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기다림 끝에 ‘단독 우선 등재’ 
풍성한 생태적 가치 국제적으로 공인
지속적인 민-관 협치가 ‘디딤돌’ 
고양시, 보전·활용 위한 노력 박차
보전협의회 “시민과 함께 가꾸어가자”

장항습지 생태논 사이의 물골 [사진제공=한강하구 장항습지보전협의회]
장항습지 생태논 사이의 물골 [사진제공=한강하구 장항습지보전협의회]

[고양신문] 고양시의 생태 보고 ‘장항습지’가 드디어 람사르습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고양시는 21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2021 생물다양성의 날 및 습지의 날 기념식’ 행사장에서 장항습지의 람사르습지 인증서를 전달받는다. 장항습지가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2006년 이후 15년, 처음으로 람사르 등재를 건의한 2010년 이후 11년을 기다렸던 고양시민들의 염원이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1971년 이란의 람사르(Ramsar)에서 처음 채택된 ‘람사르 협약’은 자연자원과 서식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목적으로 전 세계 171개 국가가 가입한 국제협약으로, 우리나라는 1997년 협약에 가입했다.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 순천만 습지 등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가 바로 람사르 등재였다. 때문에 국내 24번째로 이름을 올린 장항습지 역시 등재를 통해 생물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으며 고양시민들의 자부심을 한껏 끌어올려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 하구라는 지리적 장점으로 볼 때 이전의 람사르 습지보다 훨씬 큰 파급효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고양시 관계자는 “자연 생태계로서의 습지를 인류와 환경을 위해 체계적으로 보전하자는 것이 람사르 협약의 목적”이라며 “이번 장항습지의 람사를 등재가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추구하는 고양시의 방향을 상징하는 기쁜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장항습지 겨울무논을 찾아온 재두루미들 [사진제공=한강하구 장항습지보전협의회]
장항습지 겨울무논을 찾아온 재두루미들 [사진제공=한강하구 장항습지보전협의회]

장항습지는 고양시 한강 하구 구간(신평동·장항동·법곳동) 7.6km로 이어진 도심 속 습지로서,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 생태계가 가장 풍요롭게 보전된 생태 보고다. 구체적으로 장항습지에는 재두루미·저어새 등 여러 종의 천연기념물과 큰기러기·붉은발말똥게 등 다수의 멸종위기동물을 포함해 1066여 종 이상의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륙을 이동하는 물새와 철새의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람사르 등재에 앞서 2019년 철새보호 국제기구인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장항습지에서 버드나무와 공생하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에서 버드나무와 공생하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한강하구 습지 중 장항습지만 먼저 등재

장항습지는 생태적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람사르 등재까지는 오랜 진통을 겪어야 했다. 2010년 고양시가 처음으로 환경부에 장항습지의 람사르습지 등록을 건의했지만, 장항습지를 포함해 한강하구습지 전역을 람사르습지로 등록하려는 환경부의 방안이 타지역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으로 빈번히 무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고양시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 2019년 한강하구 전역을 람사르습지로 등록하는 방안이 아닌, ‘장항습지를 우선 람사르습지에 등록 후 한강하구 전역으로 확대등록’하는 방안을 4차례에 걸쳐 환경부에 적극 건의했다. 이 과정에서 ‘장항습지 람사르 등재’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준 고양시장은 물론, 고양시의 여러 생태·환경 관련 시민단체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기도 했다.

그 결과 오랫동안 원론적 입장만 고수하던 환경부로부터 지난해 1월 “한강하구 4개 지자체(고양·파주·김포·강화) 중 고양시 장항습지를 우선적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처음 얻어내며 비로소 청신호가 켜졌다. 이어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람사르협약사무국에 장항습지를 우선적으로 등록 요청했고, 7개월 만에 등재 결정이라는 희소식이 날아온 것이다.

장항습지 바위섬의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 바위섬의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지키고 기록한 시민들… 한목소리로 “축하”

고양시는 앞으로도 장항습지를 보전하고, 생태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장항습지를 생태 관광의 거점 지역으로 조성해, 친환경 도시브랜드 창출로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양시는 ▲장항습지센터(가칭) 건립 ▲장항습지 물골복원 ▲생태교란종 및 하구 쓰레기 제거 ▲겨울철새 쉼터 조성 ▲생태탐방로 수목 식재 ▲교육체험 프로그램 개발 등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항습지 람사르 등재 소식에 고양시의 생태 활동가들도 한목소리로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한강하구 장항습지보전협의회(대표 박평수, 이하 협의회)는 20일 ‘장항습지, 람사르습지 등록을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박평수 대표는 “고양시민은 물론 전국의 습지 친구들, 그리고 등재를 위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애써주신 모든 이들과 함께 기뻐하며 축하를 나누고자 한다”면서 “시민과 함께 지키고 가꾸는 장항습지를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올해로 장항습지를 19년째 꾸준히 모니터링해온 (사)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도 “장항습지의 람사르 등재는 민과 관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바람직한 협치를 이어온 결과물”이라며 “오랜 시간동안 모니터링에 참여해 ‘시민과학’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활동가들은 장항습지의 람사르 등재를 계기로 김포와 파주에 속한 한강 하구 전체로 습지보호구역이 확대되기를 희망했다. 이들은 협의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강하구 전체가 온전한 습지보호구역으로서 기능해야 비로소 장항습지의 건강성과 완전성을 지속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사진제공=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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