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맏아들 소현세자 제사 봉행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삼릉 내 소경원에서 제375주기 소현세자의 기신(忌晨) 즉 제삿날을 맞아 제향을 지냈다. 전주이씨 소현세자파종회(회장 이우홍)가 주관하고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사)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 후원했다. 초헌관은 소현세자 12대손 이우복, 아헌관은 세자빈 강회빈의 후손인 금천 강씨 강연국 이사, 종헌관은 소현세자 13대손 이동기씨가 맡아 봉행했다. 전날부터 궂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당일도 이슬비가 왔고 코로나로 인해 많은 참반객들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엄숙하고 정성을 담아 제향을 지내는 모습이었다.
사적 200호인 소경원은 조선16대 인조의 맏아들 소현세자의 원이다. 왕세자로 책봉되었다가 병자호란이 일어나면서 왕세자빈 강씨와 동생 봉림대군과 함께 8년 동안 청나라 심양에 볼모로 갔었다. 심양에 머무르면서 조선과 청나라 사이를 중재하기도 했고 서양문물을 적극 습득하며 조선의 미래를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1645년 귀국 후 두 달 만에 의문 가득한 돌연사를 하면서 소현묘가 만들어졌고 이후 1870년에 소경원으로 격상되었다.
1960년대 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종마목장과 농협중앙회 전용목장 등이 건설되고, 군부대까지 들어서면서 120만평에 달했던 서삼릉 부지는 7만여 평으로 축소되었다. 소현세자의 소경원은 현재 서삼릉 입구에서 약 2㎞ 떨어져 있는 외떨어진 비공개지역에 있고 미리 출입신청을 얻어야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게다가 소경원 정자각은 주춧돌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정자각과 능침 공간 중간에 있는 언덕은 중간이 움푹 패여 있다. 어느 왕릉, 원 등에서도 볼 수 없는 모양이다. 죽음도 비극적이었는데 무덤조차 조촐하고 쓸쓸함이 가득하여 여러모로 안타깝다.
이우홍 전주이씨 소현세자파종회장은 능참봉이셨던 돌아가신 아버님(이병주)께 “왜정시대에는 이왕직에서 소현세자의 제향을 지냈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한다. 몇 해 전 이우홍씨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하 종약원)에서 제례 교육을 받던 중 ‘해방되면서부터 2018년까지는 소현세자 후손들이 모여 사가의 제사방식으로 잔을 부어드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소경원 제향을 원의 격식을 갖춰 모셔야겠고 생각하고 자신의 사비를 들이고 종약원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2019년 제대로 격식을 갖춘 제향을 모시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부터 종약원에서 소경원 제향을 주관하게 되었다.
이우홍씨의 노력으로 3년 전부터 격식을 갖춰 소경원 제향을 시작했고 그 다음해에는 광명시에 위치한 소현세자빈의 영휘원도 종약원에서 제향을 지낼 수 있도록 했다. “첫 번 제향 때는 복잡한 절차를 밟아 군부대 동의를 얻어 군부대 통과해서 소경원에 갈 수 있었고 그 다음해부터는 농협대쪽으로 우회해서 군부대 거치지 않고 출입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자손으로서 조상님을 기억하는 일은 뜻 깊은 일이다. 앞으로 정자각과 제실을 복원하고 더욱 정성을 들여 제향을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