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걸맞는 특례사무, 행정서비스 기대. 이양 받는 권한만큼 주민자치권 확대 고민해야

지난 4월 29일에 진행됐던 전국특례시시장협의회 출범식 모습.
지난 4월 29일에 진행됐던 전국특례시시장협의회 출범식 모습.

 

‘특례’이름 얻었지만 구체적 권한은 ‘아직’
588개 특례사무 발굴, 올해 반영 목표
재정특혜 기대보다 자치권 확보 주력해야
시민과 함께 만드는 특례시 추진 위한
고양형 주민자치모델 전면도입 필요성도 


[고양신문] 다가오는 2022년은 고양시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 해이다. 시 승격 30주년이자 100만 특례시 지정 원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일산신도시 이후 30년간 베드타운이라는 오명을 썼던 고양시가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특례시에 거는 기대만큼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당장 ‘특례’라는 이름만 정해졌을 뿐 작년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구체적인 특례시 권한이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한을 넘겨줘야 할 중앙정부와 넘겨받아야 할 특례시들의 입장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특례시가 무엇인지, 무엇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도 아직 충분히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특례시 도입의 근원적인 목적인 자치분권 강화를 위해 주민자치정책의 획기적인 전환 또한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창간32주년을 맞아 고양신문은 내년 최대 화두로 떠오른 특례시 지정의 의미와 현재 추진상황, 그리고 남은 해결과제들에 대해 짚어봤다. 

비슷한 인구규모에도 행정서비스 턱없이 모자라
“일산이 울산보다 집값이 비싼데, 기초연금은 왜 더 적게 나와요?”

손주를 돌봐주러 울산광역시에서 고양시로 전입한 A씨는 본인의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든 것을 알고 황당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년층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최대 30만원씩 지급하는 복지제도다. 하지만 똑같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현 제도상 거주지가 어디냐에 따라 기초연금 수급여부가 달라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도시에 살면 유리하고 시골에 살면 불리하다. 

기초연금 지급은 대상자 선정 시 거주지를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세 가지로 구분해 재산을 공제한다. 대도시는 1억3500만원, 중소도시는 8500만원, 농어촌은 7250만원이다. 문제는 비슷한 인구규모인 울산은 광역시라는 이유로 대도시 공제기준을 적용받는 반면 기초자치단체인 고양시는 중소도시 공제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둘의 차이는 5000만원으로 결코 작지 않은 차이다. 게다가 고양의 집값과 물가가 울산보다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소득인정액 산정기준은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3월 기준 고양·김포·파주의 평균 전세가격은 2억4733만원으로 6대 광역시의 평균 전세가인 1억8661만원보다 6072만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양시가 100만 도시에 진입했지만 비슷한 인구규모의 광역시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작년 (사)한국행정학회에서 작성한 「인구 100만 특례시 권한발굴 공동연구서」에 따르면 보건복지, 일자리, 문화관광, 안전, 교육 등 전반적인 행정서비스 지표에서 고양시는 울산광역시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2019년 기준 전체사회복지예산 대비 자체사회복지예산 규모가 7.5% 정도 차이 났으며(고양시 29.94%, 울산광역시 37.56%) 공무원 정원, 공무원 1인당 주민 수 등 전반적인 행정지표에서도 차이가 심각했다<표 참조>.    
 


해당 연구를 수행한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구 100만 도시의 행정수요가 여타 도시와 다르다는 점, 그리고 광역자치단체와의 중복행정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특례시 도입 근거는 명확하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고양시가 안고 있는 자체적인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특례를 통한 권한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특례시 지정 의미는 100만 정도의 도시가 내적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 도시 상황에 맞는 적절한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는 점이다. 고양시의 경우 특히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수치가 타 도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은데 이는 도시 내 일자리 부족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분야 행정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특례시를 통한 권한부여가 이뤄져야 한다.”

