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 [사진제공=오마이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 [사진제공=오마이뉴스]

[고양신문] 제1야당 대표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여론조사에서 1위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변이라 부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거대양당에서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원외인사가 대표가 된 적이 없다는 것, 후보가 30대라는 것, 그리고 젠더 불평등의 문제를 젠더갈등 구조로 몰아가며 20대 남성을 대변하는 정치를 표방했지만 전 세대의 지지가 탄탄하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이변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냐는 질문에 답하는 정치인 중 십중팔구는 원외 경험밖에 없는 30대 대표가 야당을 통합하고 대통령 선거 승리를 이끌 수 있겠냐며 대표 후보의 나이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권 도전을 시사한 전 총리도 제1야당에서의 이변 걸림돌로 ‘장유유서 문화’를 꼽았다. 이변 뒤 제1야당에서는 대표 후보에 대한 ‘계파’ 그림을 씌우고 있다. 계파논쟁은 제1야당 대표 후보 간에 더 치열하다.

이준석 돌풍에 대해 ‘장유유서 문화’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계파정치’로 돌풍을 가려보려는 시도 속에 정작 주목하지 않는 것이 있다. 돌풍을 일으킨 제1야당 대표 후보의 메시지다. 그는 공정을 이유로 경쟁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철저하게 능력을 검증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97년 경제위기 이후로 각자도생에만 내몰린 사회에서 취업의 문턱을 넘기 어렵고 기득권의 부패 및 부모찬스 논란 등으로 기득권 정치에 분노한 청년세대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이 후보 메시지의 나쁜 결과는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에 대한 변화를 끌어내는 사회보다 오로지 개인 능력에만 집중하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라는 가치관의 확장이다. 이를 ‘나쁜 결과’라고 칭하는 이유는 국가공동체가 마땅히 해야 할 불평등 해소 및 국가구성원의 존엄한 삶을 위한 노력은 뒷순위로 밀려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삶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 역시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 차원이 아닌, 능력 없는 이들을 시혜적으로 돌보는 낙인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차별받는 소수자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요구 역시 국가공동체가 묵살할 수 있는 핑계를 주게 될 것이다.

이준석 후보의 돌풍을 품은 선거 열차는 출발했고, 전당대회라는 종착지에서 멈춘다. 그의 당선여부를 떠나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치권의 과제는 명확하다. 공정의 기준을 새로 세우는 것, 그리고 국민권리에 기반한 국가공동체의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하는 것이다. 취업과 승진을 위한 시험을 잘 치르는 것만이 공정의 전부가 아니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 역시 공정 사회를 향한 여정이라는 공정담론을 확장하지 않는다면,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정치권의 선언은 공허하게 끝날 수밖에 없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시혜와 동정에 기반한 지금까지의 복지를 넘어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국가공동체의 역할임을 환기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는 좁은 의미의 공정 가치를 흔들어 평등이라는 가치로 확장해야만 가능하다. 각자도생하며 능력으로 줄세우는 사회보다 단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라고 인식하게 할 가치의 전쟁에 정치권이 뾰족한 대안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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