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의 하류인문학-

 

김경윤 인문학자
김경윤 인문학자

[고양신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 중 내가 택한 것은 독서다. 방역을 지키면서도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것 중 독서만한 것이 없다. 독서는 또 다른 세계로의 초대이고, 자신의 세계에 대한 반성이며, 미래 세계를 전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평소에 지불하던 유흥비를 줄여, 유흥비라고 해야 대부분이 술값과 외식비지만, 도서를 구입하여 독서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책을 살 때에는 지역서점을 이용하니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직업이 작가이자 강사이며, 도서관장이다보니 의무적으로 책을 읽어야하는 경우도 있다. 강의를 위해서 읽는 책, 북토크를 준비하며 읽는 책, 서평을 쓰기 위해 읽는 책들이 많다. 올해 들어 ‘한양문고 세입자들’이라는 북토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매월 1회 마지막 월요일날 저녁 6시반에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나와 도서평론가 이권우, 사월의책 대표 안희곤이 등장하여 각자 선택한 책으로 수다를 쏟아놓는다. 지금이 6월이니 벌써 다섯 차례나 진행했다.

이보다 더 오랜 프로그램도 있다. 아마도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프로그램인데, 고양시장과 함께 3년째 월 1회의 북토크를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저녁 7시에 진행하고 있다. 작년 총선과 코로나의 출몰로 인해 몇 차례 진행하지 못했지만, 올해도 여전히 성실히 진행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고양시장이 고양시민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시장이 읽는 책 중에서 선택하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독서력을 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6월의 책은 마이클 소킨이 쓴 『정의로운 도시』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모두에게 이로운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도시건축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우며, 자기성취감을 느끼는 근린지구와 공적 공간의 근거지가 될 도시를 지지하고 있다. 고양시장의 도시행정과 건축의 기본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 될 듯하다. 패널로는 얼마 전까지 고양시 시정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대구대학교 교수가 된 김준우를 초대했다. 제법 들을 만한 이야기가 오고갈 것이다.

이 외에도 3년째 운영하고 있는 ‘최인훈도서관 건립추진위원회’의 독서프로그램 ‘최인훈 읽기’가 있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최인훈의 문학작품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록 모임의 이름은 도서관 건립이라는 건축학적 이름으로 지었지만, 건물 속에 그 정신과 내용을 채우는 것은 응당 사람이라, 함께 할 사람들과 유대를 이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아직은 열 명도 채 안 되는 추진위원들의 결사체이지만, 고양시에 최인훈도서관을 세우고자 하는 의지는 높은 편이다.

이상의 모든 의무적 독서활동이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했다면 아마도 도중에 그만 두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에는 밥도 쌀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멈추지 않고 진행하는 이유는, 백범 김구 선생의 문장을 빌리자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고양시가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도시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보다 더욱 바라는 것은 높은 문화력을 가지는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부자가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문화인이 살기 좋은 아름다운 도시, 소외된 사람이 없는 정의로운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고작 책이나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바란다고 타박을 놓을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깜냥이 그 정도이고, 그 깜냥 안에서라도 정의롭고 아름다운 문화를 꿈꿀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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