시행령 반영 및 법제화 관건
이처럼 특례시 지정에 따른 실질적인 자치권한이양을 위해 고양시 등 4개 특례시는 공동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올해 초부터 특례시 권한확보를 위해 ‘4개 특례시 실무 대책위원회(TF)’와 ‘4개 특례시 시정연구원 대책위원회(TF)’가 구성됐으며 광역수행사무 발굴, 시민주도형 특례시 사업 발굴 등을 거쳐 약 588개로 간추린 상태다. 대표적인 것은 ▲도시 기본계획의 승인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 ▲공원녹지기본계획 승인 ▲관광지 지정 및 조성계획 승인 등이다. 현재 도지사(광역단체)에 권한이 있어, 처리 시간이 지연되고 그 지역 실정을 정확히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무들이다. 

이와 함께 앞서 언급된 바 있는 기초연금 차별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특례시 기본재산액 ‘대도시’ 기준 상향적용 ▲포괄적 권한이양을 위한 ‘지방자치법 시행령 및 관계법령 개정’ 등을 중앙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특례시를 통해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 등의 시민혜택 확대뿐만 아니라 자치권한도 확대돼 각종 인허가 처리기간 단축을 통한 시민 행정서비스 질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4개 특례시가 발굴해 제안하는 이러한 특례사무들이 실제 반영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로서는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작년 특례시 지정근거가 됐던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특례’라는 이름만 주어졌을 뿐 구체적인 특례시 권한은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내로 시행령 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허울뿐인 특례시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특례시 추진사무를 총괄하는 양승환 고양시 평화미래정책관은 “아직 중앙부처 설득작업을 거쳐야 하는 건 맞지만 올해 초에 비해서는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국회 행정안전위, 국무총리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 등을 찾아다니며 특례시 권한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신임 김부겸 국무총리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모두 자치분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유력정치인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양 정책관은 “오는 6월내로 발굴한 특례사무를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하도록 행안부에 요구하는 한편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및 지방분권법, 개별법 개정 또한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특례시 권한이양과 함께 일부에서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에 대한 기대심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특례시 지정으로 인한 직접적인 재정특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분권 전문가인 이재은 고양시정연구원장은 “특례시 논의는 기본적으로 대도시마다 상황에 맞는 고유의 자치권한을 주기 위함이지 4개 대도시에만 특혜를 주자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단순히 인구 100만 도시라고 해서 광역시에 준하는 권한과 재정을 요구하는 것은 이기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특례시에 맞는 권한이양이 될 경우 재정이 뒤따라 올 수밖에 없는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원장은 “그동안 광역자치단체에 의한 다소 불필요했던 규제들이 제거되고 중앙정부와 직접 협상을 통해 권한을 넘겨받으면 그에 따른 재정지원은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마냥 중앙정부에 재정지원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대도시에 적합한 역량을 마련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례시 도입 맞춰 주민자치 확대돼야
특례시 도입과 함께 자치분권 근간을 이루는 주민자치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자치복원 30주년, 고양특례시와 주민자치’라는 주제로 열린 고양시정연구원 개원 4주년 기념세미나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주를 이뤘다.

이날 자리에서 특례시 도입의 중심역할을 했던 정순관 전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은 “특례시 제도 신설은 그동안 중앙에서 일률적으로 내려보내는 획일적인 사회문제 해결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라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특례시는 앞으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핵심은 내년부터 고양시에 전면 도입되는 주민자치회 제도다. 시에 따르면 내년 특례시 도입에 맞춰 고양형 주민자치모델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주민자치회 참여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한편 주민세 환원 등을 통한 재정권 부여, 지역사회 다양한 문제해결 기구로서의 주민자치회 위상 정립 등이 반영된다. 

하지만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 또한 적지 않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지용원 고양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자치회 전환 7개월을 맞이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권한과 기반이 마련된 것은 없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표성에 대한 명확한 재정립, 사무국 설치, 위탁사업을 위한 법인화 추진 등의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창석 희망제작소 이사는 “특례시 논의가 지닌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주민자치회 필요성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복지, 사회적경제 등 전반적인 영역에 공동체 기반이 중요한 만큼 주민자치회를 정착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며 특례시 출범과 함께 고양형 주민자치모델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은 원장 또한 “특례시는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간다고 했을 때 이제 새로운 권한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는 권한만큼 이제 시민들에게 과감하게 자치권을 부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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