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공감공간] 파주출판도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미술관 곳곳을 채워주는 화사한 자연광 
‘열린책들’ 도서 가득한 여유로운 카페
그래픽노블 『앤디워홀 』 『바스키아』 소재로
이미지·스토리 아우른 특별한 전시 진행 

만약 친구나 가족 서너 명이 함께 나들이를 해야 하는데, 각자의 관심사가 제각각이라면? 파주출판도시로 차를 몰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찾아가면 된다. 정원과 카페, 문학과 예술, 출판과 전시 등 다양한 재미의 요소들이 곳곳에서 방문자의 시간을 붙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출판사 중 한 곳인 열린책들이 운영하는 복합문화전시공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관장 홍지웅·홍예빈)’의 다채로운 매력을 살펴보자. 

세계적 건축가가 디자인한 건축 명작 

방문자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건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건축의 전시장으로 불리는 파주출판도시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건물이 바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다. 마당의 잔디와 수목을 감싸고 백색의 벽면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 모습은 우아하면서도 장엄한 아우라를 발산한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이 건물은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내부를 살펴보면 건물의 진가가 더욱 도드라진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설계된 전시공간마다 여러 각도로 자연광을 끌어들여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빛의 향연을 선사한다. 

‘열린책들’이 펴낸 책들로 가득한 서가  

안으로 들어서면 맛있는 커피와 제철 과일로 만든 생과일주스, 팥빙수 등을 즐길 수 있는 쾌적한 카페가 가장 먼저 방문자를 맞는다. 양면 통유리창으로 비치는 햇살과 초록의 정원 풍경에 마음이 느긋해진다. 

한쪽 벽면을 채운 나무로 짠 긴 서가에는 오랜 시간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이 빼곡하다. 그동안 열린책들은 일명 ‘열린책들의 작가들’로 불리는 배르나르 베르베르, 움베르토 에코, 파트리크 쥐스킨트, 장자크 상페 등의 작품을 비롯해 무려 2000여 종의 책을 펴내며 독보적인 외국문학 전문 출판사로서의 명성을 이어왔다. 그 책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세계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다. 

특히 표지 디자인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열린책들의 도서들이 형형색색 어깨를 맞대고 있는 풍경도 그 자체로 멋진 예술작품이다. 독서 테이블에는 개인용 스탠드조명도 놓여 있어 친근한 느낌을 더한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발간한 책들로 가득한 카페 서가.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발간한 책들로 가득한 카페 서가.

예술서적 전문 출판사 ‘미메시스’

좀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미술, 디자인, 건축, 만화, 영화,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서적이 별도로 꽂혀 있다. 열린책들이 설립한 예술전문출판사 ‘미메시스’에서 펴낸 책들이다. 특히 세계적인 화가들을 소재로 한 해외 그래픽노블(예술성 높은 단행본 만화) 시리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가에 꽂힌 책들은 기본적으로 판매용이지만, 카페 이용자들이 깨끗하게 펼쳐본 후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된다. 

또한 북앤아트숍에서는 플래너, 다이어리, 연필꽂이, 스마트폰·노트북 케이스 등 독자적으로 제작한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문구들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예술서적 전문 출판사 '미메시스'에서 발간한 그래픽노블 시리즈.
예술서적 전문 출판사 '미메시스'에서 발간한 그래픽노블 시리즈.

공간마다 달라지는 햇살의 질감

카페에서의 휴식, 그리고 책과의 만남을 즐겼다면 이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누려보자.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진 아트 뮤지엄은 방향을 틀거나 계단을 오를 때마다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나타나고, 천장과 벽면에서 비치는 햇살의 질감도 달라진다. 예술적으로 지은 건축물이 방문자의 경험을 얼마나 풍성하게 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준다.

현재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는 ‘BOOK+IMAGE9; 스타의 탄생’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제목이 지칭하는 스타는 현대 예술의 개념 자체를 뒤흔든 두 명의 걸출한 아티스트, 바로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과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장미셸 바스키아다. 

‘BOOK+IMAGE9; 스타의 탄생’ 전시장 입구.
‘BOOK+IMAGE9; 스타의 탄생’ 전시장 입구.

