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고양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고양신문] 최근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백신 접종해준다. 안전한 뉴욕으로 오라”며 코로나 백신 관광에 본격 뛰어들 계획을 밝혔다. 센트럴파크 등 주요 명소에 이동식 백신 접종소를 설치, 관광객이 원하기만 하면 백신을 놔주겠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알래스카주는 주요 4개 공항에서 관광객에게 백신을 무료 접종하겠다며 백신 관광의 포문을 열었다. 알래스카 뿐 아니다. 미국의 댈러스·로스엔젤레스 등에 백신을 맞으려는 해외관광객이 몰리고 세르비아·몰디브 등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국가들이 줄줄이 ‘백신 접종’을 미끼로 관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일,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전 세계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었고, 코로나19에 스러지는 일일 사망자수는 4000명에 육박한다. 최근 인도에서 급히 귀국한 교민들은 인도 전역이 아비규환 상태라며 입을 모아 말한다.  

한 쪽에선 백신 잔치가 지구 반대편에선 백신 사막에서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다.

이미 6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미국은 백신효과를 보강하는 이른바 세 번째 ‘부스터 샷’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신 수출규제를 풀지 않는 미국이 3차접종을 이유로 곳간을 걸어 잠그면 세계 대부분 국가의 백신수급은 더욱 악화된다.

백신의 대량 생산을 위한 지식재산권 면제도 미국이 지지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독일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장벽에 부닥쳤다. 혁신 보호란 명분 아래 백신 이기주의에 돌입한 모양새다.

지도국들의 자국민 우선 보호라는 취지에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런데 곳간과 빗장을 걸어 잠그고선 넘치는 백신을 이용해 인류를 상대로 장사를 벌이는 추태는 강대국이 보일 모습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즉각 백신 관광과 3차 부스터샷 정책을 철회하고 백신 취약국에 백신을 대대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고양시는 모두가 두려워할 때 드라이브 스루형 선별 진료소를 최초로 구상하고 실천했다. 전 세계 방역 모델이 된 ‘안심카 선별진료소’의 모든 노하우를 최선을 다해 알렸다. 이것이 코로나19 대량 검사를 가능케 했고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

창조력과 혁신은 인류의 보편적 복리와 건강에 이바지할 때 그 가치가 발휘된다. 강대국들은 백신을 무기로 불량국가를 넘어 폭력국가로 향하는 행보를 당장 멈춰야 한다.

코로나19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바이러스에 국경이 없다는 것은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다. 인도가 새 진앙지가 될지 모른다.

G20, G7 등 국제연합이 인류를 위한 지도력을 발휘할 때다. 국제기구의 일그러진 역할에서 벗어나 인류를 위해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딛기 촉구한다.

총으로 예리하게 적을 조준하는 군인을 그린 유명한 반전포스터가 있다. 기둥에 붙은 이 포스터 속 총구는 돌고 돌아 다시 군인의 뒤통수를 겨눈다.

지구는 둥글다. 저개발 국가들이 겪는 코로나19 고통이 언제 다시 강대국의 후방을 공격할지 모른다. 신음하는 인류를 외면하면 바이러스는 변신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백신 이기주의가 판치는 곳에 포스트 코로나는 올 수 없다. 지도국들은 하루빨리 백신의 곳간을 풀고 빗장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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