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버섯으로 보이는 노르스름한 버섯이 자라는 느티나무 밑동. 느티나무 뿌리썩음병으로 느티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사진제공=김윤용]
상황버섯으로 보이는 노르스름한 버섯이 자라는 느티나무 밑동. 느티나무 뿌리썩음병으로 느티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사진제공=김윤용]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고양신문] 느티나무는 은행나무와 함께 몇백 년에서 천 년까지 사는 장수목입니다. 그래서 당산나무나 정자나무로 우리 조상들 삶과 함께한 나무이지요. 노거수 느티나무 천연기념물은 은행나무 다음으로 많습니다. 느릅나무과 잎떨어지는 큰키나무로 키는 30미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정자나무로 많이 심었으며,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모여 땀을 식히고 휴식을 취하며 농사일, 마을일을 의논하기도 했습니다. 느티나무 아래가 정보 교류와 토론 공간이었던 셈입니다. 

느티나무는 우리 민족과 친숙한 나무이고, 마을과 역사를 함께한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을에 붉노랑 단풍이 고운 느티나무 가로수는 우리 마음을 넉넉하게 해줍니다. 느티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크고 굵게 자라며 가지를 사방으로 뻗어 그늘을 만드는 나무입니다.

일산 느티나무 가로수가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아름드리가 넘는 나무 밑동에 버섯이 자라고 있습니다. 노르스름하고 연한 주황색을 띠는 버섯인데 상황버섯으로 보입니다. 제가 관찰한 지역의 느티나무 가로수 다섯 그루 가운데 한 그루는 버섯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섯 피해를 입은 나무가 가끔 보였는데 지금은 셀 수 없을 만큼 심각합니다. 이미 많은 느티나무가 잘렸고 잘린 그루터기만 남은 곳도 있습니다. 뿌리 뽑힌 그 자리에 어린 개체들을 심어 놓은 곳도 많습니다.

일산동구 강촌로와 경의로 느티나무 가로수는 버섯 피해로 수난을 겪고 있다. [사진제공=김윤용] 
일산동구 강촌로와 경의로 느티나무 가로수는 버섯 피해로 수난을 겪고 있다. [사진제공=김윤용] 

느티나무 가로수가 특히 많은 피해를 받고 있는 곳은 강촌로와 경의로입니다. 길 양옆으로 심어 놓은 느티나무 가로수 밑동에는 노르스름한 버섯이 넓게 퍼져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느티나무 뿌리썩음병 때문이라고 합니다. 뿌리썩음병에 걸린 느티나무 밑동에는 대개 버섯이 자라난다고 합니다.

느티나무 뿌리썩음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느티나무 자람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느티나무는 대체로 햇볕이 잘 비치는 곳, 통기성이 좋은 모래질 흙에서 잘 자라는데 일산신도시 땅은 그렇지 못합니다. 일산신도시를 건설할 때 논밭이었던 땅에 흙을 부어 다지고 토지를 조성했으니 기본 토양층은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진흙층이었을 것입니다. 토양 자체가 느티나무에게 잘 맞지 않고 게다가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진흙성이니 느티나무 뿌리가 버티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느티나무가 자라기에 좋은 토양 환경이 아닙니다. 게다가 3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느티나무 뿌리를 감싸는 흙은 계속 굳어져 뿌리가 호흡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일산호수공원 조성 초기에 공원에 심은 수많은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고 고사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느티나무에 자라는 알 수 없는 버섯을 확인하고자 인터넷으로 검색했습니다. 2013년 7월 23일 자 기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고양시 일산동구는 뿌리썩음병 피해로 고사 위기에 처한 가로수를 살리기 위해 외과수술을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 나무에 치명적인 뿌리썩음병이 발병해 나무가 고사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은 느티나무는 100여 그루로 뿌리가 썩으면서 점차 말라 죽게 되며, 외관상으로는 지면 부근에 버섯이 자라는 게 특징이다.”(<경기인터넷신문>)

2013년 기사에는 “다져진 토양을 일궈 주는 한편, 병든 부위를 도려낸 다음 약제로 소독하고 충진재를 채우기로 했다. 외과수술은 나무병원의 도움을 받아 수목전문가가 직접 치료에 참여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팩트가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당시 담당자 이름까지 명기한 기사를 보니 믿을 만합니다. 8년 전 상황입니다. 그런데 고양시 수목 관리는 한참 후퇴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전주 금산사 느티나무. 느티나무는 몇백 년에서 천 년을 사는 나무이다. 고양시 느티나무 가로수도 우리가 잘 관리한다면 훌륭한 가로수길로 자리잡을 것이다. [사진제공=김윤용]
전주 금산사 느티나무. 느티나무는 몇백 년에서 천 년을 사는 나무이다. 고양시 느티나무 가로수도 우리가 잘 관리한다면 훌륭한 가로수길로 자리잡을 것이다. [사진제공=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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