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미술관 ‘로즈 와일리展’
75세에 명성 얻은 현대미술의 월드스타
회화·스케치·조형 100여 점 ‘최대 규모’
자유분방한 표현과 색채로 재미·감동 가득
손흥민 그린 최신작, 북한 어린이 등 눈길
[고양신문] 최근 새단장을 마친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이 첫 기획전으로 ‘로즈 와일리展’을 열고 있다. 로즈 와일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현대미술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2007년 개관 이후 굵직한 기획전으로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아람미술관이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기획으로 관람객들을 초대했다.
현대미술계 ‘최고령 월드 아이돌’
23일부터 관객을 맞고 있는 ‘로즈 와일리展’에서는 그림과 드로잉, 설치미술, 그리고 한국에서의 전시를 위해 로즈 와일리가 특별히 창작한 최신작 등 100여 점의 유쾌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결혼과 함께 미뤄뒀던 화가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로즈 와일리는 76세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가장 핫한 신예작가’로 선정되며 최고령 신인작가로 주목을 받았고, 80대에 비로소 현대미술계의 세계적 슈퍼스타로 등극한 깜짝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몇해 전 영국 황실로부터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고, 현재는 세계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의 전속 작가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아람미술관을 찾아온 ‘로즈 와일리展’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문화계의 비상한 관심과 대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전시를 마무리한 뒤 진행되는 고양 투어다. 따라서 예술의전당 전시를 놓친 로즈 와일리 팬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아람미술관으로 모아지고 있다.
고양문화재단 측은 이번 전시가 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로즈 와일리 개인전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람미술관 김언정 큐레이터는 “보기만 해도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그녀의 화풍과 발랄하고 유쾌한 색감, 그리고 소녀 같은 순수성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전시의 매력을 소개했다.
소녀 같은 호기심, 자유분방한 표현력
로즈 와일리가 다루는 작품의 소재는 다채롭다. 기억속에 남아있는 이야기와 장면들이 정겹게 표현되기도 하고, TV나 신문, 잡지와 같은 대중매체에서 스쳐간 이미지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화폭에 담아내기도 한다. 덕분에 그녀의 작품에는 마치 호기심으로 가득한 소녀의 다이어리처럼 자유분방한 예술적 열정이 가득하다.
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다보니, 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지점도 한둘이 아니다. 영국에서 인기 있는 TV 토크쇼의 오프닝 화면에 등장하는 금발인형들의 이미지를 표현했다는 ‘여섯 명의 헐로걸들’과 같은 그림은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표현과 화사한 색채로 감상하는 이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감돌게 한다.
전시를 둘러본 기자의 마음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2013년 작 ‘노래하는 북한어린이들’이다. 세일러복과 비슷한 북한소년단복을 입은 세 명의 아이들이 입을 크게 벌리고 노래를 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애잔한, 복잡한 정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담으려 했던 건 아니라고 한다. 로즈 와일리는 영국의 한 주간지에 실린 북한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 아이들의 머리모양과 단정한 유니폼 등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미지를 형상화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 아이들의 배경에는 생뚱맞게도 야자나무를 배치해 다양한 기억들을 한 화면에 차용하는 로즈 와일리의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준다.
축구팬인 작가가 그린 ‘손흥민’
전시의 한 섹션은 축구팬들의 환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스타들, 특히 토트넘의 에이스 손흥민의 활약상을 그린 그림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열렬한 축구 팬이었던 남편의 영향으로 축구의 매력에 빠지게 된 로즈 와일리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스타들의 이미지와 팬들의 환호로 가득한 경기장의 모습을 수많은 스케치와 그림으로 남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건 손흥민의 활약을 그린 최신작들이다. 그림 속 손흥민은 다부진 몸집과 표정으로 그라운드의 지배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손흥민 외에도 웨인 루니, 티에리 앙리, 피터 크라우치 등 월드 스타들이 로즈 와일리의 붓끝에서 동화 속 주인공인양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축구를 너무 잘해 ‘외계인’으로 불렸던 호나우지뉴를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앞니와 우주선의 조합으로 표현한 그림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축구라는 스포츠의 매력과 즐거움이 현대미술과 만나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넓고 화사해진 로비와 아트숍
전시의 감동과 재미는 미술관 로비에서도 이어진다. 미술관 리뉴얼 공사로 보다 넓고 화사한 분위기로 새단장을 한 아트숍에서는 로즈 와일리의 작품을 축소한 액자작품과 멋진 굿즈들을 만날 수 있다. 월드스타라는 명성에 걸맞게 상품화된 굿즈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는 포스트카드부터 예쁜 그림이 프린팅된 손수건과 에코백, 각종 문구류까지 전시의 감동을 일상으로 이어주는 선물들이 가득하다.
고양문화재단 정재왈 대표는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는 가운데, 문화예술계도 빠르게 활기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즐겁게 찾을 수 있는 로즈 와일리의 전시를 준비했다”면서 “새롭게 단장한 아람미술관으로 나들이를 하셔서 천진난만하고 유쾌한 그림과 함께 일상의 기쁨을 맛보시길 바란다”며 초청 인사를 전했다.
Hullo Hullo, Following on: 로즈 와일리展
기간 : 9월 26일(일)까지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관람료 : 성인 1만원, 청소년·어린이 8000원 (고양시민 50% 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