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이건희 회장이 젊을 때부터 수집해왔던 미술 소장품을 삼성가에서 국가와 사회에 기증했습니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이건희·홍라희 부부가 젊은 시절부터 40~50년 동안 수집했던 작품들입니다. 감정가가 2조 원에서 10조 원까지 차이가 나지만 아무튼 엄청난 금액입니다.
이건희 컬렉션은 국보와 보물을 비롯하여 2만 3000여 점에 이른다고 합니다. 국보 216호인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보물 1393호인 단원 김홍도 ‘추성부도’, 보물 2015호인 고려 불화 ‘천수관음보살도’도 있고, 수많은 현대미술 명작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해외 작가로는 파블로 피카소, 폴 고갱, 끌로드 모네, 마르크 샤갈 작품 등이 있고, 국내 작가로는 김홍도, 정선, 장욱진,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작품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증은 작품과 작가에 따라 맞춤 기증을 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인왕제색도 등 2만여 점, 국립현대미술관에 모네 작품 등 1500여 점,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에 따라 작품을 기증했다고 합니다.
대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역 미술관은 원작을 많이 소장하지 못합니다. 예산이 부족해 작품 구매력이 약하기 때문이지요.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을 들 수 있는데요. 작품 구성이 미약합니다. 다행히도 이번 이건희 기증으로 구색을 갖출 수 있겠습니다.
이번 삼성가 미술품 기증에서 제 관심을 끌었던 화가는 박수근과 이중섭이었는데요. 특히 이중섭 화가 작품 가운데 ‘섬이 보이는 풍경’에 눈길이 갔습니다. 제주 올레길 6코스(쇠소깍에서 서귀포 올레여행자센터까지)에는 이중섭미술관, 이중섭 거주지, 이중섭 거리를 지나갑니다. 이번 삼성가에서 이중섭미술관에 요절한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의 작품 12점을 기증했다고 합니다.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비둘기와 아이들’, ‘섬이 보이는 풍경’, ‘해변의 가족’ 등 수채화와 유화 작품입니다. 또 엽서화 3점과 은지화 2점도 기증했다고 합니다.
이중섭은 1951년 1월부터 12월 부산으로 돌아올 때까지 서귀포에 머물렀습니다. 이중섭 미술관 아래쪽에 이중섭 가족 네 식구가 당시 살던 단칸방을 서귀포시에서 1997년 복원하여 여행객들이 관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화 ‘섬이 보이는 풍경’은 1951년 서귀포에서 살던 때 그린 것으로 초가 지붕과 나목, 나무 전봇대, 그리고 멀리 서귀포 섶섬이 보입니다. 1950년대 서귀포 마을 풍경을 현재와 비교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초가지붕 앞 오른쪽에 그려놓은 나무가 멀구슬나무입니다.
멀구슬나무는 잎떨어지는 큰키나무로 나무껍질은 세로로 갈라집니다. 가지는 사방으로 퍼지며 열매는 가을에 노랗게 익고 다음해 봄까지 매달려 있어서 새들에게 좋은 먹잇감입니다. 새들이 가지 위에 올라타 열매를 먹다 보면 수많은 멀구슬 열매들이 땅바닥에 떨어집니다.
제주도에 들를 일이 또 생겼습니다. 12점 작품을 보기 위해서지요. 이번 이건희 컬렉션 기증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오는 11월 ‘박수근 회고전’을, 서울관은 2021년 8월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12월에는 ‘이건희 컬렉션: 해외거장’ 전을 예정하고 있고,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2022년 3월에는 ‘이건희 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을 연다고 합니다.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전시한다니 황소, 흰소 등을 보기 위해서라도 들러야겠습니다. 삼성가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제 눈이 호사를 누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