그렇다고 해서 두 작가의 작품을 직접 소개하는 전시는 아니다. 두 화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새로운 감각으로 그려낸 두 권의 그래픽노블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를 모티브로 기획된 전시다.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는 각각 세계적 그래픽노블 작가 타이펙스(Typex)와 파울로 파리시(Paolo Parisi)의 작품으로, 미메시스 출판사에서 최근 국내 번역본을 출간한 바 있다. 

두 명의 거장,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1928~1987)은 예술에 대한 전통적 관념을 뒤흔들며 예술적 명성과 어마어마한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누린 인물이다. 타이펙스의 『앤디 워홀』은 이 복잡하고 논란 많던 예술가를 둘러싼 사건과 인물들을 총 10개의 파트로 나눈 이야기를 통해 속속들이 들려준다. 타이펙스가 장장 5년간 매달려 완성한 이 작품으로 2014년 가디언이 선정하는 ‘올해의 그래픽노블’을 수상했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전시 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전시 존. 

‘그래피티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미술사에 가장 먼저 새겨 넣고는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바스키아(1960~1988)는 낙서, 인종주의, 죽음, 흑인음악 등의 하위문화를 반항적인 에너지를 담아 표현해 검은 피카소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파울로 파리시는 바스키아의 삶과 작품세계를 파고들어 탁월한 그래픽노블 자서전에 담아냈다.

전시장 구성은 ▲앤디 워홀 ▲바스키아 ▲우정과 협업이라는 세 파트로 나눠졌다. 앤디 워홀 파트에선 81장의 그래픽노블 원화로 구성된 파노라마 섹션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스키아 파트에선 원색적인 색채와 화풍의 전시작품이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안겨준다. 마지막 우정과 협업 파트에선 세대를 뛰어넘어 두 사람이 주고받았던 영향과 우정의 흔적들을 조명한다. 특히 두 예술가가 함께 한 모습을 각자의 스타일로 표현한 두 장의 포스터 작품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불리는 '바스키아' 전시 존.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불리는 '바스키아' 전시 존.

다채로운 관람 경험 선사하는 포토존·독서존

전시장 곳곳에는 멋진 독서존과 포토존이 마련돼 다채로운 관람 경험을 선사한다. 1층 전시장 안쪽의 독서존에선 이번 전시의 모티브가 된 두 권의 책과 함께 반 고흐, 뭉크, 프리다 칼로, 피가소 등의 삶을 다룬 미메시스의 ‘아티스트 시리즈’ 그래픽노블 서적들을 펼쳐볼 수 있다.

포토존 역시 그래픽노블 작품 속 이미지를 바탕으로 역동저인 색감과 섬세한 프린팅으로 꾸며져 감성적인 인증샷을 남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뮤지엄측은 포토존에서 찍은 인증샷을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업로드하면 전시를 기획하며 특별 제작한 앤디 워홀 책갈피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미메시스 AP(아티스트 프로젝트) 컬렉션’ 전시가 열리고 있는 3층 갤러리.  
 ‘미메시스 AP(아티스트 프로젝트) 컬렉션’ 전시가 열리고 있는 3층 갤러리.  

‘아티스트 프로젝트 컬렉션’ 흥미진진 

2·3층에서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 수년째 진행하고 있는 ‘미메시스 AP(아티스트 프로젝트) 컬렉션’ 선정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임현영 큐레이터는 “AP 컬렉션은 새롭고 도발적인 작업세계를 선보이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조명하려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하며 “그동안 AP컬렉션을 통해 소장된 12명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모든 전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관람료는 성인 7000원, 학생 5000원이다. 

정원에서의 힐링, 카페에서의 여유로움, 서가에서의 독서, 갤러리에서의 예술적 쾌감,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건축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머문 시간마다 소소한 행복이 충전된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주소 : 파주시 문발로 253 
문의 : 031-955-4110

아름다운 정원과 멋진 건축물의 매력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라스 테이블.
아름다운 정원과 멋진 건축물의 매력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라스 테이블.
북카페 독서 테이블에 마련된 개인용 조명.
북카페 독서 테이블에 마련된 개인용 조명.
북카페 서가 안쪽에 자리한 북앤아트숍.
북카페 서가 안쪽에 자리한 북앤아트숍.
BOOK+IMAGE9; 스타의 탄생' 전시.
BOOK+IMAGE9; 스타의 탄생' 전시.
1층 갤러리 한쪽의 통유리창.
1층 갤러리 한쪽의 통유리창.
3층 갤러리.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건물의 탁월한 조형성과 자연광 설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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