형성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일반적인 역사서와 달리 먼 과거의 내용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산신도시 개발이 시작된 90년대부터 현재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시각을 통해 분석,평가하는 대목들이 독자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 고양시라는 108만 베드타운 형성 과정에서 시민사회운동 중심에 섰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당시 기억을 돌아본다면. 
이곳에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지역운동에 나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언가는 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항상 갖고 있었다. 당시 출판사 편집장을 내려놓고 집필과 번역일에 집중하던 때라 내 업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던 중 지역운동을 접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던 것 같다. 노동운동이니 시민운동이니 굳이 구별짓는 것이 아니라 동네에서 같이 살면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당시 시민회를 가입하게 됐고 처음에는 간간이 참여만 하다가 금정굴 진상규명 운동을 계기로 지역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지역시민정치운동이었던 ‘2002고양시민행동’에서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과거사진상규명 활동, 2010년 무지개연대 활동 등을 거치면서 고양시민사회운동의 중심에 섰던 것 같다. 
   
▍ 시민사회 활동가 출신으로서 이만큼 도시문제에 천착하기가 쉽지 않은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번 책을 낸 배경도 그렇고 108만 베드타운 고양시의 태생을 알아야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도 알 수 있고 해결책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2002년 이후 시민사회 중심역할을 맡기 시작하면서 지역시민운동의 비전을 세우자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테제라고 할까. 당시 핵심 메시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고양시가 처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생긴 버릇인데 하루 1시간 이상은 고양시 소식을 모니터링하는 습관이 생겼다. 근 20년 동안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도시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것 같다. 
좀 더 직접적인 계기는 2010년 무지개연대 이후 고양시 정책에 개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도시문제를 바라보는 안목도 넓어진 것 같다. 특히 민선6기 당시 시의 공식요청을 받고 2030고양도시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했는데 그때 많은 공부를 했던 것 같다. 

▍ 책의 마지막 부분에 고양시의 미래를 논하면서 문화산업을 특별히 강조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개인적으로 고양시 미래 먹거리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고 그 중심은 문화산업 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고양시는 기본적으로 산업기반이 부재한 베드타운이라는 측면과 함께 상대적으로 시민의식이 높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들이 몰려온 도시라고 할까? 이런 시민들의 에너지를 모아낼 수 있는 장치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결국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첨단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산업인프라 자체가 부재한 상황인 만큼 이제는 이 도시에 모여든 사람으로부터 기반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마침 시민들이 먹고놀고마시기 위한 기본 인프라는 깔려있으니 이를 기반으로 문화예술을 축으로 한 문화산업도시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 비전 아닐까. 이를 토대로 방송영상, 콘텐츠산업, 전시컨벤션 산업, 관광산업까지 연계할 수 있다고 본다. 
    
▍ 책에 대한 계획은?
일단은 1000부밖에 내질 않아서 추가인쇄를 위해 민간출판을 고민 중이다. 만약 다시 출판한다면 좀 더 내용을 추리고 다듬어 읽기 편하게 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각 동별, 지역별 안내서도 따로 펴내고 싶다. 일단 첫 권은 정보량은 줄이고 메시지와 가이드는 강화하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먼저 108만 베드타운 형성과정에 대해 제대로 알려내고 싶었다. 중앙정부의 폭력적 행정과 비 합리적 정책들, 그리고 지자체의 무능과 개발론자들의 이권다툼에 의해 얼마나 도시가 뒤틀려왔는지 고양시민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잘못된 것들을 앞으로라도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특히 군사보호구역이나 과밀억제권역 지정 같은 중앙정부의 말도 안 되는 결정에 의해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받아왔는지 함께 분노하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할 때다. 지금은 일산·덕양으로 나눠서 싸울때가 아니라 더 큰 문제에 대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문화산업도시를 가능하게 하려면 결국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치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장과 공무원들이 시민들의 에너지를 끌어 모으는 일에 더는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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