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그렇다. 칼럼의 제목은 인기 있는 영화 대사인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 한 장면을 떠올린 것은 얼마 전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한 하태경 의원의 1년 남녀공동복무제를 실시하되 임신과 출산한 여성은 면제하겠다는 공약 때문이다. 영화 대사는 갈비 맛 소스를 입힌 통닭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며 갈비 맛도 통닭도 담고 있지만, 하태경 의원의 공약은 국방도 출산장려도 놓치면서 갈등만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국방개혁 목소리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다. 대선 레이스 막이 오르자마자 대선 후보로 나선 이들이 국방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4.7 재보궐 선거 이후 이십대 남성의 표심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현재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 유권자 마음잡기에 유효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남녀공동복무제를 골자로 하는 병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사진출처=오마이뉴스]
남녀공동복무제를 골자로 하는 병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사진출처=오마이뉴스]

하지만 누구도 이대남(이십대 남성)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국방개혁을 약속한다고 밝히진 않는다. 하태경 의원 역시 인구감소를 이유 삼아 50만 병력 유지를 위해 남녀공동복무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안티 페미니즘에 기댄 포퓰리즘이라 비판받는 이유는 군대 내 성폭력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남녀공동복무제가 시행되면 군대 내 성폭력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안일하게 보기 때문이다.

여군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은 인구감소로 인한 현행 국방개혁 과제로 제시된 상황이다. 하지만 여군을 ‘꽃’으로 보는 지금의 군영문화에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일 뿐이다. 국방개혁 실현을 위해서라도 군대 내 성폭력 문제 해결 및 성폭력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 나아가 군 장병이 매월 얼마씩 저금을 해야 국가가 자산 모을 재정을 보태주는 것이 아니라, 군 복무에 대한 조건 없는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 국방개혁의 종합적인 비전 없이 비장애 남성에게만 부여된 현행 병역 의무에 관한 책임을 여성 징병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병역 의무를 둘러싼 젠더갈등을 정치가 부추기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하태경 의원 공약의 또 다른 위험은 남녀공동복무제의 면제조건으로 임신과 출산을 내건다는 것이다. 이는 병역 의무와 임신 및 출산을 같은 선상에 놓아 여성의 돌봄 책임을 더욱 강화해 성평등을 저해할 것이 뻔하다. 하태경 의원은 어떤 여성이 군 복무 면제를 위해 임신과 출산을 선택하겠냐고 되묻지만 군 면제 조건이 미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게으른 발상이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공무원 시험에서의 군가산점제도가 없어도 숱한 사기업에서 군 복무 기간 역시 호봉에 포함시키고 있다. 양육의 책임을 여성에게 더 많이 부여하고 있기에 채용 면접에서도 결혼 및 출산 계획을 여성에게만 묻는 성차별적인 관행이 여전하다. 출산휴가만 요구해도 해고되고, 코로나로 인한 돌봄 공백때문에 무급 육아 휴직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하는 현실이다. 돌봄 역할의 성격차가 큰 대한민국에서 남녀공동복무제에서 임신 및 출산이 오직 여성에게만 군 복무 면제 조건이 된다면 돌봄의 책임이 여성을 더 무겁게 짓누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오직 본인의 인기 영합을 위해 국방개혁도, 성차별 해소도 되지 못할 공약을 내세우는 갈등 유발 정치를 멈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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