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23일 천도법회 열어 순국 영혼 위로
[고양신문]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의 노비가 당했던 고통도 현재’라고 했다.
길상사 보산 주지스님이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라는 아픔이 없기를 바라며 매년 6월에 천도법회를 열어 호국영령을 위로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6.25전쟁의 현장에서 혹은 국방의무를 다하다가 순직한 장병들, 고향을 떠나 먼 이국땅으로 날아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참전국의 젊은 영혼들의 상처와 고통이 현재 자신의 고통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에 고양시와 파주, 연천에 이르는 서부전선에 수많은 전쟁 순국선열들이 잠들어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매년 호국영령 위령제를 열기 시작했어요. 어느덧 벌써 10년째가 되는군요. 처음엔 개인적으로 조용히 위령제를 지내다가 몇 년 전부터는 지역사회 시민들을 모시고 함께 위령제를 모시고 있습니다.”
올해도 불기 2565년 신축년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23일 일산동구 식사동에 있는 길상사에서 어김없이 6.25전쟁 중 전사한 국군과 UN참전국 전몰장병, 군복무중 순직한 호국영령의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천도법회가 열렸다. 6.25전쟁 중 전사한 한국군인과 경찰은 약 15만명이고,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등 참전국 전사자도 약 4만여명에 달한다.
보산 스님은 “고양, 파주, 연천, 양주, 의정부는 6.25전쟁터였고 수많은 호국의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며 “이들이 고통 없는 세상에서 극락왕생하고 호국의 별이 되어 이 땅을 지켜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축원했다.
박기태 일산서부경찰서장은 추모사를 통해, 또 강화도 법왕사 계성 주지스님은 추모법어를 통해 “전쟁에서 자신을 희생한 분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열린 이날 천도법회 길상사 신도회원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법회를 준비했다. 천도법회 1부는 6.25전쟁 중 3명의 형제를 잃은 길상사 성덕 스님이 영가 청운 및 이운 천도의식을 거행했고, 2부에서 헌화와 추모법어, 모든 참가자가 추모곡을 제창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천도법회에는 박영규 고양시고엽제전후외 지회장, 안병돈 무공수훈자회 고양시회장, 김지용 ROTC고양지회장과 안성 무상사 주지 세준스님, 고양 미래사 주지 해봉스님 그리고 일반 시민 약 80여명이 참석해 한마음으로 호국영령의 영혼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길상사 호국영령 천도법회 현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