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습지 지뢰사고 대응 시민사회토론회
군, 장항습지 폭발물 탐색 범위 ‘제한적’
고양시 “안전대책 다각적 고심 중”
[고양신문] 고양시가 장항습지 지뢰폭발사고와 관련해 사고 수습과 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대책단을 꾸리고 지뢰탐지작업과 종합관리대책 수립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 기후환경국장이 단장을 맡은 대책단에는 한강유역환경청과 군부대(9사단)가 참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고양시노동권익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장항습지 지뢰폭발사고 대응 고양시민사회 토론회’에서 한강유역환경청과 고양시 관계자는 “9사단에서 농어민 통행로 위주로 1차 폭발물 탐색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군의 대응은 전적인 책임 인정과 안전대책 마련을 기대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로서는 군이 계획하고 있는 폭발물 탐지가 농어민 통행로와 생태탐방로 등 지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진행되고, 그마저도 가을까지 기다려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는 군이 장항습지의 지뢰를 완벽히 탐지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이지수 녹색연합 활동가는 “현재 우리 군의 지뢰문제 대응 수준과 의지를 놓고 볼 때, 완벽한 안전대책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이러한 지적에 한강유역청과 고양시 관계자도 군에 의존한 안전대책 수립의 한계를 일부 인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양시는 자체적 역량으로 추진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다각적으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장항습지에서의 활동에 대한 안전 매뉴얼 점검 ▲대책단에 시민사회단체 참여 필요 ▲접경지역의 특수성 고려한 대책 필요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 지원책 마련 등 다양한 의견을 표출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장항습지 지뢰폭발사고 대책회의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의 요구로 고양시가 ‘장항습지 지뢰사고 관련 주민청구토론회’를 7월 26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주제발표 주요 내용]
“국무총리 직속 지뢰대책기구 만들어야”
이지수 녹색연합 활동가
지뢰는 민간인 피해 비율이 80%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부터 고양시 한강 하구에서 지뢰사고와 발견이 반복되며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뢰는 한국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 약 100만 발이 매설돼 현재 83만 발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역을 제외한 후방에 매설된 지뢰도 3000여 발이다. 이러다 보니 지금까지 지뢰, 또는 유사사고의 피해자가 무려 6428명이나 된다.
국방부는 1998년부터 지뢰 제거작업을 시작했지만, 적극적인 의지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224억원을 들여 3700여 발을 제거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런 속도라면 한반도의 모든 지뢰를 제거하는 데 40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병사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나라 군의 역량으로는 단독으로 지뢰를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군은 안보상의 이유로 지뢰 관련 정보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뢰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문제를 군에게 맡길 게 아니라, 국무총리 직속으로 행정안전부가 담당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보상기준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장항습지에서 지뢰가 폭발해 민간인이 다친 사고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국방부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장항습지처럼 특수한 환경에서 유실 지뢰를 정밀하게 탐지하고 제거하려면 국제적인 기준을 하루 빨리 도입하고, 국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범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가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기조연설에서 지뢰문제 해결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